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알못들을 위한 국립수목원의 실내식물 관리 매뉴얼
아파트가 오피스텔보다 좋은 점은 발코니가 있어서 좋습니다. 발코니는 서비스 공간으로만 인식하지만 이 발코니는 여름과 겨울의 외부 온도를 잠시 가두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겨울에는 외부 온도를 실내까지 전달하지 않는 기온 완충지대를 형성합니다. 그래서 아파트는 겨울에도 보일러 안 켜도 20도가 되지만 발코니 확장을 해서 벽을 튼 집이나 발코니가 없어서 외벽 하나 사이로 실내가 되는 오피스텔은 겨울에 무척 춥습니다. 그래서 난방비가 더 들어가죠.
이 발코니 공간은 아파트가 가지지 못하는 공간인 마당 역할도 합니다. 저는 이사 가면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갈까 고민 중입니다. 제가 마당을 선호하는 이유는 개나 고양이 때문이 아닌 오로지 식물 때문입니다. 코로나 시국 이전부터 식물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죽어가는 식물들을 보면 안타까워서 민원을 넣습니다.
식물이 주는 평온감에 푹 빠지다
식물이 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먼저 기르는 재미가 있어요. 그날이 그날 같은 날이 반복되고 실내에서만 지내야 하는 코로나 시국에서 유일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식물이었어요. 인터넷에서 키우기 쉬운 식물을 찾아보고 고른 식물이 '트리안'과 '칼랑코에'와 '싱고니움'입니다.
덩굴 식물 위주로 구매했습니다. 꽃과 식물도 키워봤는데 꽃 피우는 식물들은 키우기가 여간 까탈스러운 게 아닙니다. 특히 화려한 색을 가진 꽃들은 열대 지역 식물들이 많아서 겨울에 키우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꽃을 피우지만 키우기 쉬운 '칼랑코에'만 키우고 있어요.
식물이 주는 장점을 요즘은 백화점과 카페도 잘 알고 있어요. 요즘은 실내 카페에도 다양한 관엽 식물들을 배치해서 카페에 싱그러움을 배치했습니다. 가장 좋은 인테리어 도구가 식물이 아닐까 할 정도로 요즘은 식물 키우는 곳들이 좋더라고요. 그렇다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키우는 난 같은 그런 식물들이 아닌 예쁜 관엽 식물들이 참 많아요.
광명 AK플라자도 여의도 현대백화점인 더현대처럼 실내에 각종 식물을 배치해서 생기를 담뿍 담았습니다.
식물은 구매할 때만 비용이 들어가지 가꾸는데 큰 돈이 들어가지 않아서 좋아요. 또 식물을 보고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점도 좋고 오래 보면 눈의 피로도 줄어서 좋아요.
그러나 식물을 처음 키워본 분들은 식물이 말을 못하니 키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동물은 아프다고 소리를 내거나 행동으로 보여주는데 식물은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잎이 누렇게 뜨거나 잎이 축 쳐지면 난리가 나죠.
여기서 보통 식물 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축 쳐지면 물을 줍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식물 잎이 누렇게 되는 건 물 부족도 있지만 과습이라고 하는 물 과다도 있습니다. 이게 문제예요. 물을 적게 줘도 잎이 누레지고 물을 많이 줘도 잎이 누레집니다. 원인은 다른데 결과는 동일하니 식알못 분들은 과습인데도 물이 모자라서 식물 잎이 누레진 줄 알고 물을 담뿍 줘서 식물을 죽입니다.
식물 사망의 80%가 물을 많이 줘서 뿌리가 썩어서 죽는 과습이라고 할 정도로 과습으로 인한 사망이 많습니다. 이를 구별하려면 화분 위 흙을 만져서 촉촉하면 과습, 마른 흙이면 물 부족이니 물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겉 흙이 아니라 뿌리가 있는 1cm 정도 들어간 흙 상태를 알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골치가 아픕니다. 그래서 전 그냥 막 키워도 잘 자라고 과습과 가뭄에도 강한 식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식물을 잘 아냐? 아닙니다. 그래서 식물관리법에 대한 책을 도서관에 찾아봐도 거의 없습니다. 있는 책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그나마 식물 유튜버 분들의 영상을 보고 배우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국민수목원이 발간한 실내식물 관리 매뉴얼
아주 아주 좋은 소식이 있네요. 페이스북 이웃 분의 글에서 봤는데 국립수목원에서 발간한 실내식물 관리 매뉴얼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총 188페이지로 된 PDF 파일로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내용을 살펴봤는데 아주 알차네요. 돈 주고 사봐야 할 정도로 내용이 좋고 거의 모든 실내 식물 재배법과 관리법이 있습니다.
심지어 실내식물 디자인 연출법도 있습니다. 요즘 홈 가이드닝을 하는 집들도 많고 카페도 많은데 가이드닝 사례나 방법까지 소개로 담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화분 흙 상태 감지법도 있네요. 이쑤시개로 찔러서 겉흙 속흙 건조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과 어떻게 물을 주는 지도 알려줍니다.
물도 찔찔 주지 말고 담뿍 줘서 화분 밑으로 나오게 주라고 하죠.
제가 키우는 칼랑코에 관리법도 있네요. 지금 칼랑코에를 엉망으로 키워서 꽃이 안 핍니다. 그러다 또 언제는 피고 이유는 온도가 아닌 햇빛 쬐는 시간 때문이더라고요. 일정 시간 이상으로 어두워야 꽃을 피우더라고요.
관음죽 10개 사서 다 죽였는데 왜 잎이 누렇게 변하는지을 알았네요. 창가에 두었더니 잎이 누래지는 걸 모르고 창가에 두었네요. 관음죽도 키우기 정말 쉬운 식물 중 하나예요.
홈 가이드닝 3년 째인데 올여름에 처음으로 병충해를 많이 겪었어요. 벌레가 그물 위에서 트월킹 하는 것도 보고 하얀 반점과 흰 가루가 가득한 것도 봤어요. 그런 잎은 가차 없이 다 따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다 죽어요. 감염 부위는 확실히 제거해야 하고요. 개나 고양이보다 관리하기 쉬운 줄 알았는데 올여름에 다양한 병충해를 당하니 이것도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있네요.
그럼에도 싱고니움은 정말 키우기 쉽더라고요. 처음에는 누렇게 뜨는 걸 보면서 물을 줬는데 위에서도 말했지만 과습해도 건조해도 잎이 누렇게 변하더라고요. 가뭄에 강해서 정말 생각날 때마다 1주일에 1번 정도 주니까 잘 자라더라고요. 습기를 좋아해서 자주 분무해지면 과습없이 키우기 좋아요. 너무 많이 자라서 시간 날 때 분 갈이와 구근을 잘라서 분양해야겠네요.
식알목 분들에게 추천하는 실내식물 관리 매뉴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