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사진/국내사진작가

2020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른 사진작가 정희승

썬도그 2021. 2. 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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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미술계에서 가장 큰 행사는 현대미술관과 SBS가 함께 하는 올해의 작가상입니다. 이 미술계는 정말 미술인 회화, 조각 같은 전통적인 미술만 중시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미술은 사진을 포함한 모든 예술 작품 활동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진작가에게 올해의 작가상을 처음 준 것은 제 기억으로는 2014년 다큐 사진작가인 '노순택' 작가에게 준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사진작가의 첫 올해의 작가상 받은 것은 무척 큰 화제였습니다. 미술계에서는 알게 모르게 아직도 사진을 미술의 하위문화로 여기는 모습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시선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수시로 사진작가들이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르지만 사진작가 미술작가 따로 구분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표현 매체에 너무 천착하는 것도 많으니까요. 

코로나 시국이지만 확진자 수가 좀 줄면서 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다시 가동 중에 있습니다. 단 예약을 해야 하기에 무턱대고 갈 수는 없습니다. 또한 관람 시간도 제한되어 있어서 1시간 30분 정도에 다 돌아 봐야 합니다. 1시간 30분이면 좀 빠듯하죠. 

그래서 가장 먼저 챙겨본 전시회가 올해의 작가상입니다. 올해의 작가상은 4 그룹의 후보 작가들의 작품들을 장시간 전시를 하고 최종 선정을 합니다. 대중들의 인기를 측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사실, 4명의 후보 작가는 후보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현재 가장 활발하고 눈여겨봐야 하는 작가이기에 영광일 것입니다. 

4명의 올해의 작가상 후보는
이슬기, 김민애, 정희승, 정윤석 작가입니다. 이중에서 사진작가는 정희승 작가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가장 응원을 해주고 싶은 사진작가이기도 합니다. 

정희승 사진작가의 작품은 지하 1층 제 3전시실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경복궁 바로 옆에 있어서 고도제한이 있습니다. 경복궁의 경치를 헤치면 안 되기에 지하로 팠습니다. 이는 집 근처에 생길 예정인 서서울미술관도 지하로 판 미술관이 되었습니다. 지하라는 공간이 답답할 수도 있지만 천장에 강한 조명이 비추어 있어서 실내는 엄청 밝습니다. 특히나 이 전시공간은 유난히 더 밝아 보이네요. 작품들은 사진과 타이포 시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진들은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사진들이 있습니다. 

작품은 2개의 시리즈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진 작품으로 '침몰하는 배에서 함께 추는 춤'입니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배에서 원을 그리고 춤을 추는 추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마치 침물하는 배에서 춤을 추는 현시대를 견디고 있는 예술가들의 현실을 담고 있어서 지었다고 하네요. 

사진 속 인물들은  정희승 작가 주변의 24명의 예술가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주로 예술가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그냥 흔한 정물 사진과 스틸 사진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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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은 굉장히 큰 편입니다. 사진의 장점은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보다 더 크게 인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은 크게 인화하면 인화할수록 더 눈에 크게 들어옵니다. 이는 2가지 의미인데 실제로 사진이 커서 크게 들어오는 것도 있지만 큰 사진은 사람의 시각을 넘어서 눈길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포크를 포크 크기로 보면 오래 보지 않습니다. 그냥 포크니까요. 그러나 그 포크를 촬영한 사진을 3미터 짜리로 인화해서 보여줘 보세요. 꽤 오래 보게 됩니다. 또한 사진은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이 담을 수 있습니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담으면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되죠. 

이렇게 사진은 본다라는 행위를 이용한 예술 매체이고 이 본다라는 행위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진들은 색감이 어떻니 뭘 담았느니 무슨 주제이니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느니 하는 사진의 핵심 이외의 것에 너무 집중하는 느낌입니다. 

정작 사진은 본다라는 행위가 가장 1순위인데요. 정희승 작가의 사진은 즉물적 사진입니다. 관념 추상이 아닌 실제 사물의 본질이나 사물을 오롯하게 느끼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사진들은 어떤 주제나 소재로 묶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피사체를 깔끔하고 정갈하게 담았습니다. 

 

또한 사진이 걸려 있는 배경 색도 정갈한 톤입니다. 이 공간 자체가 주는 힘도 꽤 강합니다. 마치 인스타그램 안에 들어온듯한 단아하면서도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 가득합니다. 위 사진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꼬마 아이의 솜털까지 볼 수 있습니다. 

각 사진들은 제목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대신 작품 주변이나 밑에 이런 하얀색 종이에 텍스트가 그려진 듯한 것이 있습니다. 이것도 작품의 일환으로 '주정뱅이와 천사들을 위한 시'라는 타이포 시 작업니다. 

이 타이포 시는 사진 속 인물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뿌려 놓은 듯한 느낌의 작품으로 읽는 사람마다 문장이 다릅니다. 아니 문장이 아닌 그냥 단어의 나열이고 여기서 각자 의미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난해할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어떤 미술품이나 사진을 볼 때 습관적으로 제목을 요구하고 의미를 요구하죠. 그러다 모르면 관람 가이드 같은 서문을 통해서 정보를 취합합니다. 그러나 이 정희승 작가의 사진들은 어떤 의미나 특정 소재나 주제로 정의 내릴 수 없습니다. 

마치 끝말있기 처럼요.

리리리짜로 끝나는 말은 미나리, 개나리, 항아리, 오리, 유리에서 리로 끝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 단어들은 연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전시 공간에는 리리리짜로 끝나는 말은의 원곡인 'Row Row Row Your Boat'가 계속 흘러나옵니다. 작가 본인은 운동을 했다가 미술을 하게 된 학생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전 이게 의미 찾기 그만두고 그냥 즐겨라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어떤 의미를 담아야 사진일까요? 아닐 겁니다. 의미는 작가가 담아도 내가 무의미하게 느낄 수 있고 작가가 무의미하게 담아도 내가 의미를 찾을 수 있고요. 어떤 형식에 묶기보다는 그냥 다 풀어놓은 듯한 독특한 사진전이었습니다. 솔직히 사진전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어렵겠네요. 

앞으로 한국 사진전시회도 형식, 형태, 주제, 소재 파괴의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뛰어난 기술은 예술이라는 말이 있듯이 뛰어난 사진 기술을 보면서 아름다움이 느껴지네요. 

다른 3명의 올해의 작가상 후보들의 작품들을 봤는데 제가 보기에는 이 정희승 작가가 가장 좋고 올해의 작가상을 받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사진 좋아해서 후하게 보는 것도 약간 있지만 다른 작품들보다 가장 오래 많이 의미가 느껴지네요. 
반이정 미술평론가 분도 저와 의견이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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