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 살았던 심규동 사진작가가 촬영한 고시원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사진전이 있습니다. 이 사진전은 사진 자체 보다는 그 사진을 둘러 싼 상황이 좀 무례하고 황당했습니다. 2014년 참새방앗간인 인사동을 지나다가 한 사진전을 봤습니다 .
박상희 사진작가의 고시원 사진전이었습니다. 고시원을 정면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고시원에 사는 사람은 정면이 아닌 뒤에서 담았습니다. 사진전 서문에도 나왔지만 도시빈민들의 거주지인 고시원에 사는 자체가 드러내고 싶지 않습니다. 사진은 기록의 도구이지만 즐겁고 행복할 때나 사진을 찍지 이런 상황을 사진으로 스스로 기록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고시원이라는 공간은 서울이 만든 공간이기도 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겨우 몸만 누울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름 자체는 고시 공부를 하는 가난한 고시공부하는 분들의 공간이고 초창기에는 그런 고시공부하는 분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21세기 쪽방촌으로 불리웁니다.
그렇게 사진전을 제 블로그에 소개했는데 며칠 후에 메일이 왔습니다. 갤러리 관장님이 제 사진을 본 고시원 임대업자가 제 블로그 글을 내려달라고 했답니다. 사진과 사진을 소개한 글에서 고시원을 도시빈민들의 거주지라는 표현이 불쾌했나 봅니다. 그래서 이 사진을 촬영한 고시원 건물주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고 고시원 임대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최근에도 제가 사는 지역에 사는 행정에 대한 비판을 했는데 그 행정과 관련된 제조업체가 제 글을 명예훼손으로 블럭 처리했습니다. 불쾌하게 한 점이 있다면 그 부분을 수정하거나 사과하면 되고 오해가 있으면 풀면 됩니다. 전 지자체 행정을 중점적으로 비판했지만 업체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네요.
고시원 사진입니다. 그런데 고시원에 사는 사람의 모습이 정면으로 담겼습니다.
이런 사진 찍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사진은 사진의 구도나 화각, 색감, 구도 이런 것 다 필요 없습니다. 찍는 자체가 어렵다 보니 어떻게 담던 우리의 눈길을 끕니다. 특히 실존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듯한 사람들을 담기도 쉽지 않지만 담으려고 시도하는 분들도 많지 않습니다. 그냥 쉽게 담을 수 있는 길거리에서 폐지 리어커를 끌고 가는 노인 분들 찍기는 쉽죠.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이런 사적인 사진 또는 불편할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는 심규동입니다. 최근 사진은 아닙니다. 이미 2017년 눈빛 출판사에서 사진집으로 나올 정도로 3년 전의 사진입니다.
심규동 사진작가가 이런 근접 촬영이 가능했던 이유는 심규동 사진작가 본인이 이 고시텔에 삽니다. 영화나 드라마 엑스트라 일을 하면서 살던 심규동 사진작가가 월 22만원의 서울의 한 고시텔에 사는 사람들을 촬영했습니다. 인터뷰를 들어보니 기초생활수급자 분들이 자신보다 돈이 더 많고 여기서 사는 걸 만족스러워하는 분도 꽤 있다고 하네요.
우리는 그냥 사진만 보고 좁고 불편한 공간에서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편견에 박힌 생각을 하지만 이곳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들이 항상 우울하고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진을 보면 서울은 이런 공간을 만들어내는 괴물 같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창문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월세가 달라지는 고시원. 보증금 없이 월 20만원대에 기거할 수 있는 공간은 고시원 밖에 없습니다. 최소의 생활 공간도 만족시킬 수 없는 공간을 서울과 전국 대도시는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심규동 사진작가를 검색해보니 지금은 강릉시에서 영상 공부도 하고 계시네요. 앞으로도 좋은 사진, 좋은 영상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심규동 사진작가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imkyu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