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시간이 왜 전 세계에서 큰 화제가 된 이유는 뛰어난 형식미와 연기 덕분
사장님이 미쳤어요가 아닌 요즘 넷플릭스가 미쳤어요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드라마를 쏟아내고 있네요. 한국은 <폭싹 속았수다> 열풍에 물들었지만 전 세계는 <소년의 시간>에 폭삭 빠졌습니다. 두 드라마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드라마가 모두 좋습니다. 다만 <폭싹 속았수다>는 다소 한국적인 정서가 가미되면서도 그 안에 부모님의 희생이라는 보편 감성이 녹아져 있다면 <소년의 시간>은 현재 일어나는 사건을 비린내가 날 정도로 날것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 드라마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고 중간에 보다 만 분들이 참 많을 겁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 전 명작은 아니지만 시의성과 놀라운 형식과 연출 그리고 연기에 깜짝 놀랐네요.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할 정도로 엄청난 드라마가 나왔네요.
하나의 씬으로 만들어진 원씬 드라마 <소년의 시간> 촬영 과정
4부작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13세 소년의 범죄를 다루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두 경찰의 차 안에서의 대화가 이어지고 무전을 받고 바로 출동을 합니다. 놀랍게도 무장을 한 경찰이 집을 부스고 2층에 있는 13살 중학생인 제이미를 체포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드라마가 컷이 없습니다. 경찰이 급습하고 놀라서 바지에 오줌을 싼 제이미가 옷을 갈아입을 때는 가족을 보여 주다가 호송 차량에 탄 제이미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경찰서에 도착해서 각종 조사를 받고 DNA 수집과 알몸 검사를 하고 가족 중 아버지와 국선 변호사가 경찰 앞에서 사건 내용을 소개받을 때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하나의 씬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꽤 봤죠. 대표적인 것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버드맨>도 있고 <1917>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눈썰미가 있는 분들은 이어 붙인 장면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롱 테이크 장면을 여러 개를 이어 붙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영화는 원 컨티니어스 영화라고 하지 원 테이트 원샷 영화라고 하지 않습니다. <소년의 시간>은 다릅니다. 솔직히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 관심 많은 분들은 언제 끊어지나 기대하면서 봅니다만 1화 전체가 그냥 실제로 한 번에 촬영했습니다. 이어 붙인 장면이 하나도 없어서 급하게 검색에 들어가니 한 번에 촬영한 드라마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총 4화는 총 4개의 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연출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이자 아버지 역으로 나오는 Stephen Graham와 또 다른 연출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Jack Thorne이 놀라운 드라마를 만들어 냈습니다. 총 4주 동안 시나리오와 예행연습을 현장을 보면서 진행했고 하루에 2번 시도해서 가장 좋은 걸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연속 촬영은 짐벌 카메라와 드론을 이용했고 이게 요즘은 기술적으로 쉬워진 덕분에 가능하다고 해도 배우들의 연기가 문제입니다. 긴 대사를 오랜 시간에 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 3화에서 제이미를 연기한 '오엔 쿠퍼'의 연기는 엄청납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배우가 이 드라마가 데뷔작이라고 하네요. 마법 같다고 할까요? 엄청난 형식미에 깜짝 놀랐네요.
보통 이런 영화들의 문제점은 드라마의 재미나 의미나 주제의식이 형식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크닉만 남고 내용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죠. 물론 <1917>이나 <버드맨>처럼 뛰어난 영화도 많지만 기술 과시형이라면 드라마는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보다 보면 왜 드라마가 원씬이자 스트리밍 방송처럼 드라마 속 시간과 재생시간이 동일하게 만든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1917> 같은 경우 잠시 시간이 흘러간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 <소년의 시간>은 내가 보는 시간과 드라마 속 시간이 동일합니다. 이러면 어떤 효과가 나오냐. 내가 CCTV 속 영상을 보는 느낌이자 생동감이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되고 드라마 속 인물이 되어서 이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서 보는 느낌이 들어요. 마치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소년의 시간>에 담고자 하는 주제와 메시지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13세 소년 제이미가 무장 경찰에 의해 경찰서로 이송됩니다. 각종 절차를 거치고 범행 장면이 찍힌 CCTV를 아버지와 변호사가 함께 봅니다. 이게 1부의 내용이고 2부는 형사들이 학교에 찾아가서 왜 제이미가 그런 끔찍한 범행을 했는지 조사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3부는 제이미와 상담사의 상담 장면이 나오고 4부는 제이미를 감옥에 보낸 가족들의 고통이 가득 묻어 나옵니다.
드라마 자체는 별거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수 없이 본 10대 청소년의 잔혹한 범죄 행위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청소년 범죄를 접하면 부모 욕하고 감옥에 넣어야 하고 끝입니다. 더 깊게 알려고 하지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단절되었죠.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서 잔혹한 짓을 참 잘합니다. 아니 요즘 아이들이 아니죠. 모든 세대들이 10대 그것도 시궁창 같은 시기인 중학교를 지나옵니다.
저도 제 인생 중에 가장 도려내고 싶은 시절이 있는데 그건 바로 중학교 시절입니다. 가장 두려웠던 시기이자 폭력에 매일 노출된 시기였습니다. 사춘기 시절인 중학교 때는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중간함 속에서 폭력에 쉽게 노출됩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은 뭘 해도 되고 안 되는지도 잘 구분도 못합니다. 그래서 각종 사회 범죄를 보면 중학생이 저지른 것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문제가 수십 년 간 쌓여 있으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잘 분석하고 대처하면 되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경찰입니다. 제이미 수사를 맡은 경찰은 여자 경찰과 함께 학교에서 증인이나 증언을 듣고 싶어 하지만 아이들에게 놀림만 당하고 나옵니다. 보다 못한 경찰 아들이 인스타그램의 이모티콘 하트 색깔 의미가 뭔지 피의자인 여학생의 실제 모습과 어른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알려줍니다.
<소년의 시간>은 어떤 메시지나 주제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냥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심문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마치 스트리밍 영상이라고 할 정도로 생동감 넘치게 보여줄 뿐입니다. 그걸 통해서 요즘 10대 청소년들이 SNS로 인한 피해와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점점 폭력적인 10대 청소년들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또한 4화에서는 감옥에 간 아들을 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나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도 잘 보여줍니다. 모든 것이 날 것 그대로이고 생동감 그 자체입니다. 저는 보면서 학교에서 큰 범죄가 일어나면 어떻게 반응하고 돌아가는지도 특히 가족들의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져서 대단한 드라마라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꼭 보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게 다입니다. 13세 소년의 범죄와 가족들의 고통을 스트리밍으로 보여주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뛰어난 형식미와 대사 그리고 주인공 제이미를 연기한 '오웬 쿠퍼'의 연기에 깜짝 놀랐네요. <소년의 시간>의 촬영 과정이나 사용 카메라 등의 이야기는 따로 하겠습니다.
형식에 놀라고 그 놀라운 형식을 통해서 현재 전 세계 중학교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놀라운 드라마임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그래서 진짜 범인이 누군데라는 스릴러로 접근하실 분들에게는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별점 : ★ ★ ★ ★
40자 평 : 세상을 보는 창을 넘어서 경험하게 하는 놀라운 형식의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