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옛날 영화를 보다

24년 만에 영화 접속에 다시 접속해 보니 보이는 것들

썬도그 2021. 11. 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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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30~50대 분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모두 겪어본 분들입니다. 특히 40대 중후반 50대 초 분들은 20대 시절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몸소 체험했던 분들로 아날로그 정서도 잘 알고 디지털 태동기 및 디지털의 편의와 장점과 문제점을 온몸으로 아는 세대입니다. 

디지털이 좋다 아날로그가 좋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둘 다 경험한 저 로서는 서로의 장점, 단점이 있으니까요. 
제가 크게 놀랬던 일이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의 통화 버튼에 그려진 수화기 모양이 뭔 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하기야 태어나서 유선 전화기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도 많을 겁니다. 그걸 보면서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고 느껴지네요. 

어린 시절 미래의 지구를 그리는 상상화에 보면 우주선을 타고 화성으로 소풍 가는 시대가 올 줄 알았지만 정작 우주 산업의 발전보다는 가장 크게 발전한 것이 통신 분야입니다. 90년대나 2020년대나 삶의 풍경은 크게 변한 것은 없습니다.  그때 있는 것 지금도 거의 다 있으니까요. 크게 달라진 분야는 통신입니다. 

집전화기 시절에서 삐삐 시절을 지나서 휴대폰 시절을 지나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스마트폰이 또 하나의 혁명적인 발명품인 인터넷과 만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반반 씩 섞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지금은 오히려 온라인 접속이 오프라인 만남보다 더 깊어지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이 없었다면 코로나 시국에서 우리의 삶은 더 큰 고통을 받았을 겁니다.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깊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전 가끔 아날로그 시대의 대체 시대로 디지털 시대의 전환점이 되었던 90년대 말 정서가 가끔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90년대 말 정서라는 것이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희망이 싹트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pc 통신이었습니다. 

PC 통신 시절의 선민의식

인터넷이 전파되기 시작한 것이 한국에서는 9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PC만 있던 시절이었고 PC에 모뎀이라는 장치를 달고 전화선을 연결해서 PC 통신을 했던 시절이 9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이어졌습니다. 당시 PC 통신한다고 집에 있는 전화선을 몇 시간 동안 쓰다가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은 사람이 참 많았을 겁니다. 

PC 통신은 텍스트 채팅 기반으로 수 많은 채팅방에서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당시 PC 통신은 아무나 접속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보니 알게 모르게 선민의식들이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악담이 거의 없었습니다. 항상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던 PC 통신 시절이 가끔 그립네요. 요즘은 눈을 뜨면 악담에 가까운 무지성 악플이 참 자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 접속이 참 많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개봉한 지 24년이 지난 지금 다시 꺼내서 봤습니다. 

PC 통신을 소재로 한 멜로 영화 접속. 1997년 흥행과 작품상을 휩쓸다

1997년 가을 개봉한 영화 <접속>은 그해 서울 관객 동원 67만을 기록한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입니다. 당시는 단관 개봉관이 많아서 지금 같이 수백만을 기록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음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흥행과 함께 1997년 대종상 최우수작품상, 신인여우상에 전도연, 신인감독상에 장윤현, 조명상, 편집상, 각색상을 받았고 청룡영화상에서도 신인여우상을 전도연이 받았고 한국영화 최다 관객상까지 받았습니다. 

이 영화가 얼마나 히트를 했는지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영화 속에 나온 폴라로이드 즉석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찍는 분들이 늘었고 PC 통신에서 만난 사람들이 피카디리 극장 앞에서 데이트 약속을 많이 잡기도 했습니다. 거리에서는 80만 장이 팔린 '접속 OST' 앨범이 연일 울려 퍼졌습니다. 

이 영화의 흥행에는 확실히 PC 통신의 역할이 컸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현재의 10,20대 들이 보면 오롯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PC 통신 문화와 함께 두 남녀가 한 번도 만나지 않고 PC 통신으로만 만나는 것이 무척 답답하고 졸리 울 수 있어서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한 영화들의 장점은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보물상자 같지만 그 시절을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 시절 정서가 와닿지 않아서 끝까지 보기 어려울 겁니다. 

