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엘리트들의 편협하고 사회성 떨어지는 이유를 담고 있는 SKY캐슬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여동생이 이사할 용인 시의 아파트를 보고 왔습니다. 그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어머니는 이사에 대한 걱정을 참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품 안의 자식이 멀리 떠나서 사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하시는 말씀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동생이 40대인데 언제까지 부모님 뜻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미 20대 조카를 키우는 엄마인데요. 이에 뒷자리에 있던 조카가 할머니에게 엄마 의견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맞는 말이죠. 언제까지 품 안의 자식일 수 없습니다. 게다가 20살 넘으면 자기 몸과 영혼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주체적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성인으로 인정하잖아요. 그러나 40살이 넘어도 성인으로 살지 못하고 누군가의 자식으로 사는 사람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어머니 하라는 대로 살았던 스카이캐슬의 의사 강준상
72년생 의사인 강준상(정준호 분)은 혼외 자식인 김혜나(김보라 분)가 자신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분노하게 됩니다. 김혜나는 SKY캐슬에서 열렸던 우주의 생일파티 때 추락사한 김혜나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지만 출세를 위해서 혜나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병원장의 손자부터 수술을 한 자신의 행동을 원망합니다.
이에 강준상의 어머니인 윤여사(정애리 분)는 "니 딸인데도 더 위중한 9살 짜리 아이를 구한 의사이고 절대 지탄 받을 일이 아니라고 아들을 케어해 줍니다. 그러나 강준상은 자신의 친 자식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어머니 앞에서 지금까지 참고 있던 마음속 울분을 토로합니다.
"어머니가 원해서 학력고사 전국 1등을 했고 의사 되라고 해서 의사가 됐고 병원장 해보라고 해서 그거 해보려다가 내 새끼인 줄도 모르고 혜나를 죽였잖아요"
종영을 3회 남겨둔 JTBC의 <SKY캐슬> 17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강준상이 울분을 토로하던 장면이었습니다. 평생을 어머니 아바타로 살았던 강준상은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살았습니다. 나이 먹고 부모님 원하는 대로 산 강준상을 욕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자신을 돌아보면 우리들 대부분은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결혼하는데 부모님의 허락을 받는 나라가 얼마나 많을까요? 강준상은 어쩌면 우리들의 민낯이 아닐까요? 참 아이러니한 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살았던 강준상과 아내 한서진(염정아 분)은 또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예서(김혜윤 분)을 키웁니다. 이런 문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자식을 내 아바타로 키우는 문화. 물론 이 자식 사랑이 희생을 바탕으로 하기에 존중 받고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사랑이 짙어지면 강박과 아집과 강요가 되어서 오히려 자식을 망치는 지름길이 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상위 0.1%라는 외형적으로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도덕성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속물 근성이 가득 찬 강준상입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도둑질도 할 수 있다는 잘못된 부,모성애를 담은 SKY캐슬
요즘 가장 뜨거운 드라마인 JTBC의 SKY캐슬은 1월 18일 금요일 방송의 시청률이 19.923%로 비지상파 방송 중 최고의 시청률을 올린 tvN의 도깨비의 20.509%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불타는 금요일보다 토요일에 시청률이 더 나오기에 오늘 도깨비의 기록을 깰 듯합니다.
SKY캐슬은 시청률 1%로 시작해서 입소문을 타고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고 저처럼 뒤늦게 열풍에 합류한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이 SKY캐슬이 인기 있는 이유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회에서는 혜나의 죽음에 대한 궁금증이 펼쳐지면서 시청률은 더 오르고 있습니다.
드라마 SKY캐슬은 상위 0.1%만 사는 고급 빌라 단지인 SKY캐슬에 사는 상류층의 자식에 대한 애착을 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SKY캐슬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상위 0.1%가 아닌 자식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이야기인 부성애, 모성애를 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부모들의 자식 사랑은 세계 최고입니다. 문제는 너무 심한 자식 사랑이 자식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습니다. 심심찮게 들리는 자녀와 함께 일가족이 모두 자살을 하는 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긴 한숨을 쉽니다. 뚜렷하게 보이는 어두운 미래를 자식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면서 부모가 자식과 함께 죽는 풍경은 참으로 참혹스럽습니다. 그러나 이 참혹극을 뜯어보면 명백히 부모의 자녀 살해입니다. 간단명료하게 보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존속 살해입니다.
이 참혹극의 근간에는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못난 부성애, 모성애가 있습니다. 참혹극만 일어나지 않았지 한국에서 사는 부모들의 행동과 생각을 보면 일가족 참혹극이 일어나는 것이 이해 못할 일도 아닙니다. 이렇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다 보니 46살을 먹고도 부모의 뜻이 자신의 뜻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못난 어른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드라마 SKY캐슬에서 못난 모성애, 부성애가 가장 많이 투영된 사람은 염정아가 연기하는 한서진입니다. 한서진은 성공을 위해서 개명과 과거를 지웠습니다. 게다가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도 참고 살고 있습니다. 남편과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불쏘시개로 기꺼이 내던지는 열혈 엄마이자 아내인 한서진은 우리들의 엄마 또는 아내의 모습입니다.
