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TV비평

3가지가 없어서 좋은 무공해 여행 방송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썬도그 2018. 12. 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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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먹방, 한국 방송사들의 예능은 이 2가지 키워드로 설명이 됩니다. 여행 아니면 먹방 또는 여행과 먹방을 결합한 예능 방송이 대부분입니다. 이러다 보니 여행과 먹방 프로그램이 다 거기서 거기 같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수요가 많아서 오늘도 데칼코마니 같은 여행, 먹방 예능이 꾸준하게 만들어지고 꾸준하게 팔리고 있습니다.

여행과 먹방이 있는 인기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대리 만족이 가장 클 겁니다. 우리가 가장 하고 싶지만 돈과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여행과 먹는 행위를 HD 화질의 방송이라는 간접 체험으로 대리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대리로 하는 것이 참 많습니다. 


KBS 1TV 토요일 오후 7시에 하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올 여름 가뭄 속에 단비 같은 교양 프로그램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MSG 잔뜩 뿌려진 예능 프로그램의 단짠의 맛에 물리고 질려버린 저에게 단비 같은 맑은 여행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라서 2회만 방영하고 끝이 났지만 반응이 워낙 좋아서 기필코 정규 방송화 될 것을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에 제 바람대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정규 방송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의 카테고리는 예능이 아닌 교양입니다. 따라서 예능이 추구하는 단짠의 재미가 아닌 구수한 숭늉을 먹는 편안함과 포근함이 주는 재미를 추구합니다. 또한 시청 연령대가 다른 예능에 비해서 높습니다. 제가 보기엔 40대 이상 분들이 참 좋아할 수 있는 방송입니다. 그러나 워낙 맑은 프로그램이라서 20,30대 분들도 좋아할 만한 요소가 꽤 많습니다. 


핫플레이스가 아닌 사람의 온기를 길어 올리는 동네 여행기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은 현지인이 아닌 외지인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담습니다. 따라서 현지의 생활 보다는 관광지로서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이런 관광지로서의 여행기는 관광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고 다양한 흥미를 제공하지만 워낙 많은 방송이 같은 여행지에서 비슷한 체험을 소개 하다 보니 식상할 대로 식상해졌습니다. 

스위스 인터라켄 같은 경우는 너무 많이 방송해서 이웃 동네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여기에 유튜브에 유명 국내외 관광지를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동영상이 검색됩니다. 이러다 보니 여행 프로그램들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여행기 포맷과 출연진만 다를 뿐입니다. 그렇다고 방송에서 소개 안 된 여행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많아져서 오지 여행 프로그램도 이제 넘치고 넘칩니다. 

이런 여행 프로그램 과잉의 시대에 오롯히 독특한 시선, 차별화된 시선을 담은 여행기가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여행 프로그램의 포멧을 취하고 있지만 여행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지는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여행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한 동네에 대한 정취와 사람들의 체취를 담은 동네 탐방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지역 단위의 취재 방송은 다큐 3일이 있지만 다큐 3일과 다른 점은 진행자가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진행자는 궁예, 4달러의 김두한을 연기했던 중견을 넘어 원로 배우가 넘어가는 김영철입니다. 김영철이라는 배우는 나이드신 분들에게 유명하지만 10,20대 분들에게도 아주 잘 알려진 분입니다. 뉴트로 시대라고 하죠. 10,20대 분들이 본방으로 궁예나 김두한을 보지 못했지만 유튜브에 올라온 궁예와 김두한 장면을 봐서 10,20대 분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배우 김영철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다소 딱딱한 이미지가 걱정스러웠지만 1화 <강변동네 망원동>편에서 '누가 이렇게 웃음소리를 내었는가?'라는 드립을 치는 김영철을 보면서 빵 터졌습니다. 편안한 이미지, 인심 좋고 마음씨 고와서 존경하는 동네 어르신 또는 이웃집 아저씨 느낌입니다. 


