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빠져 버린 폭싹 속았수다 이미 올해의 드라마로 등극
폭삭 빠져 버렸습니다. 정말 폭삭 빠져서 웃다가 울다가 하면서 봤네요. 그래도 다행인 건 4화 중에 3화까지만 봤고 나머지 1화는 아껴서 볼 겁니다. 다행인 건 이 <폭싹 속았수다>가 4부작 드라마가 아닌 매주 금요일 4부씩 총 16부작이라는 겁니다. 2025년 봄은 <폭삭 속았수다> 덕분에 더 화사한 봄이 될 듯하네요.
넷플릭스 드라마 전 세계 순위 6위로 출발한 <폭싹 속았수다>
넷플릭스 전 세계 드라마 순위 6위로 출발했습니다. 기대 이상의 선전입니다. 이 드라마가 핸디캡이 참 많습니다. 먼저 이 <폭싹 속았수다>의 이야기가 로컬 드라마라서 한국인도 제주도 방언으로 들어야 합니다. 물론 안 들리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그 나라 언어로 번역되기에 언어의 장벽은 없다고 해도 한국의 현대를 좀 알아야 합니다. 다만 이 1950년대부터 90년대를 경험한 다른 나라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공감대는 비슷할 겁니다.
그럼에도 뒤웅박 팔자라고 하는 여성 서사에 크게 반응하는 나라들은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네요. 색이 짙을수록 상위권 순위이고 10위 안에 들어야만 색이 칠해집니다. 보시면 미국이나 유럽은 거의 안 보이죠.
그럼에도 미국 타임지 등의 해외 언론에서 올해 최고의 K드라마 등의 극찬을 하고 있고 제가 봐도 지난 몇 년 간 넷플릭스에서 나온 드라마 중 최고입니다. 감히 말하지만 <오징어 게임 1,2> 모두 합친 것보다 좋습니다. <중중외상센터>도 좋은 드라마인데 전 단연코 <폭싹 속았수다>를 꼽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우리 부모님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간간히 들어간 유머도 꽤 달콤합니다.
아이유가 가장 걱정이었던 <폭싹 속았수다> 그러나 걱정을 날려버리다
가수 아이유를 좋아합니다. 자주 많이 듣고 들을 노래가 없으면 배경음으로 아이유 노래 틀어 놓습니다. 그러나 배우 이지은은 큰 믿음이 없습니다. 다만 드라마 <아저씨>를 통해서 배우 아이유로 변신을 했고 이후 아이유의 연기는 분명 크게 늘었습니다만 여전히 저는 아이유에 대한 믿음이 높지 못합니다.
1화 2화를 보면서 아~~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2화 후반부터 제 불안한 눈길은 사그라들었습니다. 아이유가 배우 활동명 이지은 대신 아이유로 내세우듯 아이유의 연기는 당당해졌고 꽤 연기를 아주 잘합니다.
모든 배우가 완벽한 연기를 하는 놀라운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는 시대물입니다. 1950년에 시작해서 현재까지 1993년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질 듯합니다. 이런 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을 연기하려면 배우들의 연기가 잘 갖추어져야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박보검이라는 아이돌 스타 같은 배우의 연기도 걱정이 좀 있었지만 박보검이 얼굴만 잘 생긴 배우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서 걱정은 안 했지만 그럼에도 기대 이상의 연기를 잘 보여주네요. 무쇠 같은 양관식 연기를 정말 우렁차게 잘합니다.
1화는 주인공 애순의 어머니로 나오는 염혜란 배우와 아역 배우가 하드캐리합니다. 보고 있으면 어머니 또는 할머니 생각이 너무 나네요. 이외에 조연으로 나오는 배우들 하나하나가 빛이 납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우리네 부모님을 떠올리게 하는 보편과 공감대 높은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먹고살기 힘든 시기에 한 마을에서 하는 관식(박보검 분)과 애순(아이유 분)의 러브 스토리입니다. 어떻게 보면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와 비슷한 모습이기도 하죠. 실제로 3화 전까지는 애순과 관식이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플롯도 숨겨 놓은 이야기를 후반에 푸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그러나 <동백꽃 필 무렵>을 쓴 작가 임상춘이 2004년 개봉한 영화 <인어공주>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보입니다. 이 2000년대 초반은 한국 영화 르네상스 시대라서 엄청난 영화들이 매달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영화 산업이 관객이 많이 들지도 않았죠.
이 <인어공주>를 작년에 보고 너무 울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2024년에 본 영화 중 단연코 1위였습니다. 안 본 분들이 있다면 꼭 보시길 강권합니다. 이 <인어공주> 이야기가 제주도에 사는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전도연이 엄마와 딸 연기를 하는데 연기가 엄청납니다. 여기에 당시 제주도 풍광도 참 잘 담았고요. 무엇보다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다는 이야기에 푹 빠지면서 봤네요. 이 <인어공주>의 확장판처럼 느껴지고 무려 6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해서 16부작으로 만든 드라마가 <폭싹 속았수다>입니다.