사랑에 상처받은 동현과 수현이 PC 통신에서 만나다

텔레마케터인 수현(전도연 분)은 희진과 함께 삽니다. 수현은 희진의 애인인 기철(김태우 분)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기철이라는 인물이 참 철딱서니가 없습니다. 수현이 자신을 좋아하는 걸 아는 건지 수현에게 너무 살갑게 대합니다. 수현은 외사랑을 하는 사랑에 큰 상처를 안고 삽니다. 지금으로 보면 수현이라는 캐릭터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고 외사랑을 안 해 본 분들은 답답하고 속 터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도 그 사람의 모습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간절함이 있기에 함부로 외사랑을 지적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다른 주인공인 동현(한석규 분)은 라디오 음악 방송 PD입니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6년째 사랑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우울하고 시니컬한 동현을 라디오 작가인 은희(추상미 분)가 좋아합니다. 그러나 동현은 누굴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동현 앞으로 '벨벳 언더그라운드' 앨범이 전달됩니다. 그리고 대번에 그 앨범이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보낸 것을 압니다. 

우연인지 PC통신 라디오 게시판으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를 신청한 청취자를 알게 됩니다. 
동현의 ID는 해피엔드, 수현의 ID는 여인2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PC 통신을 통해서 이어집니다. 동현은 pale blue eyes를 신청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다가 수현이 자기 친구라는 소리에 꼬치꼬치 캐묻다가 그 사람의 이름이 '민영혜'냐는 말에 수현은 그러면 안 되는데 외로워서인지 맞다고 합니다. 하지 말았어야 할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게 되고 두려운 수현은 사실을 말합니다. 이에 분노한 동현은 수현의 사과 메시지도 읽지 않습니다. 상심해하고 있을 동현을 위해 수현은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함께 자신이 자필로 쓴 사과문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도 함께 보내서 미안함을 전달합니다. 

 PC 통신으로 서로의 사랑의 상처를 보여준 동현과 수현

동현과 수현의 공통점은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동현은 6년 전에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있고 수현은 양다리인지 헛갈리게 하는 기철을 외사랑 하는 가슴 아픈 사랑을 합니다. 동현이 퇴사를 한 후 두 사람은 PC 통신으로 계속 서로의 근황이나 사랑 이야기를 하면서 인연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서로의 사랑에 대한 코치도 해줍니다. 그렇게 수현은 동현의 충고로 인해 자신의 사랑이 농락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자 과감하게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하고 동현도 수현의 말에 서서히 사랑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고 치유해 갑니다. 그러나 동현은 호주로 이민을 갈 생각을 합니다. 수현은 이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호주로 가기 전에 동현을 꼭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연락을 해서 피카디리 극장 앞에서 만나자고 음성 메시지를 남깁니다. 

디지털 무명의 시대의 총성을 잘 담은 영화 접속

참 신기합니다. 세상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것이 없습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오거나 하지 않습니다. 전조 현상이 있고 서서히 다가오고 지나갑니다. 그러나 디지털은 다릅니다. 세상을 0과 1 2개로만 표현합니다.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만남도 그렇습니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새로운 만남을 소개 소개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자기 만난다고 해도 특정 장소를 나가야 합니다. 클럽이나 하다 못해 길거리라도 나가야죠.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되자 집 안에서도 먼 지역에 사는 사람과의 만남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습니다. 1초 전에는 전혀 모르던 사람, 인연이 없던 사람도 갑자기 만나고 알게 되고 갑자기 또 헤어질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이웃 추가 했다가 이웃 끊기처럼 갑자기 연결되었다가 갑자기 연결 해지가 됩니다. 

수현과 동현은 갑자기 만났습니다. 게다가 이전에는 만날 인연도 아니였습니다. 그러나 PC통신이라는 새로운 연결 수단이 생기면서 라디오 방송 PD와 청취자가 한 대화방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풍경이지만 90년대는 이게 충격적이었습니다. 권위자인 라디오 방송 PD와 소비자인 청취자가 동시간에 동일한 공간에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실시간 연결 시대가 낳은 익명의 효용이 펼쳐집니다. 
동현은 해피엔드, 수현은 여인2라는 닉네임이라는 또 다른 분신을 통해서 서로에게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고 마음만 먹으면 거짓으로 꾸밀 수도 있었습니다. 이 익명이 좋은 점도 많죠. 먼저 디지털 익명 시대가 한국의 유교 문화와 권위주의 문화를 분쇄했습니다. 요즘 유교라는 말 꺼내봐요. 바로 꼰대라는 비난을 실시간으로 먹죠. 그러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유교사회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고 살았습니다. 

