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맛집에서 해주는 음식이 아닌 그녀가 혹은 그이가 사랑이라는 향신료가 뿌려지고 고마움이라는 식탁위에 차려진 음식이 아닐까요? 비록 객관적인 맛은 떨어질지 몰라도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음식앞에서 감동이 그렁거리는 눈빛으로 먹는 그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일 것 입니다.
어제 '양과자점 코안도르'를 보고 난후 음식영화가 왜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고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지 잘 알았습니다. 평일이지만 매회 매진되는 거대한 행렬속에서 (비록 200석 규모의 작은 개봉관이지만) 음식이 가지는 마성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욕과 함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인 식욕. 그 식욕을 따스함과 함께 맛깔스럽게 비벼진 영화들이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음식영화들은 상당히 매력적인데 음식을 통한 주인공들의 삶의 치유과정들이 소소하고 담백하게 참 잘 그려져 있습니다. 그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따스함과 사랑이 가득한 음식을 소재로 한 일본 영화들
따스한 밥 한끼로 영혼을 치유하는 카모메 식당 (2007)
소셜테이너가 된 김여진은 홍익대 청소노동자 사태때 적극적으로 그 현장에 뛰어들어갔습니다. 그때 홍대 총학생회장을 만나게 되는데 학생회장의 약간은 날선 주장에 '밥한끼 같이 먹자'고 말을 했습니다. 밥 한번 같이 먹는 그 1시간도 안되는 공간과 음식의 공유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은 사교를 합니다. 전 그 밥한끼 같이 먹자는 말이 제 마음을 가슴아프게 울렸습니다.
결국 그 총학생회장은 그 밥한끼를 공유하는 것을 거부했죠. 밥 한번 같이 먹는게 쉬운것 같으면도 참 어려운일이기도 합니다. 영화 카모메 식당은 파리 날리는 식당입니다. 일본인 사치에가 갈매기가 뚱뚱하다면 살기 편할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핀란드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갈매기라는 이름의 카모메 식당을 엽니다. 그러나 몇개월간은 손님 한명 들지 않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핀란드 사람이 먹는 음식이 아닌 일본식 주먹밥을 주로 파니까요. 여기에 일본에서온 여행객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렇게 3명의 여자는 각자의 상처를 카모메 식당에 정박한채 지냅니다.
매일 같이 눈을 흘기면서 식당안을 들여다 보고 휙 지나가는 핀란드 아줌마가 어느날 진탕 취해서는 식당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자신의 깨알같은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렇게 느닷없는 고백방사는 3명의 일본인 아줌마가 수다를 떠는게 너무나 부러웠고 자기도 그 수다안으로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 한명의 상처입은 영혼이 입성하게 되고 그렇게 상처 받은 사람들이 카모메 식당에 오게 됩니다. 그럴때 마다 사치에는 주먹밥을 싸서 그들에게 대접을 합니다.
주먹밥이라는 어쩌면 하찮은 음식이 그들의 영혼을 치유하고 함께 음식을 공유하면서 지내게 됩니다. 식당은 입소문이 나서 풍성해 집니다. 이 영화는 음식을 통해서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하는 힐링영화입니다. 짧게 가볍게 개봉하고 말았지만 입소문이 나서 지금도 이 영화를 기억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자신의 가게에 불법 침입한 도둑이자 이전 식당의 주인에게 아무 말 없이 주먹밥을 만들어 내놓는 사치에와 김여진은 음식이 가진 치유와 화해의 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여자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겠죠?
음식을 통한 할머니의 짝사랑, 호노카아 보이 (2009)
달 무지개 뜬다는 하와이 호노카아에 왔던 레오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대학 휴학계를 내고 다시 호노카아에 옵니다. 이곳의 슬로우한 모습에 반해 버린것이죠. 영사기사 보조일을 하면서 근근히 지내던 레오는 어느날 극장 근처에 사는 할머니집에 심부름을 갔다가 한 할머니를 알게 됩니다. 오래전에 남편을 여의고 혼자 지내던 할머니는 대장금과 같은 음식솜씨가 있었습니다.
