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도 아닌 4류 코미디 영화 아마존 활명수
넷플릭스에 올라온 <아마존 활명수>에 대한 평이 너무 좋지 않아서 봤습니다. 너무 궁금해서요. 대체 수준이 어느 정도이길래 코미디 영화가 단 한 번도 웃기지 못할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확인했습니다. 궁금증도 풀렸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본 영화 중 최악의 영화네요. 아! 어떻게 쌍팔년도에나 만들법한 저질 코미디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참 기가 찰 정도입니다.
제작사가 CJ ENM이라는 무명의 제작사도 아니고 배급사도 기생충으로 유명해진 바른손이앤에이입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김창주라는 편집 기사로 유명한 분이 영화 연출까지 했고 무엇보다 이런 저질 시나리오를 만든 각본가가 가장 큰 문제로 느껴지네요.
각본, 연출 그리고 연기까지 다 엉망진창인 <아마존 활명수>
각본가 배세영을 보니 이 영화가 나온 이유가 좀 보이네요. 배세영 작가는 2007년 데뷔해서 2019년 <극한직업>에서 각본, 각색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영화들은 성적이 안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인생은 아름다워>도 촌스러운 시나리오였고, <우리는 형제입니다>, <원더플 고스트> 등등 전체적으로 성적이 안 좋은 영화들의 연속입니다. 그나마 2018년 중박이상이 난 <완벽한 타인>이 각본이 눈에 띄는데 이 영화는 다른 나라의 영화가 원작입니다.
직접 창작한 영화들의 성적 중에 <극한직업>이 있지만 이것도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문충일 작가의 각본이고 이걸 다듬은 각색이 배세영 작가입니다. 이렇게 각색은 나름 잘 하는데 창작력은 떨어집니다. 그럼 꾸준히 각색가로 활약하는 것이 좋을 듯하네요. 여기에 감독도 참 문제입니다. 각색가인 강효진이 맡았다가 편집기사인 김창주가 맡습니다.
이렇게 영화 제작 중간에 선장이 바뀌는 영화치고 잘 나오는 영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영화에 기대는 건 감독도 작가도 아닙니다. <극한직업>으로 초대박을 낸 류승룡, 진선규가 출연하기에 또 다른 <극한직업>을 예상하게 되죠. 또한 그 배우가 그 영화를 선택했다는 건 그 배우에 대한 신뢰감을 올리거나 떨굽니다.
감히 말하지만 앞으로 류승룡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는 무조건 색안경 끼고 봐야 할 듯 하네요. 닭강정까지는 좋았습니다. <무빙>, <킹덤> 등등은 좋은데 <인생은 아름다워>, <아마존 활명수> 영화로 인해 앞으로는 거리를 좀 둬야겠네요. 이보다 더 실망한 건 빵식으로 나온 진선규 배우입니다. 두 배우의 시너지가 아닌 둘 다 따로 놀고 특히 빵식이라는 캐릭터는 혼자 애니메이션 찍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혼자 붕 떠 있는 캐릭터네요.
아마존 원주민의 도시 상경기? 이미 많이 본 스토리 아닌가?
과거의 사람을 현재에 데려다 놓고 원시인을 도시에 데려다 놓고 그 문화적 충격을 담은 영화들은 숱하게 나왔고 이제는 먹히는 코드가 아닙니다. 모르죠. 익숙한 라면도 장인이 끓이면 맛이 다르기에 익숙한 소재라도 잘 끊이면 또 다르겠죠. 그런데 연출 경력이 많지 않은 감독과 히트작이 딱히 안 보이는 각색가 출신의 각본가의 손이 닿고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닌데 혼자 고군분투하는 것이 오히려 안 쓰러워지면 말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볼만했습니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진봉(류승룡 분)은 볼레도르 금광을 알리기 위해서 볼레도르 양궁 국가대표를 만들어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임무를 명 받습니다. 이유는 볼레도르에 금이 많은데 이걸 아는 사람이 없고 국제 홍보를 위해서 금메달을 따야 합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하죠.