어른은 항상 옳고 어린 것은 항상 틀리다는 논리가 지배하던 시절입니다. 그러나 그런 논리는 오래 산 사람이 사시사철 계절만 변할 뿐 삶의 풍경이 크게 변하지 않던  농경 사회에나 먹히는 논리지. 기술 발전 시대, 산업화 시대처럼 기술이 매년 발전하는 시대에는 먹히지 않습니다. 어른들에게 전해 듣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지 않고 PC 통신이나 인터넷으로 지식을 습득하던 시대가 되면서 유교사회는 서서히 무너집니다. 여기에 권위주의 사회는 더 빨리 붕괴합니다. 

닉네임을 쓰고 한 방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끼리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심도깊게 토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수든 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간판을 떼고 명찰을 떼고 대화를 하게 되었고 댓글을 통해서 권위주의자들이 쓴 글을 조롱하고 비판하고 비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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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문가들은 이런 실시간 지식 검증 시대라서 유명 대학 교수라는 이름만 가지고 권위를 살릴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익명 시대가 한국 발전에 큰 방해가 된 권위주의를 붕괴시켰습니다. 그러나 익명에 기대서 표현의 자유 운운하면서 악플을 일상생활화 한 사람들도 크게 늘었고 과연결 시대라서 알 필요도 없는 사람들과 알게 되고 필요 없는 지식까지 강제로 알게 되는 시대가 되어서 후유증도 있네요. 

해피엔드와 여인2라는 두 사람은 익명의 뒤에서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봅니다. 여인 2(수현)는 외사랑을 한다고 고백하자 해피엔드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객관적으로 뼈 때리는 말로 그런 사랑 그만 하라고 다그칩니다. 이에 여인 2도 그러는 해피엔드님은 기억으로 남길 사랑에 왜 아직도 간직하냐고 서로에게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이게 다 익명의 힘이 아닐까 하네요. 

사람이 가면을 쓰면 직설적으로 말하기 쉽죠. 그렇게 익명의 가면에서 두 사람은 실명을 밝히고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게 됩니다. 

뛰어난 O.S.T와 폴라로이드 690 카메라 

24년 전에 봤을 때도 지금 봐도 영화 <접속>은 짜릿하거나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담백하고 담백합니다. 따라서 졸리운 구간이 꽤 많습니다. 남녀 주인공이 한 공간에 있다는 설정으로 몇 번 스쳐 지나가지만 두 사람이 PC 통신으로 만나다 보니 한 장소에서 서로를 인지하고 만나는 건 마지막 장면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마지막 장면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졸리움을 제거해주는 것이 소품들입니다. 그 소품 중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O.S.T입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는 물론 주제곡인 바흐의 미뉴엣에 가사를 붙인 '사라 본의 러버스 콘체르트 '는 그해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 길거리에서 캐럴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노래 선곡을 누가 했는지 노래들이 참 좋습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노래도 덕분에 라디오에서 꾸준히 신청곡으로 많이 틀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소수의 사람들만 듣던 노래가 전 국민이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죠. 이외에도 중요한 소품이 하나 등장하는데 바로 폴라로이드 690 즉석카메라입니다. 수현이 사과의 의미로 동현에게 선물을 해주면서 두 사람은 사진으로 연결됩니다. 

두 사람은 당시 PC 통신에서 유행했던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닭살 돋는 어떤 것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묻습니다. 그러나 폴라로이드 사진에 대해서 평가하는 장면은 꽤 좋네요. 즉석 사진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좋다. 흐릿해서 좋다, 쉽게 구겨지지 않아서 좋다. 단 1장만 있어서 좋다. 

