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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공녀 행복의 근간인 집이 없지만 행복한 미소가 가득한 미소를 만나다

썬도그 2025. 4. 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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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개봉한 영화 <소공녀>를 중간까지 보다가 다음에 봐야지라고 했던 것이 5년이 넘었네요. 그렇게 영화 <소공녀>의 전반부 내용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넷플릭스에서 2025년 4월 21일에 내려간다는 소리에 부리나케 찾아봤고 다 봤습니다. 그리고 여러 생각이 드네요. 가장 크게 든 생각은 '광화문 시네마'입니다. 

🌈대한민국 영화의 마지막 불꽃같았던 광화문 시네마

영화 소공녀

한국예술종합학교 줄여서 한예종은 한국 영화계와 연극계 음악계에 큰 영향을 주는 예술 사관학교입니다. 한예종 출신 배우나 감독이 참 많죠. 이 한예종 출신의 우문기, 이요섭, 전고운, 권오광, 김지훈이 뭉쳐서 만든 독립 영화 제작사가 '광화문 시네마'입니다. 독립 영화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상업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좀 덜 대중적일 수 있지만 독특한 소재의 영화를 잘 만듭니다. 

 

따라서 독립영화의 독특함과 상업영화의 재미가 2개의 바퀴가 되어서 돌아가야 그 나라의 영화 생태계는 건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립영화로 크게 성공한 감독들이 그 감독의 독특한 감성에서 나오는 신선함과 대규모 자본이 만날 때 큰 시너지가 날 때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감독이 연상호 감독입니다. 

 

물론 연상호 감독 드라마와 영화가 다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또한 <파수꾼>을 만든 윤성현 감독은 오히려 변질이 되어서 쿠팡플레이의 저질 좀비 드라마 <뉴토피아>를 만들기도 하죠. 이 '광화문 시네마'에서 나온 독립영화 중에 인기 많았던 영화들이 꽤 있습니다. 

 

2013년 개봉해서 지금도 회자되는 <족구왕>이 있었고 2016년 개봉해서 역시나 화제가 되었던 <범죄의 여왕>도 있습니다. 그리고 2018년 <소공녀>까지 광화문 시네마의 인기를 구가하는 작품들이 연달아 나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공녀>를 끝으로 더 이상 볼 수가 없네요. 아마도 권오광 감독이 <타짜 : 원 아이드 잭>을 말아먹어서 더 이상의 제작 여력이 되지 않나 봅니다. 

 

어떻게 보면 독립영화계의 가장 전성기가 이 '광화문 시네마'로 대표되던 2012 ~ 2018년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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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이 떠도는 청춘을 담은 영화 <소공녀> 이솜 최고의 영화

영화 소공녀

모델 출신의 배우 이솜은 상당히 매력적인 얼굴을 가진 배우입니다. 영화 속 이름처럼 미소가 참 아름다운 배우죠. 이솜 배우는 앞으로 더 좋은 영화에 많이 출연하겠지만 이솜 배우의 최고의 필모그래피 영화는 이 <소공녀>가 아닐까 합니다. 배우 이솜 아니면 누가 이런 캐릭터를 소호 할까 할 정도로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와 연기를 합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캐릭터는 아니고 그냥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집 없는 20대 청년의 모습을 너무 절절하게 잘 재현했습니다. 

영화 소공녀

 

소공녀의 영문 제목은 Microhabitat입니다. 해석하면 작은 서식지라는 뜻으로 거미나 게들이 바위 뒤에 숨어 사는 그 공간을 의미합니다. 20대 미소(이솜 분)는 난방도 제대로 안 되는 월세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사도우미를 하면서 번 돈으로 월세내고 소중한 3가지인 위스키와 담배를 사고 나면 남는 돈이 없습니다. 머리가 백발이 되는 병이 있어서 약도 먹어야 합니다. 

