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찍는 사진작가 조문호의 '사람이다' 개인전
사람을 찍는다고 다 사람을 찍는 게 아닙니다. 사람을 찍어도 허상을 찍는 분들도 있죠. 어떻게 보면 우리들이 촬영하는 셀카들은 다 허상입니다. 내가 가장 멋져 보일 때만 노려서 담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닙니다. 아무리 그렇게 셀카를 찍어봐야 남들이 보는 평균적인 내 모습은 그 보다 못합니다.
그렇다고 증명사진도 자연스러운 사진은 아닙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잔뜩 차려 입고 찍은 사진이니까요. 그럼 우리를 가장 객관적으로 담은 사진은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도 내가 일하고 있는 또는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곳에서 담은 사진이 아닐까요?
충무로에 있는 갤러리 브레송에서는 12월 10일부터 20일 오늘까지 사진작가 조문호의 사람이다 전시회를 진행합니다.
좀 더 일찍 소개 했어야 했는데 깜박했네요.
조문호 사진작갈을 잘 알지 못합니다. 작년에 개인전을 한 번 봤는데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대단하다고 느낀 것 이유는 촬영하기 어려운 소재를 꽤 긴 시간을 들여서 촬영했다는 것입니다. 그 끈기에 탐복을 했습니다.
조문호 사진작가는 올해로 칠순입니다. 젊은 시절 인물 사진에 입문을 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습니다. 조문호 사진작가가 사진을 시작한 것은 최민식 사진작가를 만나면서였습니다. 부산 남포동에서 국악 주점을 하고 있다가 최민식 사진작가와 알게 된 후 사진에 빠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민식 사진작가가 촬영하는 사람이라는 주제를 주로 찍습니다.
그러나 두 사진작가는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다릅니다.
최민식 사진작가가 줌렌즈로 몰래 찍는 캔디스 사진이 주를 이룬다면 조문호 사진작가는 자신을 드러내고 인물을 카메라 앞에 세우고 촬영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사진을 촬영한 사진작가 중에는 육명심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육명심 사진작가와는 좀 다릅니다. 육명심 사진작가는 백민 시리즈를 통해서 인물을 정갈한 배경에서 촬영을 해서 인물의 직업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조문호 사진작가는 인물의 직업을 유추할 수 있는 배경을 두고 사진 촬영을 합니다. 사람의 일은 그 사람의 정체성이죠. 그렇다고 이런 사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촬영한 <인사동 사람들>이란 사진집도 있습니다.
사진 트리밍과 후보정을 하지 않는 조문호 사진작가. 이는 브레송의 유산이죠. 개인적으로는 트리밍을 안하고 후보정을 하지 않는 철칙이 마치 사진순수령처럼 보입니다.
사진들은 과거의 우리 주변에 살던 서민들을 차분한 어조로 담았습니다. 이제는 기억에서도 희미한 과거의 삶을 흑백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렇다고 사회 문제를 담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시위 현장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 촬영을 했습니다. 이 점이 뛰어난 인물 사진가인 육명심과 최민식과 다른 모습이죠.
사진의 스펙트럼이 꽤 넓습니다. 촌부부터 도시민을 넘어서 보도 사진 같은 사회 문제를 담은 사진을 담았습니다. 크게 보면 다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네 그리고 외국의 인물 사진가들은 인물을 가려서 찍는 사진작가들도 많죠. 아무래도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사진에 담고자 하는 사람은 다르니까요. 그러나 조문호 사진가는 전부를 담았습니다.
어두운 뒷골목을 걷고 있는 도시민과 시골 농부의 웃음부터 시위 현장에서 코를 막은 수녀 그리고 전경까지 모두 파인더 안에 담았습니다.
조문호 사진작가의 사진들은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담기 어려운 소재도 과감하게 담았습니다. 최근에는 쪽방촌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낮은 곳을 사진으로 퍼올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옹골찬 사진작가의 모습이네요.
또 하나 좋은 점은 여느 사진작가들과 다르게 블로그를 활발하게 운영합니다.
http://blog.daum.net/mun6144/4094 (조문호 사진작가 블로그)에 가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