따라서 진행자가 주는 재미가 아주 큽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제목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입니다. 푸근한 인상의 마음씨 좋은 김영철 아저씨가 강변 동네 망원동을 어슬렁 어슬렁 걸어다니면서 동네 탐방을 합니다. 망원동은 요즘 가장 뜨고 있는 서울의 동네 중 하나로 망리단길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핫플레이스를 담을 생각이 거의 없습니다. 그 유명한 인스타 성지인 카페 자판기도 스치듯 담습니다. 오히려 망원 시장을 담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 로스터리 카페를 담습니다. 



특히 한 음식점에 들어가서 어머니 생각난다면서 92살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가족의 할머니를 대접합니다. 사람 냄새가 가득납니다. 할머니를 대접하는 배우 김영철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핫플레이스 대신 동네에서 만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길어 오르는 온기 가득한 우물가 같은 방송이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입니다.


망원동의 망원동이라는 정자 관리인이 길 잃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있는 모습도 작은 감동이었습니다. 보통 유기견 또는 길 잃은 강아지를 보면 키우기 보다는 구청 등에 신고를 해서 처리(?)를 하지만 키우는 것이 쉽지 않지만 길 잃은 강아지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씨 좋은 동네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가 아주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11월 24일 첫 회가 방송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마포구 성산동, 망원동 골목을 구석구석 다닙니다. 이 동네는 가끔 가봅니다. 다른 지역보다 아파트가 많지 않아서 골목이 참 많습니다. 걷기 좋은 골목들은 아니지만 골목이 좁아서 자동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골목 돌 때 마다 숨겨진 보물들을 찾는 재미가 있어서 도보 여행하기 좋은 동네입니다. 동네 한 바퀴가 성립되려면 골목이 많아야 합니다. 아파트 촌을 한 바퀴 도는 것은 뭔가 어색하죠. 그래서 골목 많은 동네를 서울 및 지방을 돌면서 담을 듯 합니다. 


3가지가 없어서 좋은 무공해 여행 방송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 과도한 자막과 CG가 없다.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분들이 MSG 같은 인공첨가료에 의존을 합니다. 많은 예능들이 원 소스가 재미 없으면 과도한 CG와 자막과 음악이라는 인공감미료로 맛을 냅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최소한의 자막만 담고 있습니다. 물론 교양 프로그램이라서 예능 여행 프로그램과 괘가 다르긴 해도 자막과 CG가 아닌 출연자와 동네 사람들의 환한 미소로 맛을 낸 묵직한 맛이 좋습니다. 


2. 대결이 없다

많은 예능 여행 프로그램이 팀을 나눠서 대결을 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이 방식이 나쁘다고 할 수 없고 지적 받을 일은 아닙니다. 적당한 대결은 예능의 흥미를 돋구는 도구니까요. 그럼에도 대결 구도나 과도한 게임 요소는 여행의 본질을 훼손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 지역에서 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 보다는 출연자들끼리의 농담 따먹기와 대결로 인해 여행 프로그램의 덕목인 풍광 보는 재미를 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오롯하게 풍광을 감상할 수 있게 대결이나 지나친 출연자의 개입이 없습니다. 혼자 다니는 컨셉이라서 말도 많지 않고 나레이션이 풍광을 묘사하고 정리해 줍니다. 


3. 먹방이 없다.

먹방이 없습니다. 아니 있습니다. 먹는 장면이 있긴 합니다만 음식 포르노가 아닌 남에게 후하게 대접하는 먹는 방송은 있습니다. 김영철은 어머니가 생각난다면서 건강을 위해서 아들네 음식점에서 알바를 하는 할머니에게 음식을 대접합니다. 

음식은 함께 먹고 대접하고 담소를 나누는 온기가 전해지는 도구여야 보는 사람들도 보기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네 예능 여행 프로그램들, 먹방들을 보면 과도한 리액션을 하고 자극만이 목적인 음식 포르노들이 많습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은 먹방 대신 따뜻한 국밥의 온기가 있습니다. 


사람의 온기를 길어 올리는 건강하고 맑고 따뜻한 여행 방송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진한 콩국수를 마시는 듯한 건강하고 구수한 동네 여행 프로그램입니다. 매주 KBS1TV 토요일 오후 7시 10분에 8시까지 방영합니다


<POOQ(푹)에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회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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