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알찬 독일 액션 넷플릭스 영화 엑스테리토리얼
요즘은 유럽 영화 자체가 잘 수입이 되지 않고 수입되어도 영국이나 프랑스 영화가 가끔 수입되지 왕년의 영화 명가였던 이탈리아 영화들은 잘 보이지 않네요. 유럽을 대표하는 영화 강국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였습니다. 그런데 독일도 꽤 영화 잘 만드는 나라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올라온 넷플릭스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아카데미 미술상, 촬영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습니다.
독일 영화 엑스테리토리얼 한정된 공간에서 펼치는 엄마 액션
아는 배우 한 명 없습니다. 미국 배우 아니면 거의 모르죠. 왕년에나 프랑스 미인 배우들이나 독일 감독과 배우들 좀 알았지 요즘은 거의 모릅니다. 마치 미국인들이 초기에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와 영화 보면서 모든 것을 낯설어하고 갓을 쓴 조선 사극을 보고 저 모자가 뭐냐고 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새로운 배우들입니다.
그래서 편견이 없습니다. 이 영화 <엑스테리토리얼>은 독일에서 만든 액션 영화입니다. 그러나 영어와 독일어가 섞여서 나옵니다. 이유는 이 영화의 공간이 독특한 독일 내 미국 총영사관입니다. 이야기도 꽤 재미있습니다.
사라(잔 구르소 분)은 전직 독일 연방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가했다가 남편을 잃습니다. 이 전투에서 남편뿐 아니라 동료 8명을 동시에 잃고 심한 PTSD에 시달립니다. 혼자 5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것을 버거워하다 마침 미국에 경비업무의 일자리가 나자 미국 영사관에 가서 아들의 비자 신청을 합니다. 아들을 잠시 놀이공간에 놓고 서류를 찾으러 갔다가 아들이 사라집니다.
이에 경비를 부르고 영사관 중간관리자인 킨치가 옵니다. 사라를 다독이면서 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아들은 처음부터 여기 오지 않았다면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라를 다그칩니다. 보통 이런 영화들은 사라의 망상을 다루거나 아니면 사라를 속이기 위한 계획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CCTV라는 강력한 증거를 보여줍니다. 총영사관인 엘런까지 등장해서 CCTV를 함께 본 후 사라는 혼동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망상일지 아니면 망상으로 위장한 숨겨진 계획일지에 대한 궁금증이 영화 전반을 이끕니다.
무용하는 듯한 다소 느슨한 액션이지만 카메라 워크는 아주 놀랍다
외국인들의 평은 갈립니다. 좋다는 분도 많고 안 좋다는 분들이 많은데 안 좋다는 평을 하는 분들은 액션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주로 실내 액션이고 외벽 타기가 약간 있지만 주로 실내에서 과격한 액션이 꽤 펼쳐집니다. 액션은 좀 엉성하긴 합니다. 예를 들어서 사라가 옆구리를 가격하려고 하면 이미 상대 배우가 팔을 미리 올리고 있습니다. 이게 합이 안 맞는다는 증거죠.
합이 잘 맞으려면 홍콩 영화처럼 너무 느려도 빨라도 안 됩니다. 정확하게 맞아야 합니다. 가능하면 다리를 올리거나 팔을 올린 후에 상대 배우나 주인공이 대응하면 가장 좋죠. 그래야 진짜 같으니까요. 그런데 합이 안 맞는 액션을 하는 액션은 상대 배우가 미리 방어 준비를 하거나 주인공이 미리 막고 있고 그 위에 때리죠. 이거 모를 것 같죠. 다 압니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다시 보기도 뒤감기도 쉽잖아요.
그럼에도 제가 좋게 본 이유는 오히려 현실적인 액션이라는 점이 좋네요. 솔직히 아무리 특수 훈련을 받은 여자라고 해도 근력 차이가 큰 남자 배우 특히 흑인 남자를 때려눕히기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총격 액션이 낫죠. 그런데 보면 사라가 남자 2명을 때려눕히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게 오히려 좋더라고요.
말도 안 되게 여자 배우가 차고 패면 낙엽처럼 쓸려가는 말 도 안 되는 액션극은 재미가 없죠. 게다가 하이힐 신고 잘도 찹니다. 그러나 다부진 몸의 사라는 최선을 다해서 싸우지만 남자 하나 제대로 제압하기 어려워하는 과정이 현실성 있었습니다. 여기에 과감한 카메라 액션은 핸드헬드로 흔들어 찍기 대신 카메라가 최대한 주인공의 행동을 같이 동조하는 장면은 너무 좋네요. 예를 들어서 주인공이 테이블 아래까지 머리가 내려가면 카메라도 같이 내려갑니다. 이외에도 액션의 합은 좀 안 맞는 느낌이지만 롱 테이크로 촬영한 수영장 액션 장면도 좋네요.
컴퓨터 잘 하는 의뭉스러운 여자와 아들 찾는 엄마가 뭉치다
영화는 독일 미국 총영사관 건물 안에서만 이루어집니다.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정체 모를 이유를 밝혀가는 과정이 아주 좋네요. 영사관 건물에 갇혀 있는 컴퓨터를 아주 잘하는 여자를 만나 둘이 의기투합합니다. 풀리지 않는 퀴즈를 같이 풀어가는 과정도 좋습니다.
물론 좀 어설픈 구석은 있는데 제가 그럼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그 동안 넷플릭스가 인기 배우, 출연료 비싼 할리우드 배우를 섭외해서 망작 또는 졸작을 연달아 만드는 최근 넷플릭스에 행태가 참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 영화는 중급 규모의 영화이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펼치는 액션과 궁금증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아주 좋네요. 그래서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볼만합니다. 특히 모성애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힘도 좋네요. 이야기 설정은 약간 덜컹 거리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잘 넘어가네요. 연휴 볼만한 영화 없으면 골라봐도 괜찮은 영화입니다.
별점 : ★ ★ ★☆
40자 평 : 미국 영사관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강렬한 모성애 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