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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웃음꽃 만발하는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썬도그 2014. 8. 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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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
"짧은 머리 곱게 빚은 것이 정말 예쁘다네"
"온 동네 청년들이 너도나도 기웃기웃기웃"
"그러나 그 아가씨는 새침데기""앞집에
꼴뚜기 녀석은 딱지를 맞았다네""만화 가게 용팔이 녀석도 딱지를 맞았다네"

86년에 나온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라는 노래는 빅히트를 했다고 할 수 없지만 당시에 천편일률적인 은유가 가득한 사랑만 노래하는 발라드 세상에 큰 충격을 주웠습니다. 먼저 이 노래의 노래 가사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은유가 아닌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만담꾼이 이야기를 하듯 흥미롭게 전해집니다. 노래를 듣다 보면 과연 담배가게 아가씨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지게 됩니다. 당시에는 이런 화법의 가사를 담은 노래가 거의 없었습니다. 마치 뮤지컬 형식의 가사라고 할까요? 그리고 이 노래는 유쾌한 가사를 담은 멜로디가 아주 좋았습니다. 특히 나나나나 나 난나난 하는 부분에서의 박진감은 정말 짜릿하죠. 여기에 능구렁이 같은 송창식의 표정과 가창력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노래입니다. 특히 라디오가 아닌 공연장에서 이 '담배가게 아가씨'는 지루한 공연을 단박에 깨트리는 놀라운 호응을 유도하는 노래입니다. 한 세대가 지난 지금 들어도 이 노래는 정말 흥겨운 노래입니다. 이제는 담배가게는 거의 다 사라지고 편의점이 담배가게를 대신하고 있네요. 그래서 이제는 편의점 아가씨라고 불러야 할 듯하네요.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는 이 동네 친구의 사랑이야를 담은 듯한 노래 '담배가게 아가씨'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가족 멜로 뮤지컬입니다.  2014년 5월 3일부터 대학로 소리아트홀 3관에서 공연 중입니다. 

대학로는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나와서 한 100미터 정도동성중고등학교 쪽으로 올라가면 보입니다. 

 

매표소가 1층에 있어서 찾기 쉽습니다. 1층에서 매표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소리아트홀은 규모가 좀 큰 공연장입니다. 3개의 공연이 한꺼번에 공연 중입니다.
1관에서는 어린이 캣츠, 2관에서는 그 남자 그 여자가 공연 중이고 제가 볼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는 3관에서 공연 중입니다. 

공연장 밖 긴 복도는 휴게실입니다. 공연을 대기할 수 있는데 꽤 쾌적한 공간이네요. 그리고 포스터에는 눈에 익은 배우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 공연팀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있는 배우는 박형준입니다. 지금의 20대 분들은 거의 모르시겠지만 배우 박형준은 MBC 탤런트 출신으로 '마지막 승부'나 '종합병원' 같은 인기 드라마에 나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마지막 승부에서 가장 농구 폼이 멋있었던 배우가 박형준이었고 바른 청년 이미지라서 저도 참 좋아했던 배우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뮤지컬 공연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뮤지컬을 하는 이유는 박형준이 노래도 꽤 잘 부르기 때문입니다. 

공연장 밖에는 응모를 하면 추첨을 통해서 화장품을 선물하는 응모란이 있네요. 

오늘 공연의 출연자입니다. 박형준이 아닌 다른 배우들이 출연하네요. 아쉽기는 했지만 이 생각은 다 보고 난 후 달라졌습니다. 

몇몇 배우는 너무나 연기를 잘하고 웃기는 재주가 있어서 이름을 검색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특히 미스 변 역을 한 황지원 배우와 카사노바 영민 역을 맡은 정동근 배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공연석은 계단식으로 되어 있고 꽤 공연장이 큽니다. 이런 공연은 앞자리가 좋은데 B열 앞자리가 명당입니다. 

평일 공연은 오후 8시에 공연되는데 7시 50분부터 입장이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뮤지컬들은 보통 2,30대 관객이 많은데 이 담배가가 아가씨는 중년들도 꽤 보입니다. 입소문이 워낙 좋은 뮤지컬이라서 많이들 보시네요. 

공연장 무대 왼쪽에는 행복 상회라는 가게가 있고 오른쪽에는 만화방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골목길은 접으면 술집이 됩니다. 술집만 빼면 만화가게나 담배가게나 모두 송창식 노래 '담배가게 아가씨' 가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공연 전에는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간단한 퀴즈가 있습니다. 밖에서 쓴 응모권을 추첨을 하고 바로 공연이 시작됩니다. 

