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감동을 다 잡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호주편
MBC의 2부 리그같은 MBC의 케이블 채널인 MBC every1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예능은 단연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입니다. 얼마나 인기를 끄는지 목요일 오후 8시 대의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통틀어서 동시간대 시청률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습니다.
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로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는 한국어가 능통한 외국인)이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 등을 한국에 초대해서 한국을 구경하고 즐기는 예능입니다. 큰 카테고리로 보면 여행 예능이지만 다른 여행 예능과 다른 점은 한국인이 외국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닌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한국 문화와 한국인, 한국 유명 명소를 다니면서 이방인의 시선으로 담은 한국의 진면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 시즌 2가 방영중으로 시즌 1 포함 총 14개 팀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매 편마다 출연자가 바뀌기 때문에 재미의 기복이 좀 있습니다. 출연하는 외국인이 성실하고 인성 좋고 매너 좋고 유머러스하면 그 편은 큰 인기를 얻지만 별 내용이 없으면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매주 챙겨 보지 못했지만 제일 기억남고 다른 분들도 가장 인정하는 편은 독일편과 영국편입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레전드가 탄생 중입니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호주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10여 년 전의 KBS 2TV의 <미녀들의 수다>와 남자 버전인 JTBC의 <비정상 회담>의 여행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시하고 별 생각 없이 하는 행동들과 우리의 문화를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서 돌아보게 하는 예능입니다.
10월 25일부터 20대 호주 청년이자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블레어 윌리엄스'가 호주에 사는 아빠와 사촌 그리고 자신의 동생을 초대해서 총 4편에 걸쳐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1편에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직통 전철을 타고 서울역까지 가는 과정에서 열차가 도착했음에도 문이 열리지 않아서 곤혹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제공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한국의 비빔밥을 먹는데 블레어의 여동생이자 막내인 멕이 멸치를 먹지 못하는 모습이 참 귀엽게 담겼습니다. 서양인들은 해산물을 잘 먹지도 않지만 멸치는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하죠. 멕은 눈이 달려 있는 작은 생선인 멸치에 기겁을 합니다. 결국 머리를 떼어 버리고 먹습니다.
이 장면 보면서 한 참 웃었네요. 사촌 동생이 어렸을 때 멸치 눈이 무섭다면서 멸치를 못 먹었어요. 우리는 별거 아니고 머리까지 야무지게 먹는 멸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멸치는 그 작은 몸에 눈이 선명하게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그 눈이 무서울 수도 있겠다 싶었네요.
이 장면 뿐만 아니라 멕의 귀여운 행동과 귀여운 외모 때문에 블레어 동색 멕의 팬이 꽤 많습니다. 동시간대 실시간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데 호주 여대생 멕이 큰 차지를 했습니다.
사촌동생인 케이틀린은 호주에서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해서 그런지 표정 부자입니다. 다양한 표정으로 시청자를 즐겁게 만들어줬습니다. 채식주의자라서 고기를 먹지 못해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다가 2편에서 라면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에서 빅재미를 줍니다.
서울 도심에 숙소를 잡고 덕수궁과 숭례문을 갑니다. 숭례문 안내판을 보니 2008년에 불에 탄 내용까지 잘 담겨 있네요. 예전의 한국이라면 화재로 무너진 숭례문 이야기를 싹 도려냈을 겁니다. 그러나 영어로 2008년 큰 화재로 전소된 내용까지 담긴 모습을 보면서 한국도 부끄러워서 숨기는 나라가 아닌 과오를 인정하고 세상에 알려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다짐하는 듯한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제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좋습니다. 외국인들의 시선을 통해 또는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우리가 일상이라서 별 생각없이 지나가는 것들을 일깨워주고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해주니까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호주편 2편>에서는 호주에서 건축가로 근무하시는 아버지 마크의 서울과 서울 건축과 도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참 좋았습니다. 대학로 이화마을 위에 있는 낙산 공원에서 서울을 바라보면서 산과 나무가 많아서 좋다면서 자연을 잘 살려서 건물을 지은 것 같다는 말에 갸우뚱 했습니다.
제가 아는 서울이라는 도시는 무질서하게 지어진 도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이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후죽순처럼 올라가는 빌딩과 별 특색없는 고층 빌딩들이 많아서 매력적이지 않지만 낙산에서 본 종로 도심 건물을 보면 아버지 마크의 말이 공감이 가더군요.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서울 도심 건물들도 경관에 영향을 주면 건축 허가가 나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경복궁이나 창경궁 주위에 고층 빌딩은 고궁 경관을 헤치기에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건축 규제가 심한 게 서울이죠.
오후에는 두산 베어스와 LG트윈스의 야구 경기를 보러 갑니다. 한국 문화 중에 야구 문화는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콘텐츠이자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놀라워하는 열정적인 응원 문화가 있습니다. 야구장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응원하는 재미로 가는 분들이 많다고 하죠.
