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 파괴되어가는 제주 해녀의 부유하는 삶을 담은 사진작가 권철
강남에서 일정을 마치고 인사동에 잠시 들렸습니다. 인사동에 가면 들리는 코스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토포하우스를 들렸다가 사진전을 하면 사진전을 보고 갤러리 나우와 갤럭시 인덱스를 들립니다. 그리고 경인 미술관에 사진전을 하는 지 둘러보면 일정이 끝납니다.
가장 먼저 들린 토포하우스 2층에서는 권철 사진작가의 이호테우 사진전이 7월 8일부터 14일까지 열립니다. 오늘까지 전시를 하네요.
이 권철 사진작가는 이력이 특이합니다. 1964년 한국에서 태어나서 1994년 일본 유학을 떠납니다.
일본에서 한센병이나 가부키초 등의 다큐 사진을 찍으면서 2013년 고단샤 출판문화상상을 받습니다. 일본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 한데 느닷없이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무슨 이유 때문에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런 기반도 없고 사진문화가 일본보다 발달하지 못하고 시장도 작은 한국에서 그것도 다큐 사진작가로 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삶입니다. 권철 사진작가는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 터전을 잡습니다.
권철 사진작가가 자리 잡은 제주도에는 제주시 북서부 해안에 자리 잡은 이호테우라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습니다. 제주시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인데 이 바닷가에서 70명 정도의 해녀를 만나게 됩니다. 아시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노인 분들이죠.
이 해녀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전이 바로 '이호테우 사진전'입니다.
토포하우스 2층은 사진전 하기 딱 좋습니다. 일단 공간이 무척 커서 시원스럽습니다. 사진전은 액자 없이 프린팅 한 흑백 사진이 다양한 크기로 붙어 있습니다. 요즘 사진전들이 액자 대신 이렇게 무광 인화지에 프린팅한 사진을 전시하는 경향이 있네요. 저는 이런 흐름이 무척 좋습니다.
큰 유리 액자는 사진을 감상하는데 유리가 큰 방해를 합니다. 게다가 복제 예술인 사진은 원하는 만큼 프린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본의 가치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뭐 미술처럼 유일함을 위해서 프린팅 제한을 거는 방법으로 사진의 몸값을 올리기도 합니다만 기만적인 행동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사진들은 해녀들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풍경이죠. 그런데 이 이호테우 해변은 큰 아픔이 있습니다.
2002년 제주시가 이호1동 일대 부지에 대규모 유원지를 만드는 이호랜드 개발을 승인합니다. 참 안쓰러운 행동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더 가치가 있는데 아름다운 해변을 왜 그렇게 개발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네 압니다. 개발지상주의 국가에서 개발=돈=행복이라는 공식이 지배하는 한국에서는 개발만이 밝은 미래를 준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인 것 압니다. 그런데 멀리 넓게 보면 개발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찾아 보지 않고 무조건 개발만 외칩니다.
그러나 이 이호랜드 개발 계획은 자금부족으로 2009년 수포로 돌아가려다가 2013년 중국분마이 그룹과 손을 잡고 2013년 중국분마이호랜드가 지어지기 시작합니다. 분마이호랜드가 뭐하는 곳이냐고요? 카지노 시설입니다. 이 아름다운 섬에서 도박 단지를 만든다는 발상. 그 발상을 실현해주는 제주시. 섬은 아름다운게 그 섬에 사는 인간들은 참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이 있네요
이후 이 이호테우 해변은 매립이 됩니다. 매립 이후 마을 바로 앞에서 찰랑이던 바다는 저 멀리 후퇴를 했고 해녀들은 먼거리를 걸어가서 물질을 해야 했습니다. 이 매립 사업 이후 해녀의 1/3로 줄었습니다.
사진작가 권철은 포악스러운 자본이 먹어치운 아름다운 해변가의 해녀들의 모습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숨비소리라는 해녀들의 고통의 소리를 묵직한 톤으로 담았습니다. 저 멀리 지나가는 휴식을 싣고 가는 유람선과 노동의 옷을 입은 해녀들이 묘한 대비가 되네요
사진들을 보면 근접 촬영한 사진들이 많습니다. 멀리서 망원을 담은 것이 아닌 지근거리에서 카메라에 담았네요. 이는 작가가 이 해녀들과 마음의 거리가 아주 가깝다는 방증이겠죠.
이 사진을 보면 직접 물질도 했나 봅니다. 사진을 다 보고 전시 서문을 보니 권철 사진작가는 한국에 온 이유가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하네요
그러나 지진으로부터 안전할지 몰라도 붕괴되어가는 느낌의 한국이 결코 안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안전하지 않고 붕괴 되어가는 세상을 고발하는 것이 다큐 사진작가의 임무라면 임무일 것입니다. 한국은 사진 찍을 소재가 참 많습니다. 아직도 경직된 부분도 많고요. 그런 부분들이나 한국이 숨기고 싶어하는 속마음이나 사진으로 많이 담았으면 합니다.
좋은 사진작가가 한국에 추가로 투입 되었네요.
권철 사진작가의 사진을 계속 주시해봐야겠습니다.
한국이라는 추위를 녹여줄 군불을 떼는 작가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