영화 소공녀

이런 미소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도 가난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가난한 커플의 소원 중 하나는 맛집에서 음식을 함께 먹는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하는 일을 이 커플은 소원이라고 말합니다. 두 사람 모두 일을 하지만 풍족하지 못합니다. 특히 미소는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소박합니다. 집주인이 술집으로 출근하면 그 시간에 집안 청소를 하고 하루 45,000원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돈으로 12,000원이나 하는 위스키와 4,500원으로 오른 담배를 피웁니다. 매달 적자를 내자 미소는 결심합니다. 집 월세를 내지 않기로 합니다. 어떻게 보면 안쓰럽고 어떻게 보면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빚 안 지고 스스로 삶을 책임지는 모습 자체를 보면 미소는 어른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집을 없애기로 하자 민폐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대학교 밴드 멤버들의 집에 떠 돌아다니는 미소

영화 소공녀

미소는 트렁크를 끌고 대학교 시절 함께 밴드 활동을 한 멤버들의 집에 머물기로 계획합니다.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를 불러서 사정을 말해보니 당차게 거부당했고 

영화 소공녀

이혼한 드럼치는 후배의 집에 머물기도 합니다.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그 자체로 민폐죠. 아무리 친해도 하루 묵고 나는 것은 몰라도 며칠씩 머무는 것은 큰 민폐입니다. 이를 미소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갈 때마다 계란 한 판 하나 사서 들고 갑니다. 

어떤 멤버는 박대하고 어떤 멤버는 환대하지만 환경이 받쳐주지 못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멤버는 웃으면서 받아주지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알기에 미소는 자신이 잘하는 빨래 청소 및 요리까지 해주고 나옵니다. 

 

사람은 평온할 때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없습니다. 여유가 넘치면 다 친절하죠. 부자들이 친절한 이유가 다 여유에서 나오는 친절입니다. 구김살이 있을 수가 없는 삶에는 짜증과 한숨도 없습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는 본색이 드러나죠. 누구는 미소를 피하고 누구는 미소를 반겨해 줍니다. 

영화 소공녀

이 멤버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멤버는 끊임없이 추파를 날리는 늙수그레한 아저씨 같은 리더 아저씨와 함께 직설적으로 말하는 부자와 결혼한 기타를 치던 언니입니다. 

 

🍹 소공녀는 취향에 대한 관점을 담은 영화

영화 소공녀

표면적으로는 주거난에 허덕이는 20대 청년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관점으로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내 취향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주제로 한 듯합니다. 

 

영화 초반에 모든 것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던 미소가 집을 떠나기로 할 때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매일 술과 담배를 먹고 피우는데 이 돈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지 누가 집을 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런데 그냥 그 술 담배가 스트레스 해소용이 아닌 그 사람의 유삼한 행복도구라면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까요?

미소는 모든 것은 다 끊고 버려도 위스키,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 이 3개만 있으면 길거리에서 자도 행복하다고 하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취향이 확고합니다. 그런데 기타 치던 누나가 염치없다면서 술 담배라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남의 집에 얹혀사는 건 염치없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긴 하죠. 염치가 없죠. 자기 취향은 다 챙기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니까요. 

 

그러나 이 염치없다는 손가락질의 시선은 돈에서 나온 시선입니다. 실제로 전 담배를 2년 전에 끊었습니다. 피다 안 피다 하다가 결국 끊었습니다.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건강에 안 좋은 걸 바로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지만 가격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요즘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4,000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더라고요. 

 

제가 돈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4,000원이라는 돈을 담배에 투자하느니 그 돈으로 영화 보고 책 사보고 커피 마시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서 끊었습니다. 그리고 담배가 제가 소중히 지켜야 할 취향도 아니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4,000원도 아깝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끊었습니다. 비싼 가격도 무시 못할 영향을 줬습니다. 신기하게도 싫어하려고 하니 10년 이상 비싼 가격에 가끔 사서 펴놓고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확 느껴지네요. 그런데 미소는 다릅니다. 미소는 담배가 취향이고 목숨처럼 소중합니다. 

영화 소공녀

주변에 미소 같은 사람 많습니다. 돈은 없다면서 고양이를 키우고 개를 키웁니다. 값비싼 피겨를 사고요. 돈의 관점으로 보면 이해가 안 가는 행동입니다. 그러나 그 고양이가 강아지가 피겨가 그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러나 이걸 기타 치던 누나는 이해를 못 합니다. 솔직히 기타 누나가 미소에게 하는 염치없다는 말을 보면서 속 시원하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미소는 화를 내지 않습니다. 
내가 목숨처럼 여기는 술과 담배라고 항변을 했으면 기타 누나가 더 화를 내고 싸움이 났겠지만 미소는 미소로 대답합니다. 어차피 내 취향 남에게 설득한다고 설득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는 듯한 해탈의 미소로 느껴지더라고요. 바로 부끄러워지더라고요. 그걸 모르는 미소가 아닌데 화를 내봐야 소용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가진 것 많은 멤버들보다 더 미소를 많이 짓는 가진 것 없는 미소 