매일 라면 같은 인스턴트 음식으로 지내던 레오에게는 할머니가 무료로 제공해주는 진수성찬에 빠져들게 되죠.
그러나 할머니는 레오가 그냥 자식같아 보여서 잘해주는게 아니였습니다. 바로 이성으로 느꼈던 것이죠.
그런데 이런것을 모르고 레오는 할머니의 핑크빛 시선을 외면합니다.
레오는 할머니가 해준 음식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기록하고 보관을 합니다.
그러다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 레오, 그 모습에 질투가 난 할머니
할머니는 짝사랑에서 시작된 거대한 분노의 질투로 인해서 레오에게 큰 상처를 입힙니다. 그리고 바람처럼 홀연히 떠나죠
이 영화는 실버세대의 사랑이야기와 음식이야기를 아주 절묘하게 잘 표현했습니다. 부질없는 짓인줄 알면서도 레오를 이성으로써 좋아했던 소녀 같은 할머니의 음식과 그런 몸짓들이 무척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마사라다라는 음식을 꼭 검색하게 될 거예요
달달한 케익과 담백하고 소박한 이야기가 담긴 '양과자점 코안도르' (2010)
음식영화는 대부분 음식경연대회에 참가해서 우승하는 스토리나 처음에는 미천했으나 끝은 창대했다는 식으로 끝나는 개과천선기가 대부분입니다. '양과자점 코인도르'는 그런 이야기인줄 알고 봤습니다.
영화 중간까지는 그런 흐름으로 흐릅니다.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서 시골에서 올라온 '나츠메'는 남자친구와 도쿄로 올라오자 마자 실연을 당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찾는데 그 인생이란 바로 쉐프입니다. 꼭 훌륭한 쉐프가 되겠다면서 매일같이 공부하고 자신만의 케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다 '전설의 쉐프'인 토무라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8년전 큰 사고를 당해서 케익을 만드는 일을 접어 버립니다. 케익을 만들 이유가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죠. 실력은 젬병이지만 도전정신과 악다구니는 최고인 나츠메는 자신의 케익에 0점을 준 음식평론가이자 케익에 관한 책을 쓰고 은둔하듯 사는 토무라에게 윽박을 지르죠
"난 당신같이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하는 식으로 피하진 않아"
이 영화는 경연이나 배틀이나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나츠메가 꿈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을 케익이라는 매개체로 치료합니다. 사고 때문에 아내와 떨어져 사는 전설의 쉐프인 토무라를 위해 나츠메는 큰 선물을 주고 세상이라는 거대한 정글속으로 여행가방을 끌고 떠납니다
아오이 유우 때문에 봤는데 오랜만에 잔잔하면서 감동도 살짝 들어가 있는 영화 한편을 알게 되었네요.
뻔한듯 하면서 뻔하지 않는 결말이 참 맘에 드는 영화이고 여성관객들이 무척 좋아 하는 영화입니다. 특히 영화속에 나오는 때깔 좋은 케익들은 군침이 흐를 정도입니다. 꼭 디지털 버젼으로 관람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지금 개봉중에 있습니다
이외에 제가 보지 못한 남극의 쉐프, 우동, 달팽이 식당등이 있는데 일본영화 답게 제가 본 일본 음식영화들은 슬로우라이프적인 삶이 들어있네요. 바쁜 도시인들이 인스턴트 음식으로 음식을 허겁지겁 먹거나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케익들 보다는
사치에 아줌마가 싸주는 주먹밥과 레오에게 사랑이 담뿍담긴 마사다라의 달달함과 실력은 수준급이 아니지만 매일 매일 맛이 일취월장해지는 나츠메가 직접 만든 '카시스 프로마쥬'가 더 유의미 하지 않을까요?
음식을 몸을 풍성하게 하지만 정말 잘 빚어지고 사랑이 들어간 음식은 그 음식으로 인해 영혼까지 치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