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을 희극으로 비판하는 사진작가 조습의 '어부들'
세상을 저항하는 방법은 직설적으로 하는 직언을 바탕으로 한 직설화법과 비판의 대상을 희화화 시키거나 반어법을 써서 조롱하고 비아냥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이나 사회 운동가는 직설법으로 세상을 비판하고 부정 부패 및 부패한 권력과 몰상식을 비판합니다.
그러나 코메디언이나 개그맨은 다른 것이 비유하면서 현실 세상을 비판합니다.
어떤 비판 방식이 더 효과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보다 자기가 잘 하는 방식 또는 자기가 좋아하는 화법으로 말하면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대단한 비꼼력이 있기 때문에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하지만 비꼬고 희화 시켜서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끔 이런 화법을 보고 비아냥 거리냐고 불쾌해하는 분들도 꽤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이런 화법이 전 좋습니다.
돌려 말하는 듯 핵심을 넌지시 던져서 깨닫게 하고 싶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둘러 말라고 비유해서 말하면 직설적으로 말할 때의 심한 반발감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핵심을 집어주는 비꼼 또는 패러디 또는 풍자 또는 은유 또는 환유, 반어법 화법이 좋습니다.
그래서 풍자 개그를 누구보다 좋아하는데 요즘 개그 프로그램 풍자 개그, 시사 사회 비판 개그 하나요? 못합니다. 할 생각도 안 하지만 해봐야 논란만 일어나고 욕먹기 딱 좋기에 그런 시사/이슈 정치 비판 개그 안 합니다. 그러나 최근에 웃찾사에서 강성범이 LTE뉴스를 통해서 박근혜 정부와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 영상을 보면서 제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도로 강도가 너무나도 강했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나도 이 공안 정국에 길들여져서 그런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주눅이 들어있었네요. 그러나 제 예상대로 그 LTE뉴스의 그날 방송분은 SBS의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지워졌습니다. 아시잖아요. 청와대의 높은 분들이 짜증 팍 내니까 아랫 것들이 알아서 기어서 전화 한통 했겠죠. 뭐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렇습니다.
풍자를 할 수 없는 나라. 경직된 사회, 경박한 세상. 그게 한국의 현 모습입니다.
사진작가 조습은 '습이를 살려내라'라는 작품을 통해서 유명해진 사진작가입니다.
한국에서 아주 보기 드문 풍자 사진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진작가입니다. 그의 사진은 해학이 있습니다. 그리고 역설이 있습니다. 이 해학과 역설이 조습 작가의 정체성입니다.
사회를 사건을 어두운 색채의 다큐로 담는 사진작가는 꽤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진들은 바로 사건과 사회를 느끼게 하는 힘은 있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 비슷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조습작가는 이걸 비틀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유명한 사진인 '이한열군의 사진'을 2002년 할일월드컵 응원복장을 한 모습으로 패러디 했습니다.
이한열군이 연세대 앞에서 최루탄을 맞고 쓰러지는 사진으로 전국민이 분노했고 그 사진 한장이 99도까지 끓었던 민심을 1도 끌어 올려서 100도씨의 펄펄 끊는 물로 만듭니다.
그리고 6.10 민주항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6.10 민주항쟁은 서울시청 앞을 가득 매웠습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같은 장소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거리 응원을 했습니다. 이 공간의 중첩을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었습니다.
조습 사진작가는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을 마치 풍자 연극처럼 재해석해서 사진으로 잘 담고 있습니다. 다소 만화적이고 과장된 몸짓이 자연스럽지 않지만 한 장의 사진에 많은 메시지를 담고 그 메시지를 찾는 숨은그림찾기 같은 재미가 있습니다.
재미! 이게 조습 사진작가 사진의 매력입니다. 재미가 있습니다.
재미 뒤에 씁쓸함도 함께 묻어나죠. 비극과 희극은 같은 뿌리에서 자라는 감정이라고 말하는 듯 사진들은 재미와 함께 그 시절의 우울함을 함께 생각하게 합니다.
박종철 물고문 사건을 연상케 하는 물고문 장면과 함께 뒤에서 태연하게 때를 미는 사람들을 한 사진에 넣고 있습니다.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지옥으로 만드는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죠
이 조습 사진작가가 10월 8일부터 10월 29일까지 삼청동 입구 '갤러리 조선'에서 개인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란 플랜카드에는 10월 29일이라고 써 있고 작은 푯말에는 11월 5일까지라고 써 있네요. 홈페이지에 가니 11월 5일까지가 맞네요.
갤러리 조선은 처음 들어가 봤습니다. 큰 갤러리는 아니지만 2,30여점의 사진을 전시할 수 있습니다. 벽이 참 많네요
이 어부들은 조습 사진작가 사진 답게 재미있습니다. 희번던 거리는 어부들이 과장되고 연극적인 몸짓을 하고 있습니다.
포즈도 표정도 개그맨들 같은 포즈네요.
물허벅이라는 이 작품은 제주 해녀의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물허벅은 해녀들이 들고 다니는데 이걸 남자들이 들고 다닙니다. 현실 비판적인 요소가 있죠.
해안 경계를 하는 군인들과 어부도 함께 보입니다.
해안가에서 줄타기도 줄넘기도 아닌 묘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표정들이 모두 즐거워보입니다.
뒤에서 거대한 파도가 오지만 오히려 이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 사진들이 뭘 의미할까요? 작가의 장난끼가 가득한 사진 그 자체로 끝일까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이 조습 작가 사진의 맥락을 안 다면 저 웃음 속에 비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단박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네요.
해석은 각자 다를 것입니다만 가장 먼저 제주도라는 배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 해안이 제주도인지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부들이 입은 복장들은 해녀들의 복장입니다. 해녀인데 남자가? 여기서부터 비틈과 비꼼이 들어갑니다.
제주도 해녀의 삶은 감상용 삶이 아닙니다. 해녀의 삶은 고단하고 고달픕니다. 아마도 조습 작가는 그 해녀들의 고통을 남자로 재현하면서 비판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주도가 관광의 섬이 된 것 같지만 4.3 사태 등 아픔이 너무나도 많은 섬입니다.
웃음이 나올 수 없는 섬 그래서 육지와이 반목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곳
그 지리적 배경을 생각하면 이 어부들의 웃는 모습이 웃는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아니면 웃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일지도 모르죠.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작가 스스로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나의 작업은 후기자본주의의 현실 속에서 주제의 이성적 응전이 불투명해지는 지점에서 출반한다. 나는 이성과 폭력, 논리와 비약, 비탄과 명랑, 상충되는 개념들을 충돌시키면서 현실의 이데올로기에 구멍을 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충돌지점에서 뜻밖의 만나게 되는 어이러니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이다유쾌하면서 불온한 상상력을 통해 내가 연출하고 있는 것ㅇ는 이성적 주제의 안락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상호 이해의 저편으로 건너가기 위해 가로 질러야만 하는 불모성에 대한 것이며, 그 불모성 속에서도 꿈꿔야 하는 새로운 주체이행과 공동체에 대한 것이다.<조습>
좀 쉽게 쓰면 좋을텐데 좀 아쉽긴 하지만 아이로니컬이 조습 작가의 정체성 같습니다. 기쁨과 슬픔과 비탄과 명랑, 논리와 비약 이런 상충 되는 개념을 한 공간에 넣고 그걸 사진으로 박제합니다. 그리고 관객은 그 상충되는 이미지를 통해서 상상력을 얻고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가집니다.이런 퍼포먼스 사진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이미지는 있는 것을 그대로 담는 것도 좋지만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서 보다 쉽게 세상을 이해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