 

제가 본 공연 출연자는 담배가게 아가씨인 유나 역에 박인영, 순박한 청년이자 유나를 짝사랑하는 현우 역에는 최동호가 이 연극의 가장 큰 웃음폭탄을 제조하는 미스 변역에는 황지원, 카사노바 영민 역에는 정동근, 현우의 친구인 병렬 역에는 김현욱, 또 한 명의 현우 친구인 진원 역에는 강경석이 유나 아버지 역에는 김양성이 연기를 했습니다. 

웃음이 가득한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뮤지컬의 막이 오르면 5명의 남자 배우들이 모두 나와서 락 버전으로 편곡한 '담배가게 아가씨'를 노래합니다.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닌 춤도 춥니다. 이 담배가게 아가씨는 작은 뮤지컬이지만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명량 뮤지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뮤지컬 넘버들에는 항상 백댄서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백댄서의 요소가 단조로울 수 있는 뮤지컬 넘버들의 풍미를 돋워줍니다.  스토리는 담배가게 아가씨라는 노래 가사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영감만 얻었을 뿐 시작에만 노래의 영향을 받았지 전체적인 스토리는 희극과 비극이 적절하게 섞여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통속적인 멜로드라마 형식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대중적인 뮤지컬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거나 아주 새롭고 신선만 찾다가 지루함의 뚝을 터트려서 침울하게 만드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통속적인 요소가 많지만 이 통속적인 모습은 대중과의 적절하나 타협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통속을 배우들의 유쾌한 연기 특히 미스 변과 카사노바 영민 커플이라는 서브 커플이 충분히 덮고 남습니다. 여기에 순박한 시골 또는 사골 또는 온돌 같은 진득한 청년 현우의 해바라기 사랑이 마음 따뜻하게 해 줍니다. 

담배가게 아가씨 노래가 끝이 나면 담배가게 아가씨 유나는 가게 장사를 위해 테이블을 펼칩니다. 이런 유나를 훔쳐보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현우, 병렬, 지원입니다. 이 3명은 20대 남자로 직장을 가진 청년입니다. 다만 이 뮤지컬에서는 그 직업이 중요하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냥 이 3명은 동네 친구들인데 화니 만화방에서 유나 씨에 대한 설렘들을 나눕니다 청년들의 짝사랑 대상이 된 유나
유나는 아주 새침한 아가씨입니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아버지는 매일 같이 아내의 사진을 보고 아내를 그리워합니다. 아내가 죽었나? 그건 아니고 아내가 멀리 떠났습니다. 유나는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친 엄마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하자고 다그치지만 유나의 아버지는 차마 그럴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경상도에 있다는 소리만 듣고 가방을 싸서 기차를 타고 떠납니다. 떠나 버린 아버지 때문에 괴로워하는 유나 앞에 짝사랑하는 청년 현우가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 현우에게도 쌀쌀맞게 대하는 유나. 여기에 찍으면 다 넘어온다는 카사노바 영민이 이 둘의 사랑싸움에 끼어듭니다. 영민은 고급 외제차를 모는 돈이라는 빽이 있는 청년입니다. 이 영민도 유나를 짝사랑하게 되는데 이 3명의 삼각관계와 유나와 아버지의 애증의 관계가 씨줄과 날줄이 된 뮤지컬이 '담배가게 아가씨'입니다. 그냥 뻔한 삼각관계 애정 멜로만 담았다면 지루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아버지와 유나의 사랑 그리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그 그리움의 정서가 연근 전체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 아마도 이 연극의 핵심 주제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합니다. 평생 아내를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지고지순함을 유나는 답답해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유나 자신이 그 그리움의 대상이 되면서 점점 변하기 시작합니다. 
'가지려고 하면 멀어지고, 놓아두니 제자리에 있더라'

'가지려고 하면 멀어지고, 놓아두니 제자리에 있더라'는 유나 아버지가 유나에게 귀에 딱정이가 질 정도로 많이 해준 말입니다. 이 말은 유나를 짝사랑하는 형우에게도 유나 아버지가 해줍니다. 이 말 뜻을 유나도 관객도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형우를 통해서 그 문장을 이해하게 됩니다. 
엄마를 찾아서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 보니 유나는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형우의 심정도 이해하면서 동시에 아버지의 마음도 시나브로 이해를 하게 됩니다. 견디다 못한 유나는 아버지를 찾아서 떠납니다. 
유나가 떠난 담배가게를  형우는 매일 같이 찾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돌아오겠지라는 그리움으로 형우는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가지려고 하면 멀어지고 놓아두니 제자리에 있더라" 아마 형우가 떠난 유나를 갖기 위해서 유나를 찾아 떠났다면 그 자리에 없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다리고 기다리면 제자리에 돌아오듯 사랑은 다시 제자리 또는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죠. 이렇게
이 뮤지컬은 사랑놀음이라는 통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그 통속성에 그리움을 넣어서 매끄럽게 사랑의 방정식을 풀어갑니다. 무엇보다 이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가 관객 호응도를 끌어올립니다.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의 비장의 무기는 미스 변과 영민

