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사진/국내사진작가

사진에 대한 방황이 가득 담긴 구본창 사진작가의 '긴 오후의 미행' 시리즈

썬도그 2016. 1. 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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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곱디 고운 꽃중년이었습니다. 사진작가 분들 중에 가장 잘 생긴 분이 아닐까 할 정도로 구본창 사진작가는 꽃과 같았습니다. 어려서 예쁘장하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했다고 하지만 전 살짝 머리에 눈이 내린 구본창 작가의 서글서글한 눈매며 표정이며 참 다정다감해서 좋았습니다. 딱 봐도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듯한 조용하지만 할 말은 조리있게 잘 하시는 구본창 사진작가의 강연을 지난 11월 말 북서울미술관에서 들었습니다. 


서울사진축제의 일환으로 유명 사진작가를 초청해서 작은 강연을 했습니다. 구본창 사진작가는 자신의 사진 세계 중에 초기 사진들을 소개했습니다. 다른 사진들이 아닌 초기 사진들을 소개한 이유는 서울이라는 키워드 때문입니다.

서울사진축제가 관에서 진행하는 사진행사이고 서울이라는 키워드에 가장 근접한 사진 시리즈가 구본창 사진작가의 초기 사진들이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를 펼쳐보겠습니다. 

구본창 사진작가는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가족 회의를 통해서 상대에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나 학과를 가는 나라가 아니죠. 부모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원치 않은 그러나 먹고 살기는 편한 연대 경영학과에 진학을 합니다. 경영학과를 졸업 후에 대우실업에 입사를 합니다. 그러나 내성적인 성격인 구본창은 사회 생활이 맞지 않았습니다. 매일 야근을 하고 회식을 하면 꼭 노래를 불러야 하는 회식 문화도 적응이 안 되었죠. 축구 야구도 좋아하지 않아서 남자들끼리 축구 야구 이야기를 하는 것도 거북스러워 했습니다. 결국, 집단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6개월 만에 대기업을 퇴사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납니다. 


독일에서 시각디자인을 배우다가 사진을 접하게 되고 사진으로 방향을 틉니다. 
흥미로운 것은 구본창 사진작가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1985년에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귀국 전에 1983년 9월에 파인힐 갤러리에서 구본창 사진전을 합니다. 이 사진전은 해외 사진작가 초대전 시리즈였는데 구본창이라는 해외파 사진작가를 국내에 최초로 소개한 사진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파인힐 갤러리가 아주 독특한 곳이었습니다. 83년 당시 한마당 화랑과 함께 유일한 사진전을 전시해주는 갤러리였는데 낮에는 갤러리였다가 밤에는 맥주를 파는 맥주집이었습니다. 이런데가 요즘에도 있죠. 낮에는 식사를 팔다가 저녁에 술을 파는 곳, 그런데 낮에는 갤러리로 활용하다가 밤에는 맥주를 파는 곳? 좀 난해하지만 지금 시도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 그러고 보니 삼청동 인근에는 갤러리 겸 레스토랑이 있긴 하네요
아무튼 이런 파인힐에서 첫 사진전을 했는데 당시 동아일보 독자란에 보니 한 독자가 이 전시회를 신랄하게 비판을 했습니다. 담배 연기 자욱한 갤러리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과 함께 사진전을 본 것이 무척 불쾌했나 봅니다. 

이후 귀국해서 87년에 한마당 화랑에서 개인전을 했었는데 사진전 제목이 재미있네요. <죽은 듯 엎드려 실눈 뜨고>도 있고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리움>, <12번지 한숨> 같은 사진전을 했었습니다. 

구본창 사진작가는 사진전을 간간히 했지만 사진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심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1985년 귀국 후에 사진 문화가 없었던 한국은 사진을 팔아서 돈을 벌기 힘든 구조였습니다. 사진 전시회 자체가 드문 시기였습니다. 1996년에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첫 사진전이 개최될 정도였으니 80년대 90년대 초반까지 사진은 예술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사진전이 미술전과 비슷하게 많아졌지만 80년대는 기록 사진과 같은 스트레이트 사진만 인정해줬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구본창 사진작가는 칩거 비슷하게 방안에서만 지내게 됩니다. 지나가는 두부 장수 소리도 듣기 싫어서 문을 다 닫고 햇빛도 싫어서 창문을 종이로 덮어 버렸습니다.  위 사진은 85년 귀국 후의 구본창 작가의 방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런 쓰라린 현실 속에서 구본창 사진작가는 매일 매일 카메라르 들고 스냅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85년부터 90년대 초까지 촬영한 사진 시리즈가 <긴 오후의 미행>시리즈입니다. 


