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사진/외국사진작가

폭력의 시대에 시를 낭송한 수단 청년을 담은 사진이 세계보도사진 대상

썬도그 2020. 4. 2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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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보도 사진 축제이자 콘테스트인 세계 보도 사진 공모전(World Press Photo Contest)의 수상작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올해는 125개국 4,282명의 사진가의 사진 73,996장이 응모되었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서 수상작을 선정했습니다. 세계보도사진 대상 및 수상을 한 사진들을 소개하려다가 올해 대상 사진이 너무 좋아서 단독으로 소개하고 다른 포스팅에서 전체를 소개하겠습니다. 

<2020년 세계보도사진 콘테스트 대상 수상작 / 제목 : 곧은 목소리 / 사진기자 야시요시 치바 (AFP 통신)>

이 사진은 2가지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먼저 이 사진은 세계적인 사진공모전에서 수상자가 거의 없는 일본인 사진기자 야시오시 치바 사진입니다. 일본은 카메라 제조 강국이지만 사진 공모전에서는 일본인 이름이 거의 없습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좀 놀랬습니다. 

작년에 풀리쳐 상을 받은 김경훈 사진기자가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아서 이쪽도 한국인의 이름이 올라가는구나 했는데 이번엔 일본인이 대상을 받았네요. 그것도 세계 최고 권위의 보도, 다큐 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김경훈 사진기자나 일본인 사진기자인 야시오시 치바 모두 한국 언론사, 일본 언론사 소속이 아닌 세계적인 통신사인 로이터와 AFP 통신 소속입니다. 따라서 한국인, 일본인이지만 이런 사진을 만들어낸 시스템은 한국, 일본 언론이 아닌 세계적인 통신사라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 

또 하나는 이 사진이 너무 좋습니다. 세계 보도 사진 심사위원장인 Lekgetho Makola는 이 사진을 보고 이렇게 코멘터리를 했습니다. 

"Especially in the time that we’re living in when there’s a lot of violence and a lot of conflicts, it’s important that we have an image that inspires people"

"많은 폭력과 갈등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사진은 한 청년이 스마트폰 플래시 앞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출처 : https://www.worldpressphoto.org/person/2749/Yasuyoshi%20Chiba

야시오시 치바는 AFP 통신의 동아프리카와 인도양 선임 사진기자입니다. 수단은 수십년 동안 군부 독재자인 '오마르 알 바시르'가 통치를 했습니다. 이 독재 정치에 2018년 12월 수단 국민들은 시위를 하기 시작했고 2019년 4월까지 이어졌습니다. 2019년 4월 1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오마르 알 바시르'는 퇴임되었고 과도기 군사 정부가 설립됩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과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한국은 박정희 군사 독재 정부가 수십 년 동안 독재 정치를 했고 개헌을 통해서 대통령을 영원히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에 부하인 김재규가 권총으로 대통령을 사살합니다. 이 과정은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자세히 나옵니다. 

그렇게 독재자가 사라지면 민주화가 올 줄 알았지만 전두환이라는 새로운 신군부가 등장해서 정권을 갈취합니다. 수단도 다른 군사 정부가 들어서자 국민들은 새로운 군사 정부에게 민간인에게 통치권을 넘기라고 시위를 계속 했습니다. 6월 3일 새로운 수단의 군사 정부는 비무장 시위대에게 총격을 가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3일 후에 아프리카 국가들과 여러 나라들이 수단의 이런 폭력에 항의를 했습니다. 수단 군사 정부는 시위를 막기 위해서 전기를 끊고 인터넷을 차단했습니다. 이에 시위대들은 문자 메시지와 입소문 확성기를 사용해서 저항을 했습니다. 위 사진은 한 청년이 정전이 된 상황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습니다. 이 청년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이 청년을 비추고 있습니다. 

수단 국민들의 시위는 6월 30일 신 군사 정부에게 탄압을 받았지만 8월 17일 수단 민주주의 운동 세력과 군부가 합의를 하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됩니다. 해피엔딩이라서 더 좋네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네요. 한국도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서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그러나 수시로 반 민주세력, 독재자 스타일의 정치인들이 수시로 나옵니다. 민주주의는 공짜가 절대 아닙니다. 참 기분 좋은 사진이고 멋진 사진이자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대상 받을 만 합니다.

출처 : 세계보도사진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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