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사진/국내사진작가

사진과 동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진작가 정연두

썬도그 2014. 1. 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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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설 연휴는 쉼)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3층에서는 미술관 속 사진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유명 사진작가와의 워크샵이 있습니다. 지난 주는 정연두 사진작가와의 워크샵이 있었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제가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는 노순택과 정연두 작가입니다. 그 중에서도 정연두 사진작가를 가장 좋아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무엇보다 사진이 재미있고 쉽다는 것입니다. 사진 공부도 하고 사진작가론도 들어다 보고 여러가지 사진 관련 서적으로 사진을 알면 알수록 사진이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특히나 별 느낌도 없는데 장황하게 해설을 붙이고 현학적인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예술이 정말 고급 사기술인가? 하는 생각마저도 듭니다. 

사진의 매력이 뭡니까? 사진은 쉽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즉각적이고요. 단박에 빡~~ 오는 매체가 사진이고 그게 장점이자 매력입니다. 좋은 사진은 바로 봐도 오래 봐도 좋은 사진인데 사진작가들의 사진들이 너무 현학적으로 흐르면 그냥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그런 사진 말고도 볼 사진은 무궁무진합니다. 

정연두 사진작가의 사진은 쉽습니다. 그리고 스토리가 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을 통해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캘 수 있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또한, 사진을 하나의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푸는 도구로 쓰는 그 태도가 너무나 맘에 듭니다.

정연두 사진작가는 대학교에서 조소학과를 나왔습니다. 미술학도였던 그는 사진이 좋아서 사진을 했고 지금은 사진작가로 더 유명합니다. 요즘 생각꺼리 중에 하나가 과연 사진학과 출신 사진작가와 비 사진학과 출신 사진작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곰곰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술학과 출신과 사진학과 출신의 사진작가의 차이점에 대해서 많은 생각 중입니다. 이 이야기는 따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정연두 사진작가는 미술을 전공한 작가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 중 한 명입니다. 아이러니하나요? 아닙니다. 유명해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로 정연두 사진작가는 풍부한 상상력과 사념에서 나온 이야기가 풍부한 사진을 잘 만듭니다. 

턱수염이 인상적인 정연두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옮겨 보겠습니다. 
이날 여러 중요한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사진과 동영상의 관계와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과연! 사람들은 사진을 얼마나 오래 볼까?

<정연두 사진작가의 상록 아파트 2001년작>

동영상은 쭉 보게 됩니다. 한번 플레이 하면 적어도 10초 정도는 보다가 재미없으면 끕니다. 그러나 사진은 과연 몇 초나 볼까요? 5초, 10초?  1분? 설마 한 사진을 5분 이상 보지는 않겠죠. 뭐 전시장의 사진은 좀 더 오래 보겠죠. 얼마나 보세요? 저 같은 경우는 사진에 관심을 가지던 2천년대 초반에는 1분 씩 봤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길게 안 봅니다. 30초? 아니 15초 정도 되겠네요. 딱 봐서 흥미 끌 요소가 없으면 그냥 지나가거나 도록의 설명을 봅니다. 그래도 별 느낌 없으면 다음 사진으로 넘어 갑니다. 

사진작가들도 압니다. 자기 사진 오래 안 본다는 것을요. 그렇다고 자극적인 소재나 은유가 아닌 직설법으로 주제를 도드라지게 하는 것도 좋지 못합니다. 직설적인 것은 즉각적이지만 금방 질려 버리거든요. 그러나 전시장에 온 사람들도 사진 오래 보지 않습니다. 길어야 30초에서 1분 사이고 보통 10초 내외입니다. 정연두 사진작가는 이런 모습을 비꼬듯이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위 상록 아파트 시리즈는 빔 프로젝터로 전시를 했습니다. 위 사진은 시리즈로 16초 후에 다음 사진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나 이 16초를 기다리지 못한 관객은 그냥 1장의 사진만 빔 프로젝터로 전시하는 줄 알고 그냥 다른 사진을 보러 고개를 돌립니다. 그러나 16초를 기다린 관객은 화면이 디졸브 되면서 다음 사진이 나오면 놀라워 하면서 그 자리에서 이 상록 아파트 사진 시리즈를 다 봅니다.  정연두 작가는 재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관람자가 사진전을 선택하 듯 사진작가도 관람자를 선택할 수 있다고요. 자신의 작품에 단 16초도 투자를 안 하는 관람객을 배제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과격한 생각이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느슨한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넌! 16초도 투자 안하냐? 내 작품 보지마!가 아닌 16초를 기다려준 관람객을 위해서 선물을 주는 방법이죠. 재미있지 않나요?