위 사진은 1985년 귀국 후에 변화해 하는 서울을 카메라로 담은 사진입니다. 위 사진이 어딘지 아세요? 강남 고속터미널 근처에 있는 잠원동 뉴코아백화점 자리입니다. 뉴코아 제과가 있는데 저 제과점 자리에 뉴코아 백화점이 올라가게 됩니다. 막 강남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여긴 종로의 한 골목 같네요. 80년대의 전형적인 서민 주택이네요



세운상가도 보이네요. 보라색 버스가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중앙청이 있던 시절인데 광화문 뒤 우뚝 서 있는 중앙청 뒤에서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구본창 사진작가는 이 사진을 보고 경찰들이 오락하는 것이 재미 있어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저 청년들 경찰이 아닌 공군입니다. 제가 잘 알죠. 제가 저 복장하고 외출 휴가 나갔거든요. 공군 약복인데 모자가 경찰모자와 비슷해서 경찰로 많이 오해 받았습니다.  지금은 게리슨모로 바뀌어서 경찰로 오인하는 일은 사라졌겠네요.


mbc 여의도와 저 뒤로 63빌딩이 있습니다. 



한강 배경을 보니 대충 반포 한강 둔치 같네요. 80년대 덕선이가 살던 당시는 어디 갈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코에 바람 좀 넣으려고 한강 둔치에 참 많이 갔었죠. 막 한강 개발이 진행되던 시기라서 치수 사업을 통해 큰 한강 둔치가 생깁니다.


지금의 한강 둔치가 80년대 초에 생겼습니다. 거대한 잔디밭이 생기자 청춘들과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몰려들었습니다. 


지금도 한강 둔치는 청춘과 여유의 상징체입니다. 아래 사진은 구글링을 해서 찾은 80년대의 구본창 사진작가의 가장 긴 사진 프로젝트이자 대표적인 사진 시리즈인 <긴 오후의 미행> 시리즈입니다. 










사진들이 기존의 사진들과 달랐습니다. 결정적 순간을 잡으려는 사진들이 주류였던 한국 사진계에 결정적이지 않은 사진도 사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세상을 정면으로 담는 것이 아닌 관음의 대상 또는 몰래 훔쳐보는 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담았습니다. 

별거 아닌 일상을 긴 호흡으로 담은 사진들 그래서 그의 사진은 그 긴 호흡만큼 길게 보게 됩니다.
그게 좋았습니다. 일상에서 흔하게 보는 별 것도 아닌 것들을 별 스럽게 담았습니다. 그래서 매일 보는 사물과 피사체지만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했습니다. 

또한, 당시 구본창 사진작가의 불안감도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외국물이 빠지지 않은 듯한 외국인 또는 이방인의 시선도 느껴집니다. 우리는 익숙해서 사진으로 촬영할 의미조차 찾지 못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은 구본창 사진작가. 개인적으로는 여러 사진 시리즈가 있지만 가장 애정이 가고 좋아하는 사진 시리즈가 이 <긴 오후의 미행>시리즈입니다. 마치 황폐해진 내 마음 속을 밀착 인화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바쁜 서울이지만 성장의 높이 만큼 텅빈 공허가 가득찬 서울의 공기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스트레이트 사진에서 메이킹 사진으로 전환을 이끈 1988년 사진 새 시선 전시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평론가 진동선은 한국 사진사에서 가장 큰 획을 그은 사진전을 1988년 구본창 사진작가가 기획한 <사진, 새 시전>전시회였습니다. 이 사진전은 1988년 워커힐 미술관에서 전시를 했었는데 아주 센세이션 했습니다.

이전까지 한국 사진들은 다큐 사진 같은 스트레이트 사진만 사진으로 인정해줬습니다. 그런데 독일 유학을 갔다온 구본창 사진작가가 셀프 포트레이트 사진이나 일명 메이킹 사진이라고 하는 연출 사진을 들고 나왔습니다. 또한, 자신의 사진 뿐 아니라젊은 사진작가 8명과 함께 실험적인 사진전을 했습니다. 

세상은 깜짝 놀랐죠. 증명 사진 같은 기록 사진만 보다가 직접 연출한 연출 사진을 들고 나왔으니 안 놀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전까지 사진은 재현의 예술이라고 생각했는데 표현의 예술로 전환을 시켜버립니다. 지금이야 연출 사진이 흔하디 흔하지만 당시는 대단한 충격이었습니다.


이 사진전 이후 구본창은 점점 사진계에서 큰 이름이 되고 대규모 사진 기획전에는 항상 초대 받고 있고 지금도 초대받고 있습니다. 틀을 깨는 사진을 한 구본창 사진작가의 강연을 듣다보니 젊은 구본창 사진작가의 얼굴이 스치네요

청춘의 특권인 불안과 좌절 그러나 그 불안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열정과 패기와 실행 능력이 참 보기 좋네요.
청춘은 에너지 덩어리입니다. 제어 되지 않는 럭비공 같죠.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흥미롭습니다.  '긴 오후의 미행'끝에 찾아온 혁명이 아닐까 하네요.

강연 끝에 한 질문자가 초기 사진인 '긴 오후의 미행' 사진 시리즈가 좋다면서 다시 스냅 사진전을 할 생각이 없냐고 물으니 할 생각은 있고 스냅 사진을 틈나는 대로 촬영하고 있지만 좀 처럼 시간이 안 난다고 하네요. 부디, 스냅 사진전 또 한 번 봤으면 합니다. 

우연성이 가미된 스냅. 그 스냅 사진이 주는 우연성이 은총처럼 느껴지는 사진들을 다시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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