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TV비평

인위적인 매운맛을 내다가 폐업 위기에 놓인 골목식당

썬도그 2019. 1. 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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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가장 즐겨 본 예능은 <SBS의 백종원의 골목식당>입니다. 음식 사업가 백종원이 메인인 이 프로그램은 <푸드트럭>부터 즐겨 봤습니다. 집안에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보니 알게 모르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됩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더본코리아'라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소유한 기업가 백종원이 자신의 음식장사 노하우를 제공해서 죽어가던 골목상권을 살리는 예능입니다. 다른 예능들이 리얼이라고 하지만 실제와 판타지가 가공된 형태라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실존하는 골목식당들의 어려움과 엄혹한 자영업 생태계의 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절박한 골목식당 상인들을 돕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금요일 밤에 하던 방송은 수요일 예능의 절대강자이자 넘어설 수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견고한 성을 쌓고 있는 MBC <라디오스타>가 지키고 있는 수요일에 입성한 후 가볍게 <라디오스타>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청률이 2배 차이나 날 정도로 <라디오스타>가 따라갈 수 없는 초격차로 벌어진 상태입니다.


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악역 같은 식당이 필요할까?

그러나 골목식당의 높은 시청률에는 프로그램이 좋아서 보는 분도 있지만 골목식당 지역마다 등장하는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골목식당 음식점 주인들의 태도에 대한 문제가 항상 붉어지는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분노에 치를 떨면서 보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마치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연신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 고통에 중독되어서 보는 분도 꽤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매 골목식당 지역마다 악당과 같은 식당 주인을 섭외해서 이슈화 시키는 행동을 너무나 자주 많이 합니다. 첫 번째 시리즈였던 이대편에서는 백반집 아주머니가 이 역할을 했었습니다. 이해는 합니다. 아무리 다큐를 지향하는 예능이라고 해도 연출이 없는 예능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각 식당에 대한 어느 정도 캐릭터를 심어주는 작업을 합니다. 또한 매 시리즈마다 맵고 짠 자극적인 캐릭터가 있는 식당을 투입합니다. 


이대 백반집 아주머니는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 시리즈인 충무로 필스트리트편에서 터지기 시작합니다. 멸치국수를 파는 식당 주인과 백종원 대표 사이의 충돌이 극에 달하자 시청자들은 멸치국수 식당 주인을 무차별적으로 악성 댓글로 폭격을 합니다. 심하다고 할 정도로 심한 폭언을 지켜보고 있자니 이건 골목식당을 살리는 게 아닌 망하게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취지와 어긋나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멸치국수 식당 주인이 한 행동이 잘 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지탄받을 행동을 했죠. 하지만 이 방송 취지가 골목상권을 살리는 것이 취지라면 그런 부분은 가려줘야 합니다. 방송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논란이 예상되는 식당 촬영 부분을 편집에서 삭제하면 됩니다. 다른 방송과 다르게 편집 삭제하기에도 편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SBS는 멸치국수집을 끝까지 보여줍니다. 결국 백종원의 솔류션을 제대로 전수받지 못한 상태로 마무리가 됩니다. 전 방송을 보면서 아무리 멸치국수 식장 주인이 잘못한 행동이라도 방송 이후 오히려 더 안 좋아진 여론에 피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을 할 정도였습니다. 멸치국수 집만 보면 방송이 도움이 된 것이 아닌 해가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방송국 작가와 PD의 욕심이 부른 참사입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논란이 일어나고 분란이 일어나면 그 분란과 논란과 분노가 모두 시청률로 연결되기에 나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자주 많이 일어나면 악당 같은 식당을 섭외한 것에 대한 원천적인 비난이 생길 수밖에 없고 손가락질은 악역 같은 식당 주인이 아닌 방송 제작자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덕편은 그런대로 악역을 담당하는 또는 자극적인 역할을 하는 식당이 많지 않아서 무난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아도 재미도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악역 같은 식당이 해방촌 신흥시장편에서 등장합니다. 원테이블 식당의 미숙함에 분노하는 백종원 대표와 기본도 안 되어 있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를 분노케합니다. 뚝섬편은 백종원 대표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 더 심각한 식당주인이 나옵니다. 뚝섬 경양식집의 논란은 인터넷을 달구웠고 결국은 소송까지 이어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특히 경양식 식당 주인은 SBS 방송 작가들이 자신에게 캐릭터를 심어준 것이라는 해명을 하는 등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어느 정도 캐릭터 설정과 연출이 있다는 것을 많은 시청자들이 넌지시 알게 됩니다. 성내동 만화거리는 그런대로 무난하게 지나갔지만 포방터 시장편에서의 홍탁집은 또 다시 분노를 유발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식당 빌런'이라는 말이 떠돌기 시작합니다. 매 시리즈마다 악당 같은 식당이 등장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만들어준 신조어입니다. 