도덕성을 갖춘 여자라서 부정한 행동에 불같이 화를 내고 따지지만 그 일이 자녀의 성공과 연관되어 있으면 부정한 일을 모른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한서진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지만 동시에 한서진의 행동을 이해 못 하거나 공감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비도덕적인 행동에 손가락질을 하지만 그 일이 내 자식과 나에 관련된 일이면 쉽게 눈감아주는 비겁한 인간들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한국은 이런 비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기회주의자들이 자자손손 성공한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친일파가 대표적이지만 80년대 성공 방정식이자 현재의 성공 방정식인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제대로 보여주는 캐릭터가 한서진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적당히 비겁하게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하잖아요.
스카이캐슬 17회에서는 그 적당히 비겁한 행동을 넘어서는 범죄 행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 범죄 행위에 대한 수혜를 받은 딸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한서진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서진은 악독한 모습이 가득한 악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한서진의 행동에 연민의 감정도 동시에 가집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깊이만 다를 뿐 한서진의 모습과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
17회에서 한서진은 자식을 위해서 친구까지 외면하는 야멸찬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한서진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한서진의 딸 예나도 야멸차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검지는 않습니다. 서울대 의대라는 거대한 욕망이 있지만 친구의 불행에 같이 슬퍼하는 따뜻한 마음씨고 작게나마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마 SKY캐슬이 좋은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악인, 선인으로 구분하지도 한 가지의 속성으로만 담지도 않습니다. 악하면서도 선하고 선하면서도 악한 모습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이런 입체적인 캐릭터 묘사가 실제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보게 되는 드라마가 SKY캐슬입니다.
잘못된 자녀에 대한 애착을 가진 캐릭터는 한서진 뿐이 아닙니다. 차민혁(김병철 분) 교수도 아주 잘못된 자녀 교육관을 가진 캐릭터이죠. 한서진이 다큐라면 차민혁 교수는 코믹 캐릭터입니다. 이 차민혁 교수는 그나마 상당히 바른 모습을 보이는 부인 노승혜(윤세아 분)가 브레이크가 있어서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코믹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부모만 필요하다는 SKY캐슬
아프리카 속담에 "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한국에서도 유용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파트가 많이 없던 마을 단위로 살던 80년대까지만 해도 한 아이가 자라면서 수많은 이웃 어른들을 만납니다. 이 이웃 어른들의 성품을 본 받고 따르면서 바른길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금만 나쁜 행동을 하면 지나가던 어른이 불러 세워서 왜 나쁜 행동인지를 확실하게 인지시켜줬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동네 어른이 담배 피는 초중고생을 혼내면 오히려 아이들이 달려들어서 위협을 합니다. 또한, 나쁜 행동을 지적하면 아이 엄마가 득달같이 달려와서는 왜 남의 아이에게 혼을 내냐고 삿대질을 합니다.
아이는 내 소유라서 내 물건에 누가 지적하고 터치하는 자체를 아주 싫어합니다. 한서진이 그렇고 차민혁이 그렇습니다. 이런 부모들이 자신이 실패하면 자식까지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자식과 나를 동일한 사람으로 인식한 합니다. 최악의 경우 자녀 살해 후 자살을 하죠. 아주 무서운 모습입니다만 우리들 모두 크기만 다를 뿐 한서진, 차민혁이라는 가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한 아이를 키우는데는 한 사람 또는 부모만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주변과 섞이지 못한 사회성과 도덕성이 결여된 괴물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가끔 뉴스를 보면 사회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을 하는 검사나 판사들의 판결을 보면서 혀를 차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벼운 절도임에도 엄벌을 때리는 판사를 보면 사회성이 결여된 판사라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들이 도덕성과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죠. 상류층끼리 모여 살면서 지내다 보니 다양한 계층의 친구를 사귈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SKY캐슬은 다양한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닌 상류층 0.1%만 사는 말 그대로 부촌입니다. 요즘 한국은 부모의 경제 능력에 따라서 모여사는 이상한 형태의 마을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거지라고 쉽게 손가락질 하고 부모들도 임대 아파트 아이들과 놀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가난이 게을러서 얻어진 결과가 아님에도 우리들은 아파트 가격을 보고 뭉쳐서 모이고 만납니다. 이런 편협적이고 돈 단위로 뭉친 커뮤니티에서 자란 아이들이 건강한 생각을 가지기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위치와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객관적이고 바른 시선을 가지게 되는데 태어나서부터 피라미드 꼭대기에 살면서 온갖 권력을 누리고 산 엘리트들은 세상을 보는 시선이 내려다 보는 시선 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사회성 없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합니다.
오히려 진진희(오나라 분)의 가정처럼 자녀가 공부를 못해서 별 기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오히려 더 행복한 모습입니다. 자녀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자녀를 스트레스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부모들의 교육 진상극이 SKY캐슬입니다.
우리들의 성공 지상주의, 교육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어떤 괴물을 만드는지를 잘 보여주는 아주 좋은 드라마 SKY캐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