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탓만 시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계몽 영화 계시록
보면서 크게 3개가 떠올랐습니다. 신민재라는 배우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범인이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외모나 연기 모두 아주 뛰어나네요. 또 하나는 지루하다는 겁니다. 정말 초반 중반까지는 너무 지루해서 틱톡을 하면서 봤네요. 별다른 이야기도 없고 그 흔하디 흔한 액션 하나 없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생각은 제작비 엄청 적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독립 영화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가지 않을까 할 정도로 볼만한 액션도 화려한 미장센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할 정도로 모든 것이 별로였습니다. 이에 SNS에 재미없다고 적었다가 20분 남겨 놓고 그나마 뭔가를 내놓네요. 그 20분이 영화 전체를 살렸다면 살렸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그 20분도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폼은 좀 떨어져 보이네요.
연상호 감독의 영화 계시록의 줄거리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제작 총괄을 맡았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고 하죠. 그러나 이 영화에서 쿠아론 감독의 손길이 닿았는지 안 닿았는지 흔적은 느낄 수 없습니다. 이 영화는 오로지 연상호 감독의 향기만 가득합니다. 연상호 감독은 꾸준히 사이비 종교 또는 종교 또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했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사이비>이고 넷플 드라마는 <지옥 1,2>입니다. 지옥은 시즌 2에서 거의 말아먹어서 시즌 3은 안 나올 듯하네요.
연상호 감독의 드라마나 영화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어쩔 때는 좋았다가 어쩔 때는 안 좋았다가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넷플 영화 <계시록>은 추천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정말 재미가 없네요. 다만 후반 20분 남겨 놓고 그나마 뒤집기를 하고 기술도 잘 들어간 편입니다. 그러나 영화 초반 중반까지는 한숨과 한심하다는 생각만 가득 드네요. 내용도 별로고요. 물론 의미는 아주 좋습니다. 다만 그걸 너무 어설프게 표현을 해서 엮었네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성민찬(류준열 분)은 개척 교회 목사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신도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는 걸 알게 됩니다. 여기에 새로운 대형 교회가 같은 동네에 세워지는 걸 알게 되자 불안감은 커집니다. 이때부터 뭐든지 계시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종교인들이 빠지는 헛 믿음이 계시입니다.
어떤 일이 터지고 발생하면 이유를 찾아서 다시는 발생하지 않거나 대비를 하는 것이 이성적인 인간의 판단이죠. 그러나 광신도들이 하는 행동은 좀 다릅니다. 이유를 물어보면 계시라고 합니다. 기승전 계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죠. 이런 민 아들이 사라졌다는 아내의 전화에 목사 민찬은 단박에 낮에 찾아온 딱 봐도 범인인 권양래(신민재 분)를 찾아갑니다.
그렇게 무턱대고 권양래 집 앞에 찾아가서 그의 차량을 뒤쫓습니다. 그러다 산에서 두 사람이 몸 싸움이 일어나고 권양래가 바위에 부딪혀서 쓰러지자 목사 민찬은 그를 벼랑 밑으로 던져 버립니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이연희(신현빈 분) 형사입니다. 자신의 동생이 권양래에게 납치되어서 며칠 동안 감금이 되었다가 풀려납니다. 이후 동생은 마음고생을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립니다. 이연희 형사는 동생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자책감에 괴로워하죠. 이러던 중에 개척교회를 다니던 여중생이 사라지는 사건이 터집니다. 이후 세 사람은 얼키고 설킨다는 내용입니다.
잘못된 믿음에 기대면서 사는 우민들을 위한 계몽 영화
추천하지 않습니다. 재미도 별로고요. 류준열의 목사 연기도 참 별로입니다. 목사 같지 않고 종교인 같지도 않습니다. 류준열이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닌데도 참 어설퍼 보이네요. 배우 신민재 혼자 하드캐리한다고 할 정도로 연기는 신민재 혼자 한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주변 인물도 거의 없습니다. 곁가지 이야기도 없고요.