다방 아가씨로 나오는 미스 변은 이 연극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이 뮤지컬에 웃음이라는 조미료를 팍팍 뿌려주기 때문입니다. 미스 변은 다방 아가씨로 유나를 시기 질투하는 캐릭터입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영민과 유나가 가까워지자 안절부절못하기도 하죠. 그렇다고 악녀 캐릭터는 아닙니다. 살짝 못된 짓을 하지만 악의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기에 전체적으로 호들갑과 아줌마의 오지랖을 겸비한 막강한 웃음 폭탄 캐릭터입니다. 먼저, 파워풀한 뮤지컬 넘버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미스 변을 연기한 배우 황지원은 보이스 역량도 좋고 노래도 아주 잘합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노래를 잘하네요. 여기에 수많은 상황극에서 발군의 연기력으로 관객을 쥐락펴락 합니다. 감초 역할인데 감초를 넘어 주연급으로 팔닥거리는 생기가 이 연극의 웃음 지분의 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광녀 같은 모습도 보여주면서 귀요미까지 관객들의 호응을 가장 많이 끌어내는데 나중에는 등장만 해도 웃깁니다. 이 미스 변을 받쳐주는 또 하나의 인물이 영민입니다. 영민 역을 한 배우 정동근은 등장부터 웃기더니 몇몇 상황극에서는 박장대소하게 만듭니다. 술이 취해서 찾아온 담배가게에서 유나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유나가 떠나는 아버지에게 하는 대사와 엉키면서 유쾌한 상황극을 만들어냅니다. 이 담배가게 아가씨는 대사로 웃기고 배우들의 개인기로 웃기며 상황으로 웃깁니다. 
개그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호응도 높은 뮤지컬이고 관객 만족도도 높습니다. 나오면서 귀동냥으로 다른 관람객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모두 재미있다는 의견이네요.. 저만 즐겁게 본 게 아니네요

전유성만큼은 아니지만 억지웃음 유발은 잘 웃지 않습니다. 나이 들수록 웃음은 적어지고 눈물은 많아진다고 하잖아요. 예전보다 웃음이 적어졌고 이 담배가게 아가씨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굳어가는 저를 웃게 만드네요. 정말 오랜만에 크게 웃었던 뮤지컬이네요. 영민과 미스 변 커플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렇다고 다른 배우들이 못 웃기는 것은 아닌 모두들 웃기지만 웃음 강도는 미스 변 커플이 최강입니다.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가 꽤 있는 '담배가게 아가씨'

노래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담배가가 아가씨는 아름다운 넘버들이 꽤 있습니다. 제목은 모르겠지만 유나 솔로곡, 형우 솔로곡 그리고 유나 형우의 듀엣곡은 정말 수려한 발라드의 느낌을 전해줍니다. 여기에 담배가게 아가씨라는 락버전과 귀여운 홍대 노래 같은 노래도 좋고 미스 변의 가스펠 같은 노래도 좋습니다. 모든 노래에는 백 댄서들이 등장해서 깨알 재미를 줍니다. 노래 전곡을 다시 들어보려고 유튜브를 뒤적이지만 없네요. 참고로 노래가 맘에 들면 나오면서 CD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가 통속적이라서 일부러 노래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노래들이 잊히지가 않네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아주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유나와 형우의 사랑이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 짧게 담겨서 갑자기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좀 아쉽기는 합니다. 유나가 떠나버린 아버지를 통해서 자신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듯 아버지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이해하고 그 정서를 이해하면서 유나 자신만 바라보는 형우의 그리움을 느끼는 이 연결고리를 좀 더 긴 호흡으로 담으면 좀 더 명징한 주제가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부분만 빼면 아주 대만족 한 뮤지컬입니다. 특히 스토리도 복잡하지 않고 시종일관 유쾌한 율동과 코믹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좋을 뮤지컬입니다. 

가볍게 웃고 즐길만한 뮤지컬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이 '담배가게 아가씨'가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오랜만에 좋은 뮤지컬 보니 가뜩이나 우울한 요즘에 맑고 파란 하늘을 본 느낌이네요

 

공연 후에는 관객과의 포토타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공연은 2시간이고 평일에는 오후 8시 공연이 있고 
토요일은 오후 4시 7시, 일요일은 오후 3시 6시 공연이고 월요일은 공연이 없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sorihall.com/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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