영화 소공녀

보통 이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면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미소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삶은 아닙니다. 웹툰 작가가 꿈인 남자 친구가 사우디로 2년간 근무하러 갈 때 눈물을 보입니다. 그게 소중한 3가지 중 한 가지가 사라진자 그제야 미소가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나 행복 요소 하나가 사라져도 미소는 항상 행복합니다. 부자들의 여유가 느껴질 정도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합니다. 이 모습이 좀 충격이었습니다. 술집에 나가는 집주인을 위로하고 이혼한 후배를 위로하고 시집살이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로합니다. 이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참 궁금했습니다. 

 

가난해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소공녀>

영화 소공녀

그 힘은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에게서 나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미소의 멤버들은 결혼, 이혼,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유 등등으로 자신의 취향이 뭔지 뭘 소중하게 여기면서 사는지를 까먹고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집 있고 돈 많은 사람도 이혼한 후배도 결혼 생활에 치여서 사는 친구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듯합니다. 

 

불안하고 흔들립니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집 없는 미소는 갖은 구박과 눈치에도 흔들리지 않은 미소를 짓습니다. 행복이라는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때 나오는 행복이 생각보다 그 힘이 크고 강력하고 오래갑니다. 

 

영화 <소공녀>는 행복을 물체화 시켰습니다. 위스키, 담배, 남자친구 그러나 추상적인 것도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돈 안 드는 행복 원천도 많죠. 저에게는 햇볕 쬐기 산책, 동네 구경, 사진 찍기, 음악 듣기, 라디오 듣기, 정보 탐색 등등 행복의 원천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더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할 시간이 있어야 하지 없으면 못합니다. 미소의 미소는 스마일이 아닌 Small입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지금은 철 지난 유행어가 되었지만 소확행을 즐기고 느끼는 사람이 모두 미소입니다. 모르겠어요. 저는 한 때 참 불행한 삶을 살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꽤 그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런데 소확행을 느끼고 알게 되면서 삶의 태도도 변했어요. 이 변화가 하루아침에 1년 만에 찾아온 건 아니고 서서히 찾아왔습니다. 

 

지금은 잔뿌리가 많이 자란 나무가 되어서 쉽게 느끼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다 가지면 나오는 것이 아닌 확실한 한 가지가 모든 불행을 물 타서 희석시키거나 더 나아가 행복감을 느끼게 합니다. 돈을 많이 쓴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 돈을 안 쓰고 때로는 돈을 벌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들도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또 생각해 보면 미소는 청소, 가사, 요리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건 미소가 잘하는 일입니다. 그 일을 통해서 번 돈으로 확실한 행복을 끌어내는 취미 활동인 위스키 마시기, 담배 피우기, 남자친구 만나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취미 활동을 하는 이유처럼요. 다만 미소는 집이 없을 뿐이죠. 그러나 우리 또는 저처럼 집 없이 철없이 저러는 것이 합리적일까 하는 시선도 분명 있습니다. 한 때 즐기면서 산다는 욜로족 같이 보이는 미소입니다. 

영화 소공녀

그러나 욜로 유행이 지나고 보니 모든 걸 즐기는 것이 아닌 확실한 것만 즐기는 미소의 모습이 오히려 포기할 수 없는 취미가 행복의 원천이라는 점을 더 크게 느껴지게 하네요. 그리고 인상 깊었던 장면은 모든 멤버가 장례식장에 모였을 때 미소만 참석 안 했는데 이유는 연락이 안 된다는 겁니다. 미소가 친구라는 존재에서 행복의 원천을 끌어낼 수 있을까 했지만 원하든 아니든 집이 있는 친구들을 통해서도 온기를 느끼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친구란 같은 생활 수준일 때 친구지 차이가 너무 심하면 친구로 지속하기 어렵긴 하죠. 멤버들도 미소를 정말 말 그대로 작은 존재로 여겨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 참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내가 미소였을 수도 있고 내가 또 다른 미소를 만들어서 방치했을 수도 있고요. 여러모로 참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아주 좋은 영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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