당시 이 폴라로이드 카메라 장면으로 인해 그해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꽤 많이 팔렸다고 하죠. 저도 영화 보면서 폴라로이드 카메라 사볼까 했으니까요. 수현이 들고 나오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SLR 카메라로 평상시에는 꾹 눌러서 얇은 크기로 들고 다니다가 사진 촬영할 때 등에 있는 뷰파인더를 힘을 줘서 끌어올리면 위 사진처럼 주름관이 튀어 올라옵니다. 이 카메라는 렌즈 상단에 초음파 AF가 달려 있어서 AF가 뛰어났고 최단 초점거리가 16cm라서 셀카 촬영도 가능하고 가까이서 사물 촬영도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동현이 폴라로이드 카메라 들고 셀카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이범수 배우가 배달원으로 등장하는 장면도 재미있습니다. 

이외에도 지금은 그 풍경이 바뀌거나 사라진 장소도 많이 나옵니다. 강남 타워레코드점도 나오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피카디리 극장이 나옵니다. 지금은 CGV 피카디리 1958로 바뀌었는데 영화 속 건물은 추억 맞춤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을 한 수준이라서 그때의 감흥은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영화관도 1층이 아닌 지하로 내려갔고요. 

영화에서 아주 중요하게 나온 피카디리 극장 앞의 배우들의 핸드프린팅 광장은 지금은 지하계단이 생겨서 사라졌습니다. 추억을 되찾아볼 수 없게 된 모습이 안타깝고 아쉽네요. 

사람의 삶의 형태는 변하지 않았지만 기술과 문명과 건물은 변했다

위에서 농경 사회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노인의 지혜라는 것이 농경 사회에서는 큰 가치였습니다. 대홍수가 나던 시절 살았던 노인은 홍수가 나면 어디까지 잠기는지 자신이 직접 목격한 경험이 있고 홍수가 나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기에 이 경험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러나 도시 지식산업 사회에서는 기술이 중시되고 기술은 노인이 아닌 가장 활동적인 나이대인 30~50대가 가장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마저도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서 유튜브와 블로그 글만 봐도 준전문가 수준으로 지식을 쉽게 축적하고 무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어른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거의 대부분이 잔소리입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먹히는 가르침이나 지혜가 있는데 바로 삶입니다. 살아보니~~ 라는 잔소리 접두어 같은 말도 삶이라는 형태가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해도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와 사회와 국가가 달라도 삶의 형태는 비슷하기에 사람의 삶의 지문을 잘 담은 영화들과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큰 공감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의도 광장도 변했고 피카디리 극장 앞 풍경도 변했고 강남 타임레코드는 사라졌습니다. PC통신도 사라졌고 삐삐도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수현과 동현의 아픈 사랑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사랑에 상처 받은 사람들이 디지털로 연결되어서 서로의 고통을 공감하고 치유하는 모습은 변하지 않았네요. 어떻게 두 주인공이 만나지 않고 마지막 장면에서 만나는 영화를 만들 수가 있었을까요? 그것도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것도 좋았고요. 

세상은 변하지만 삶의 형태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네요.

이 <접속>은 명필름의 두 번째 영화로 2년 반 동안 25번의 원고 수정을 통해서 한석규가 출연을 결정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하죠. 그러고 보면 한석규 전성시대에는 촉이 무척 좋았습니다. 시나리오가 지금 봐도 참 깔끔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 <접속> 이후로 한국 영화가 구태스럽지 않고 모던한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1997년 접속을 시작으로 한국영화 제2의 르네상스인 1998~2004년까지의 엄청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때 등장한 감독들이 지금도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오네요. 영화 <접속>은 아날로그 같은 한국 영화에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대의 영화의 포문을 열었고 영화도 아날로그와 디지털 통신시대의 접속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참 과도기적인 세상 풍경을 영화가 참 잘 표현한 시의성 뛰어난 영화가 접속이었습니다.

당시는 디지털 접속 시대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만 해줄지 알았는데 24년 지난 지금을 보니 악플과 과연결, 과지식의 안 좋은 점도 진해졌네요. 

별점 : ★★★☆
40자 평 : 우리가 사랑했던 아날로그와 디지털 접촉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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