지금 방영중인 용산구 청파동편은 '식당 빌런'이 2명이나 등장합니다. 매회 1개의 식당이 악역 역할을 하는데 청파동편은 무려 2곳이고 1곳은 너무나도 강력합니다. 끝판왕이라고 할 정도로 문제가 참 많은 식당입니다. 이런 악역을 담당하는 식당들은 거의 매 시리즈마다 있습니다. 악역은 음식업의 대부이자 신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백종원의 의견과 충돌하는 악역이 있는가 하면 열정적인 모습 또는 기본도 되지 않아서 비난을 받는 악역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악역이 아닌 식당도 많습니다. 기본기가 없어서 문제가 생긴 것은 기본기를 배우고 다시 장사를 하면 될 것이며 문제점 인식과 해결 방법을 모르는 식당은 백종원의 노하우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필요 이상으로 대결 구도를 만들어서 분란을 조장하는 면도 많습니다. 이는 제작진이 시청률 지상주의에 물들어서 자극적인 악역을 담당하는 식당을 일부러 투입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달달하고 훈훈한 감동 드라마로만 채우면 시청률 골목식당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흥미롭게도 골목식당에서 악역을 담당한 식당들이 그 많은 비난과 비판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 나왔다는 화제성 때문에 찾아간다고 하죠. 요즘은 칭찬이 좋고 비난이 나쁜 시대가 아닙니다. 칭찬이든 비난이든 상관없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는 것이 무플보다 더 좋은 유명세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초심과 방송 취지를 잃어버린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죽어가는 골목상권을 제보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이 죽어가는 상권을 직접 방송국이 발굴하는 것이 아닌 제보를 받아서 살리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식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담은 시리즈가 '성내동 만화거리편'입니다. 

그러나 이번 용산구 청파동 편은 방송작가들이 어설프게 섭외했다가 비난의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먼저 피자집은 건물주 아들이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이에 언론사가 방송 제작진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했는데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거부를 했습니다. 고로케집도 문제가 있자 고로케집 식당 주인이 직접 SNS에 법인 사업자를 개인 사업자로 바꿔서 방송을 하자고 방송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취지는 죽어가는 상권에 있는 골목식당을 살리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청파동편은 이 취지에 부합되는 식당이 거의 없습니다. 골목식당이 살려야 할 식당은 음식 맛은 좋으나 골목상권 자체가 죽어서 묻혀 있는 식당이나 음식 실력이나 노하우가 없어서 죽어가는 음식점 중에 절박한 사정이 있는 식당들이 가장 취지에 맞는 식당입니다. 

먼저 피자집과 고로케집은 식당을 개업한 지 3개월 밖에 안 됩니다. 신장개업한 식당이라서 음식 맛이 좋으면 서서히 살아날 겁니다.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골목식당에게 백종원의 마법의 손을 내밀어야 시청자들이 열광하지 음식업 경력이 전무한 신장개업 식당에 손을 내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민다 해도 두 신장개업 식당 주인들의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절박함이 없는 모습은 분노만 끌어 오르게 합니다. 

다른 식당도 문제가 있습니다. 냉면집은 모르겠지만 버거집은 방송 이전에도 나름 맛집으로 인기를 끌던 곳입니다. 따로 솔루션을 제공할 필요하지 않아도 먹고살 만한 곳인데도 투입합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취지도 잃고 초심도 잃어버렸습니다. 인위적인 빌런 생산을 하다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졌습니다. 이번 청파동 편은 섭외부터 잘못되었습니다. 전적으로 제작진이 망친 시리즈이자 <백종원의 골목식당> 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청률 올리기 위해서 무리하게 악당을 만들려다가 스스로 방송 제작진이 악당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변명 같은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방송 제작자들의 대처를 보면 자신들이 무슨 문제를 저지른지 잘 모르는 눈치입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간다면 SBS의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먼저 폐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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