다만 여중생이 살아 있냐 죽었냐에 관한 관심꺼리가 놓여 있는데 이게 크게 궁금하게 하지도 않습니다. 보면서 왜 성민찬 목사가 계시에 미쳐버리는지 그 과정이 잘 설득되지가 않네요. 개연성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개척 교회 목사인데 새로운 대형 교회가 생기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아내는 바람을 피우고 아들은 사라졌다고 하니 미쳐버린 듯합니다.
다만 영화 후반 교수가 말하는 내용이 참 와닿네요. 평소에 제가 종교에 대한 관점이자 시선이 그대로 담겨서 깜짝 놀랐네요. 많은 사람들이 종교와 미신과 헛된 믿음에 빠지는 이유는 다 이 세상이 너무나도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차에 치어서 죽을 수 있습니다. 원래 세상이 그렇게 돌아갑니다. 이런 천재지변 같은 사건 사고는 이유가 없습니다. 우연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밖에 없죠. 그러나 우리가 그런가요? 원인을 찾으려고 하죠. 세상일 7할은 이유 없이 일어나고 알 수도 없습니다. 그 낙엽이 내 어깨에 떨어질지 우리가 어떻게 압니까? 먼 미래에 모든 것을 계산해서 근 미래를 예측하는 세상이 되면 그나마 좀 나아지지 대부분은 모르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그 모르는 걸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죠. 사이비 종교인이 그렇고 사기꾼이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의 말에 혹하는 게 또 우리들입니다. 또한 모든 걸 자기 책임이라고 하는 이연희 형사 같은 사람도 참 문제입니다. 내 탓이 아닌 것도 내 탓이라고 해요.
반대도 있죠.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다. 중국 때문이다. 북한 때문이다. 때문이다 병에 걸린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모든 걸 남탓이라고 해요. 아이들이 남 탓 잘하죠. 그래야 편안하고 안 혼나는 줄 알아요. 그런데 어른이 그러면 그 사람은 좋은 어른이 아닙니다.
사이비와 사기꾼들의 천국인 한국
모르긴 몰라도 한국에서 시작된 사이비 종교가 엄청 많을 겁니다. 한국에 사이비 종교가 창궐하는 이유는 다 우민들 때문입니다. 얼마나 사리분별을 못하면 사이비를 믿을까요? 그러나 이해는 갑니다. 사람 마음도 몸처럼 병이 들면 약해지고 마음에 병이 들면 사이비 종교에 기대게 됩니다. 그만큼 우리 한국 사람들은 마음들이 외력에 쉽게 무너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기꾼들은 또 얼마나 많은데요. 법슬아치들이 관대한 판결로 사기죄는 쉽게 풀려납니다. 최근에 슈퍼개미로 유명한 분이 풀려나는 걸 보면서 대단한 사기공화국이라고 생각되더라고요. 한탕해 먹고 감옥에 좀 살다 나오면 사기로 번 돈으로 남은 여생 편하게 버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게다가 원인을 분석하기 보다는 그냥 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1차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습니다. 외모만 보고 범인이라고 낙인찍는 풍습은 얼마나 많나요. 25년 전에 학교에 네트워크 공사를 하러 작업복 입고 갔더니 하대하던 선생님이 다음날 양복 입고 가니 커피부터 타주는 모습에 어제 그 사람이 저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영화 자체는 재미가 없네요. 좀 더 매끄럽고 화려하게 담았으면 하는데 이게 약하네요. 문제 해결도 교수가 강의하면서 풀어가는 방식도 너무 촌스러운 방식입니다. 하기야 뭐 연상호 감독이 영화 연출 잘해서 인기 높은 것도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지만 연상호 감독이 한 단계 발전하려면 좀 더 치열했으면 하네요.
별점 : ★ ★
40자 평 : 방향이나 주제는 좋은데 연출 연기 재미 모든 것이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