블레어는 식구들과 함께 한국의 야구 응원 문화를 제공합니다. 이날은 두산이 엘지를 대역전한 날이었습니다. 이 경기 TV로 봤는데 LG트윈스 팬인 저에게는 가슴 아픈 날이자 올해 야구 농사는 망했구나를 외쳤던 날이네요. 어떻게 7 대 1에서 역전패를 당할 수 있나요?
이번 주에 방영한 3편에서는 두 숙녀와 아버지가 따로 여행을 합니다. 아버지 마크는 청계천과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된 이대 ECC 건물을 갑니다. 건축가 답게 청계천을 보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합니다. 비록 인공 하천이지만 도심 한 가운데 물이 흐르는 작은 하천이 있고 생태계가 작동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담습니다.
북촌 한옥마을에 들려서 한옥의 구조를 안과 밖으로 살핍니다. 정말 열정적인 아버지입니다.
반면 멕과 케이틀린 흥부자들은 SNS에서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검색하고 바로 망원동으로 갑니다. 망원동은 경리단길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무너지자 그 대체지로 연남동이 뜨고 연남동도 젠트리피케이션 전조 현상이 보이자 그 이웃 동네인 망원동이 뜹니다. 저도 몇 달 전에 갔다 왔는데 정말 아름다운 카페들이 참 많았습니다. 골목을 돌 때마다 다른 서울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멋집들이 가득하더라고요.
그중에서 가장 핫한 카페가 자판기라는 카페입니다. 입구에 분홍 자판기가 있는데 이 앞에서 사진들 엄청 찍습니다. 저도 자판기 카페 사진 담으려고 한 10분 기다려야 했을 정도입니다. 그것도 평일에요.
인스타그램 신봉자인 멕과 케이틀린은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도 감수하면서 다양한 포즈로 많은 사진을 담습니다. 폰카, 디카, 그리고 인스탁스라는 즉석 카메라까지 동원해서 다양한 사진을 담습니다.
홍대 카페에서도 사진 찍기 좋은 카페에서 인생에 남길 사진들을 담습니다. 여자들의 이런 사진 놀이 문화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카페에 먹기 위해서가 아닌 사진 찍기 위해서 간다는 말은 저에게 문화 충격이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마팅이라는 문화였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언어로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산 음식을 바로 앞 파라솔이나 공원에서 먹는 문화를 마팅이라고 하나 봅니다. 그러나 멕과 케이틀린은 길바닥에서 컵라면을 먹으면서 마팅이라고 합니다. ㅋㅋㅋㅋㅋ 이거 그냥 거지 컨셉인데 외국인이라서 가능한 행동이죠. 관광객들만 할 수 있는 일탈?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호주편>
블레어 동생 멕이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엽다고 난리입니다. 딱 20살 초반의 생기를 그대로 간직한 멕. 여기에 표정부자인 케이틀린의 합동 생기 공연은 시청자를 저절로 웃게 합니다. 멕과 케이틀린이 20대 갬성을 담고 있다면 블레어의 아빠인 마크는 진중하고 진지하고 차분합니다. 마치 멕과 케이틀린 방송이 단맛 가득한 방송이라면 마크의 건축 여행은 담백하고 진한 육수를 먹는 고소함이 있습니다.
다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다른 점도 꽤 있습니다. 이전 방송들은 한국의 핫플레이스를 돌아 다니는 관광객 컨셉이 컸다면 이번 호주편은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일상을 체험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한강 공원에서 라면먹기, 잠실야구장에서 응원하기, 예쁜 카페에서 사진 찍기 등등 한국인들이 주로 하는 일상을 같이 체험하는 모습이 참 푸근하더군요.
여기에 가족이야기가 담깁니다. 전 자신의 부모님을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을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배울 것이 많고 존경하는 부모님을 만나는 것이 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블레어는 아빠가 롤모델이라고 하네요. 제가 봐도 블레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정말 좋은 분들입니다.
모든 시선을 사랑을 기반으로 하고 아들의 행복을 위한다면 한국에 머무르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 모습과 모든 것을 가족을 우선시하는 희생정신을 보면서 감동을 느꼈습니다. 물론 마크 같은 부모님의 마음이야 많은 부모님이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부모님은 많지 않죠. 자녀들이 원하는 것도 부모님이 원하는 것이 아니면 거부하는 모습들도 많고요.
블레어와 아버지 마크의 신촌 술자리는 그래서 참 의미 있었고 보기 흐뭇했습니다. 4편에서는 블레어가 준비한 설악산 여행이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멕과 블레어의 다툼도 있고 흥에 겨운 단짠단짠한 방송이 될 듯 하네요. 멕과 케이틀린 듀엣의 신명을 또 볼 수 있겠네요. 기대가 많이 됩니다.
POOQ(푹)에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호주편 1부 바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