보편적인 너무나도 보편적인 이야기입니다. 명절 때 이동하는 차 속에서 듣는 엄마 아빠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재미가 있냐고 할 수 있는 데 있습니다. 흔한 이야기 보편적인 이야기도 제대로 담으면 내 이야기, 내 가족 이야기로 생각해서 푹 빠지면서 보게 되죠. 그 보편의 힘이 엄청난 드라마가 <폭싹 속았수다>입니다.
이야기는 관식과 애순의 10대 시절의 사랑 이야기를 담는 1960년대와 애순이 아이유 같은 딸을 낳고 키우는 1993년 그리고 현재를 배경으로 합니다. 따라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엄마 아빠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드라마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들이 대체적으로 자극적인 소재와 이야기가 많은데 오랜만에 맑고 건강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드라마가 나왔네요.
제가 가장 강력한 힘을 느낀 이야기는 관식의 무쇠 같은 사랑입니다. 그 어떤 외압과 내압 속에서도 견디는 사랑의 힘을 보고 있노라면 우락부락한 근육맨이 상남자가 아니고 저 거대한 나무 같은 사람이 진짜 상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서사를 이끄는 캐릭터는 애순입니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고 하잖아요.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도 하고요. 지금은 양성평등이 룰이고 이걸 깨면 큰 사달이 나지만 10~20년 전만 해도 여자들은 많은 불평등을 겪었습니다.
이는 우리 주변의 여동생, 누나, 엄마를 통해서 남자들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김원석 감독, 임상춘 작가가 만나서 꽃을 피우다
영화계에는 봉테일 봉준호 감독이 있다면 드라마계에는 디테일의 장인인 김원석 감독이 있습니다. 뭐든 디테일에서 좋은 품질이 나오죠. 드라마를 곳곳에서 추억의 마중물이 되는 소품이나 장면이 꽤 나옵니다. 저는 아랫목에 밥그릇을 넣는 장면에서 감탄을 했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가면 보온밥솥이 없던 시절이라서 아랫목에 밥그릇을 놓고 이불로 덮어 놓았습니다.
그 밥은 삼촌들이 먹을 밥이었죠. 작은 삼촌 댁에서 눈칫밥을 먹는 애순이와 달리 친 자식에게 줄 밥만 챙기는 모습이 한 장면으로 오버랩되는 장면 하나하나가 장인의 손길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에 제주도의 유채꽃밭 풍경과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치는 이 드라마의 품격을 하늘로 날려 올립니다.
그럼에도 드라마나 영화의 뼈대는 시나리오입니다. 임상춘 작가의 필력에 감탄과 감탄과 감탄을 하게 됩니다. 반복적인 대사를 통해서 두 사람의 상태와 심정을 표현하는 대사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독특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4편씩 묶어서 한 사람의 흐름을 담습니다.
사람도 하나의 계절임을 요즘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봄을 지나 여름을 겪고 최근 가을의 중심에 들어가는 느낌을 가득 느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꺼져간다고 생각되니 나중에 하지 뭐! 라는 생각 대신에 놓아줘야겠다. 이건 포기해야겠다. 아득바득 살아서 뭐하나? 베풀면서 살아야지 등등 내가 움켜쥐고 있는 것 중에 쓸데없는 것들은 놓아주고 있습니다. 슬픈 생각도 많이 들지만 동시에 중요한 것이 뭔지 깨닫는 현명함을 느끼게 되네요.
드라마는 봄 4편, 여름 4편 이런 식으로 4편씩 매주 금요일 공개한다고 하네요. 한 사람의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는 아이디어 자체가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습니다. 계절을 하나의 장치로 활용하려면 제작기간도 길어야 합니다. CG로 계절감을 표현할 수도 있는 시대지만 그거 관객이 다 압니다. 진짜로 찍어야죠. 눈 정도는 인공 눈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가능하면 그 계절에 그때 찍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 세대 전에는 제작 기간이 1년 이상인 영화들도 많았습니다. 그 계절감을 찍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면 1년을 기다리기도 했고요. 지금은 CG로 때우는데 이게 참 설 익어 보이죠. 이 드라마는 제작기간이 1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모든 계절을 담아야 하기에 꽤 긴 시간 동안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박찬호 감독과 봉준호 감독과 일을 했던 세계적인 미술감독인 류성희가 참여했습니다. 어쩐지 시대 재현이 허투른 구석이 없네요.
봄에 만나는 봄 같은 영화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전 사기꾼 이야기인가 했네요. 봄에 봄 같은 드라마가 펼쳐졌네요. 다시 말하지만 영화 <인어공주>를 보고 보시면 더 좋을 겁니다.
부모님 세대에 대한 헌정시 같은 <폭싹 속았수다> 강력 추천하는 드라마입니다.
별점 : ★ ★ ★ ★ ★
40자 평 : 계절을 통해 본 우리네 부모님들의 삶에 대한 대서사를 담은 헌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