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TV비평

교양과 여행을 잘 접목한 <선을 넘는 녀석들> 한반도편

썬도그 2019. 3. 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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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예능도 넘치고 먹는 예능도 넘칩니다. 바쁜 일상과 돈 때문에 여행도 못가고 맛 있는 음식도 먹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참 좋아하는 소재죠. 그러나 너무 많다 보니 물립니다. 그래서 여행 프로그램들은 생존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MBC의 <선을 넘는 녀석들>은 다른 여행 프로그램과 좀 색다릅니다. 


역사 지식과 여행을 접목한 인포테인먼트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25분 MBC에서 방영하는 <선을 넘는 녀석들>은 시즌제 예능입니다. 여행 프로그램이지만 다른 여행 프로그램과 달리 국경을 넘나들면서 두 나라의 역사를 안내하고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입니다. 역사 선생님인 설민석이 여러 나라의 역사와 함께 반목하게 된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물론, 먹방이라는 보험도 있습니다. 

사실 이 <선을 넘는 녀석들> 시즌 1은 그렇게 재미있지도 재미 없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즌 2가 2019년 2월부터 시작하면서 출연자가 바뀌었습니다. 설민석 선생님과 유병재는 그대로 나오고 배우 문근영과 전현무 그리고 다니엘 린데만이 새로 교체 투입되었습니다. 

오늘 2019년 3월 9일 방영한 <선을 넘는 녀석들> 한반도편은 제주의 아픈 역사를 소개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쉬쉬하고 잘 알지 못하는 가슴 아픈 역사가 제주 4.3 사건입니다. 보수 정권에서는 거론도 하지 않을 정도로 금기시 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제주 4.3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가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제주도에는 이념의 소용돌이가 몰아쳤습니다. 제주도에 사회주의자들이 무장 봉기를 하면서 이념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무려 3만 명,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입니다. 


<선을 넘는 녀석들>은 예능에서 다루기 어려운 아픈 한국 현대사를 거론합니다. 다니엘 린데만도 말했지만 제주 4.3 사건을 금기시하는 모습이 여전히 많은 것이 이해가 안 갑니다. 물론 아픈 과거를 들추는 것이 피해자에게는 다시 고통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된 평가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덮어버리면 언젠가 썩으내는 다시 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제주도민들이 4.3 사건을 금기시하다 보니 자라라는 제주도의 10,20대 그리고 30대들도 제주 4.3사건을 잘 모릅니다. 역사는 끊임 없이 후손들이 배워야 다시는 똑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습니다. 젊은 세대 또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실상을 알려야 합니다. 그런면에서 <선을 넘는 녀석들>은 아주 훌륭한 일을 했네요. 

이후 일행은 일본으로 넘어갑니다. 일본에 간 이유는 우리의 또 다른 아픈 역사인 대한제국의 마지막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고종 황제가 붕어하신 후


고종의 아들인 영친왕은 일본 제국에 볼모가 되어 일본에서 군사 훈련을 받고 일본인 여자와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영친왕의 아들 이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런 이야기는 예능 그것도 토요일 오후에 듣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이야기이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선을 넘는 녀석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영화 <밀정>에서 거론되었던 김원봉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가장 두려워하고 잡고 싶어했던 독립투사였습니다. 그 동안 우리에게 덜 알려진 것은 김원봉은 사회주의자라는 문제가 있어서 덜 알려졌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영화 <박열>로 많이 알려진 박열과 가네코 후이코의 이야기입니다. 마침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한 배우 최희서가 게스트로 출연합니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색다른 시선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본하면 때려죽일 민족이라고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0과 1로 딱 구분되는 디지털이 아닙니다. 일제는 비난 받아야 역사이고 현 일본 정부는 똥물을 뿌려도 시원찮은 정권이죠. 그러나 일본인 중에서도 양심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일제를 비난하고 모욕을 주던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변호한 인권 변호사 '후세 다츠지'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람입니다. 

이런 '후세 다츠지'같은 일본인들이 반일 영화인 <박열>을 일본에서 상영할 수 있게 후원하고 지지하는 것이죠. 이런 분은 또 있습니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1923년 일본 사람들은 천재지변의 이유를 재일조선인에게서 찾습니다. 그렇게 재일조선인에 대한 마녀사냥이 시작되었고 많은 조선인들이 살해 당합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일본 정부는 알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양심있는 사람들이 역사적 사실을 캐고 힘을 모아서 아픈 역사에 대한 반성을 합니다. 

니시자키 마사오라는 분은 강가에서 많은 재일조선인들이 집단 살해 당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서 추모비를 만듭니다. 모든 일본인이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정부가 문제인 것이죠. 

MBC 예능은 인기 있는 예능이 별로 없습니다. 20년 전 정말 만들었다하면 다 대박을 치던 시절을 떠올리면 이렇게 망가졌나 할 정도로 인기 있는 예능이 많지 않습니다. MBC 예능 전성기 시절을 돌아보면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주는 인포테인먼트가 꽤 많았습니다. '책책 책을 읽읍시다'나 '양심 냉장고' 등등 건강한 예능들이 많았습니다.

<선을 넘는 녀석들> 한반도편은 그 인포테인먼트 예능의 부활을 느끼게 하는 좋은 예능이네요. 다음 주도 어떤 내용이 담길지 기대가 무척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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