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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TV 예능 프로그램을 끊은 3가지 이유

썬도그 2024. 7. 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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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한 때 즐겨 보던 <동네 한 바퀴>가 나오기에 봤습니다. 동네 탐방 다큐 지향 예능 교양 프로그램으로 동네 구경하기 좋아하는 저에게는 아주 즐겨 봤던 방송이었죠. 그런데 이 방송에서 이상한 장면들이 꽤 보입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역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안 보는 게 낫겠구나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네요. 

 

내가 예능 프로그램을 안 보는 이유 3가지 

드라마는 잘 되면 방송사에 큰 수익을 제공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서 망하면 리스크도 큽니다. 특히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 서비스가 진출하면서 천정부지로 오른 드라마 제작비를 따라갈 수 없는 메이저 방송사들은 아예 드라마 제작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만드는 프로그램이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제작비도 적게 들고 시청률도 제작비 대비 좋은 편이라서 수많은 예능인과 연예인들이 다양한 예능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예능 중에는 교양 예능과 다큐멘터리 예능도 있지만 확실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1. 우연을 가장한 연출 예능 교양 프로그램 

내가 TV 예능 프로그램을 끊은 3가지 이유

<동네 한바퀴>에서 진행자는 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만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많이 보여줍니다. 이에  반갑게 인사하는 분들이 참 많죠. 좀 이상하긴 합니다. 전 방송국 카메라와 연예인이 다가오면 공중파에 얼굴 드러나는 것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다들 반갑게 맞이합니다. 

 

전 그게 편집의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다 섭외의 결과입니다. 우연히 만난 듯한 동네 주민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넘어서 그 주민의 집까지 찾아가는 장면에 저럴 수가 있나? 있을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저 멀리 반갑게 인사를 하는 주민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립니다. 

 

응?????  50미터나 떨어진 할머니의 목소리가 저렇게 선명하게 들린다고? 그때 알았습니다. 마이크를 찼구나. 이게 다 섭외의 결과구나라는 것을요. 제가 순진했죠. 아니 어찌나 섭외된 시민들의 연기가 좋은지 깜박 속았네요. 이런 제 말에 다들 그걸 속냐. 그것도 모르냐는 핀잔들이 마구 들리네요. 

 

그러나 실제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을 담는 방송도 있긴 하잖아요. 지금은 사라진 <다큐 3일> 같은 경우가 그렇지 않을까요? 물론 이것도 따지면 섭외를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우연히 담은 걸 초상권 허락받고 찍는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리얼 빙자 예능이 많아져서 어디까지가 리얼이고 어디까지가 연출인지 알 수가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밝히면 좋지만 밝히지 않죠. 그냥 리얼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다 연출이야 식으로 만드는 것 같네요. 우연과 연출은 크게 다릅니다. 우연은 다큐이고 연출은 시나리오가 있는 영화나 드라마입니다. 즉 논픽션과 픽션의 차이죠. 그러나 한국 예능은 논픽션 빙자 픽션이 많네요. 

내가 TV 예능 프로그램을 끊은 3가지 이유

제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논픽션이기 때문입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주는 재미는 어떤 것으로도 대처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야구 예능 프로그램은 안 봅니다. 어차피 경기 결과가 다 나온 걸 재편집해서 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물론 경기 결과는 방송 전에는 모른다고 해도 현장성이 떨어지는 스포츠 예능은 예능이지 스포츠가 아니라서 안 봅니다. 

 

2. 형 동생하는 연예인들 친목 도모의 장으로 변질된 예능 프로그램

내가 TV 예능 프로그램을 끊은 3가지 이유

예전에 한 연예인이 그러더라고요. 방송은 시청자라는 대중을 향해서 보여주기에 아무리 친하고 나이가 많고 적고를 따지지 않고 모두 호칭을 ~~ 씨라고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게 맞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예능을 보면서 모두 친분, 선후배를 떠나서 공적인 방송에서는 ~~ 씨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부터 가끔 형, 동생, 친구, 선배 같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호칭을 방송에서 하는 모습이 가끔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 씨라고 부르기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냥 대놓고 형 동생하는 모습이 너무 진해졌네요. 보면서 그냥 자기들끼리 수다 떠는 걸 내가 왜 봐야 하지?라는 현타에 예능 방송을 끊었습니다. 

 

돌아보면 내가 소비한 수 많은 시간 중에 가장 허망한 시간이 연예인들끼리 하는 수다를 경청한 그 시간들이었습니다. 친목 도모의 도구가 예능은 아니잖아요. 사회자와 게스트의 친분은 친분이지 그걸 사적인 장소에서 떠드는 걸 그대로 담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연예인 사생활에 엿보는 것도 악취미 느낌이 들다

내가 TV 예능 프로그램을 끊은 3가지 이유

연예인 사생활 관찰 예능이 아직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연애하고 결혼하고 애 낳아서 키우고 혼자 살고 이혼해서 돌싱이 되어도 예능은 연예인들의 모든 것을 관찰 예능으로 만드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가장 황당했던 건 이혼한 연예인 또는 유명인의 관찰 예능입니다. 아니 이제는 쳐다볼 것이 없어서 이혼하고 혼자 사는 걸 담는 것까지 봐야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이런 사생활까지 예능으로 소비해야 하는 저 연예인 또는 유명인의 삶도 참 고달프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관찰 예능의 핵심 키워드는 관음입니다. 남 사는 것을 쳐다보는 예능이 넘친다고 하지만 내 삶도 바쁘고 복잡하는데 남의 삶을 들여다보고 훈수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 봅니다. 정작 연예인들은 날 모르고 나에게 관심도 없는데요. 이런 거 보는 시간에 내가 관심 있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한국 예능 방송 안 본 지 꽤 되었네요. 

내가 TV 예능 프로그램을 끊은 3가지 이유

그렇다고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안 보는 건 아닙니다. 지금도 무한도전 클립을 유튜브에서 넋 놓고 볼 때가 많습니다.  <무한도전>은 연출과 리얼을 봐도 알 수 있게 잘 만들었고 리얼 빙자가 아닌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가장 만들었던 프로그램이기도 하죠. 어디까지가 리얼이고 연출이고 연기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고 수많은 우연 속에서 웃음을 집어내는 방송국 장인들이 참 많았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내가 TV 예능 프로그램을 끊은 3가지 이유

예능은 웃을 일 없는 요즘 세상에 단비 같은 미소와 웃음을 제공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지금은 리얼 빙자 연출도 많고 연예인들 친목도모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관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재미가 있을까 하고 안 보게 되네요. 

 

좋은 점도 있습니다. 예능 볼 시간에 좋은 영화 좋은 드라마 보면서 나를 돌아보고 세상을 돌아보고 있는 시간을 늘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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