과연 우리는 한 장의 사진을 보는데 얼마나 시간을 들일까요? 그 사진이 내가 아는 사람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1분이고 2분이고 보겠죠. 그러나 처음 보는 사진작가의 사진을 오래 보지 않습니다. 그나마 작가의 사진이니까 뭔가 있겠지 하고 좀 더 오래보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나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을 10초 이상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냥 스크롤로 쭈루룩 내리다가 신기한 사진을 멈춰서 보고 다시 쭈루룩 스크롤을 내립니다. 
사진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습니다. 시간을 정지하는 능력이 있는 사진은 사진을 관람하는 시간을 멈추지는 못합니다. 관람자의 시선을 1분 이상 끌어 당기지 못하는 사진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사진 홍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고개만 돌리고 스마트폰만 켜고 인터넷만 하면 온통 사진입니다. 

사진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사진 과잉시대입니다. 
디카가 없던 시절,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지금 보다 좀 더 오래 봤을 것입니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친근한 매체도 흔한 매체도 아니였기 때문입니다. 



동영상의 단점은 상상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는 매체


그럼 사진의 이런 맹점 즉 오래 시선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동영상은 해결 할 수 있을까요? 네 어느 정도의 대안이 되긴 합니다. 동영상은 일단 플레이를 누르면 10초 이상은 지켜보고 계속 이미지가 움직이기 때문에 계속 눈동자를 이동 시킵니다. 물론, 재미없는 동영상은 10초만 보고 바로 다른 곳으로 가버리긴 하지만 사진 보다는 좀 더 관람객을 오래 잡아 둘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동영상 덩어리인 TV를 하루에 3~4시간씩 보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동영상은 단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제공하기 때문에 상상할 기회를 박탈해 버립니다. 소리, 영상 정보가 다 제공되니 상상을 하지 않게 됩니다. 라디오를 들으면 라디오 속 진행자의 실제 얼굴이나 오늘 무슨 옷을 입고 방송할까? 등의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동영상은 상상할 기회를 박탈해 버립니다. 길로 비유하자면 정해진 루트로만 따라가는 것이죠. 

사진의 장점은 동영상의 단점에서 나옵니다. 한 장의 사진은 시간만 충분히 들이면 많은 이야기를 캐낼 수 있습니다. 관람자 각자의 해석과 시선에 따라서 의미는 무궁무진 합니다. 사진은 대화입니다. 사진작가가 말을 걸면 다양한 대답을 관람객이 합니다. 

그럼 사진과 동영상을 섞으면 어떻게 될까요? 섞을 수 있을까요? 전 그 섞은 사진 아니 동영상 아니 사진영상을 봤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을 섞은 정연두 작가의 식스 포인트(Six Points)

2010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본 정연두 사진작가의 식스 포인트(Six Points)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길거리를 촬영한 사진이 물 흐르듯 계속 흐릅니다. 사진 같으면서도 계속 움직이니 동영상 느낌도 납니다. 마치 스트리트뷰를 보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거리가 무슨 드라마 세트장 같습니다.

일단 보세요. 놀라운 작품입니다.


위 사진은 뉴욕의 6개의 거리(인디언, 한인, 중국, 러시아, 히스패닉 거주지역 등)를 수 천장의 사진으로 촬영 후에 이어 붙여서 동영상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거리가 실제가 아닌 세트장 같이 보이는 이유는 이 사진을 촬영하면서 강한 직사광을 쏟아내는 조명을 왼쪽에서 쏘면서 촬영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이질감을 주기 위함도 있고 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주연 배우로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스포트 라이트를 스타만 받는 것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받게 한 것입니다. 

이런 놀라운 상상력과 작업 때문에 제가 정연두 작가를 좋아 합니다. 사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매체를 선택하는 모습 속에서 다양한 시도가 나오고 이렇게 재미있고 놀라운 작품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는 정연두 작가가 사진학과 출신이 아닌 미술학과 출신이라서 가능한 것이라고 전 강력하게 믿습니다. 사진학과 출신 분들은 사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게 자존심인지 소명의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외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합니다.




사진을 왜 종이 위에 프린팅해서 전시해야 할까요? 빔 프로젝터로 쏴서 보여줄 수도 있고 광장을 캔버스 삼아서 전시할 수도 있고 움직이는 사진을 전시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사진작가 분들은 주제에 대한 고민만 하지 말고 표현 방법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 봤으면 합니다. 시대는 점점 융합되고 다 매체 시대로 넘어가는데 너무 정형화 된 전시 방식만 고수 하는 것은 아닐까요?

또한, 사진들이 너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어 보입니다. 사진 홍수 시대에 사진작가들이 더 힘들어하는 아이러니함을 대중 탓만 하지 말고 사진작가들도 많은 변화와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좀 더 명확하고 쉽게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정연두 사진작가는 그런 시도를 잘하고 주제도 재미있습니다. 사진이라는 현실을 박제하는 도구에 꿈, 상상, 기억이라는 비가시적인 세상을 잘 녹여내는 정연두 작가가 전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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