그런데 한국의 한 기업이 알 정도면 금방 개발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국제적인 개발회사들이 돈을 싸들고 찾았겠죠. 오히려 알리지 않은 것이 더 낫고 국유화해서 개발 수익을 개발회사와 나누면 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금 많다고 알린다? 오히려 금을 노리고 테러단체나 이웃 나라가 쳐들어갈 구실만 만들죠. 게다가 남미잖아요. 남미는 지금도 쿠데타가 자주 일어나는 나라들입니다. 이 설정 자체가 무리수입니다. 그럼에도 태글 걸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보다가 확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데
진봉이 아마존 상공에서 헬기 추락으로 원주민들에게 잡힙니다. 그렇게 죽을 위기에서 진봉이 야이 시키야! 에 원주민 시카가 반응하고 이봐!!라고 했다고 이바라는 원주민이 반응합니다. 이건 뭐 80년대 동네 골목 유머인 퀴즈대회에서 자꾸 칠래! 를 보고 칠레라고 해서 퀴즈를 맞히고 자꾸 밀래~~라고 했다고 화가 밀레를 맞추는 쌍팔년도 유머에 기가 막힙니다.
더 놀라운 건 원주민들이 손 씻는 물을 벌컥 마실 때 한숨만 나옵니다. 유머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툭 튀어나올 때 놀라고 웃음이 절로 튀어나오는데 다 예상 가능한 유머입니다.
원주민에 대한 선입견을 그대로 구현한 저질 유머 코드
80~90년대 코미디에서는 흑인을 표현하기 위해서 검은색 옷을 입고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흑인을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욕먹습니다. 유머는 누구를 비하할 목적이 없다고 해도 당사자가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 그 표현을 지양해야 합니다.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을 보고 눈을 찢고 칭챙총이라고 하면 기분 좋아할 동양인들이 없습니다.
그런데 원주민에 대한 전형적인 선입견 예를 들어서 동물을 컨트롤 하고 베란다에 모닥불을 피우는 등은 너무 과한 설정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날고기를 좋아한다는 건 좀 심한 설정입니다. 우리 인류가 화식을 한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날고기를 추구하다뇨. 게다가 딱 봐도 원주민 느낌이 나는 배우들도 아닙니다. 누가 봐도 비싼 헤어숍에서 파마를 한 듯한 느낌도 강합니다.
아마존에서는 활의 명수였지만 양궁에 적응하지 못하다 악어 인형을 놓으니 악어 인형에 화살을 맞히는 설정은 원주민을 바보로 아는 설정이죠.
진선규 캐릭터는 오히려 안 나오는 게 나았다
여기에 감초 역할로 나온 통역사 빵식(진선규 분)은 오히려 영화의 흐름과 재미를 더 떨굽니다. 설정 자체가 너무나도 이상합니다. 무슨 구독자가 있다고 구독자 갈구하고 통역도 제대로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올 때마다 짜증이 날 정도입니다. 전형적인 과장된 캐릭터입니다. 유일하게 과장하지 않고 자기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진봉의 아내 수현을 연기한 염혜란입니다. 염혜란 배우가 아깝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류승룡은 고군분투하고 노력은 하는데 영화 스토리와 연출이 아주 저질이다 보니 억지로 연기하는 느낌까지 듭니다.
영화관에 관객이 없다고 징징거리기 전에 이런 영화나 만들지 마라
요즘 영화관에 사람이 없고 상영할 영화도 없다 보니 재개봉 영화들이 가득하다고 하죠. 코로나도 끝났는데 왜 이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현재의 영화관 붕괴를 만든 것은 2023년부터 차곡차곡 쌓다가 2024년에 터진 졸작 영화들의 연속이었죠.
해외에서는 마블표 영화들이 말아먹고 있고 한국은 롯데시네마, CJ ENM 등의 대형 영화 제작 배포 사가 졸작들을 많이 내놓네요. 영화 <파일럿>이 흥행에 성공했다고 새로운 발견이라고 하는 분도 있는데 볼만한 영화가 없다 보니 본 사람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들이 늘면 늘수록 영화관 갈 돈으로 5,000원 내고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 가입하면 무료로 볼 수 있는 넷플릭스를 보겠죠.
1만 5천 원이라는 영화관람료 시대에 이런 영화가 나오는 것이 아이러니하네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관람료가 지난 3년 사이에 40% 올랐으면 재미도 40% 이상 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40% 이상 하락했네요. 이번 주도 몇 개의 한국 영화가 개봉하는데 볼 생각이 없네요. 이미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상태라서 영화관람료 아끼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