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소리를 음반에 담은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사진전인 줄 알았습니다.
음악에 대한 사진전? 이정도로 알았습니다. 초대권을 준 곳이 사진관련 사이트였고 당연히 사진전인 줄 알았죠. 그러나 검색을 해보니 사진전이 아닙니다. 무슨 음반, 혹은 음악 관련 전시회라고 하네요. 보통 음악은 공연장에 가서 듣는 것이지 무슨 전시장에서 듣지 않습니다. 아니 이런 형태의 전시회를 보지 못했기에 제 상상력은 사진전 겸 음악 감상 전시회인 줄 알았습니다.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은 인사동 근처에 있는 최근에 생긴 '아라아트센터'에서 지난 11월 24일까지 전시를 했습니다. 이 아라아트센터 앞 저 작은 정자에서 가끔 쉬다 가곤 했는데 이 건물 전체가 전시 공간이었네요.
아라아트센터는 총 5개의 공연과 전시를 동시에 진행 합니다. 아주 큰 건물이고 예술 모듬 건물 같습니다.
1층은 울 모던전이 전시를 하는데 무료 관람입니다.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가라고 하네요
벽 너머로 전시 공간이 보이네요. 이 사진이 유일한 내부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왜냐하면 사진 촬영을 불허 하기 때문입니다. 뭐 몰래 몇장 찍긴 했는데 공개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신기하게도 이 전시회는 지하 4층에서 시작해서 지하 1층에서 끝이 납니다.
지하로 들어서자 사진 촬영 하지 말라고 하네요. 지하 1층에 들어서자마자 빛의 퍼지면서 잔잔한 음악이 들리웁니다. 나긋나긋한 경음악이네요
전 전시회에 대한 소개나 ECM이 뭔지에 대한 소개가 입구에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없습니다. 대충 느낌을 보니 여러 음반 레이블을 소개하고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기에 대충 무슨 유명한 음반회사인가? 생각이 들었고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ECM은 1969년 만프레트 아이허가 만든 소리의 절대 미학을 추구하는 음반 제작 회사입니다.
독일의 장인정신과 기술력을 발휘해서 재즈 명반을 참 많이 만든 회사입니다. 그러나 재즈에 관심이 없는 저로써는 뚱하게 봤습니다. 음악 매니아도 아니고 음악을 듣더라도 4분짜리 대중 음악이나 클래식 음악을 좀 듣긴 하지만 재즈 음악을 즐겨 듣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재즈에 대한 소양이 없고 ECM을 처음 알게 된 그 자리에서 느낀 것은 낯선 외국인이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다 넘겼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아는 음악도 지식도 소양도 없는데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만 그냥 획획 지나다니지 대부분은 조용히 음악을 감상합니다. 음악? 그거 집에서도 감상 가능하잖아. 굳이 여기까지 와서 감상해야 하나? 그렇게 지하 4층을 획 지나서 지하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지하3층인지 2층인지에는 청음실이 있었습니다. 검은 천을 젖히고 들어가니 큰 화면이 흐르고 풍경소리 같은 음악이 들립니다. 정말 풍경 소리와 비슷한 자연의 소리였습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바스락 거리는 소리, 바람이 풀잎에 스치는 소리, 처마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 구름이 지나가는 소리, 흐르는 눈물 소리, 그냥 멈추어 섰습니다. 이건 소리인가? 음악인가?
이게 ECM에서 만드는 소리들이구나를 알게 되었고 앞 사람이 다 들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음악을 몇개 들어 봤습니다.
ECM은 재즈 음반을 많이 냈지만 재즈 음반만 낸 것은 아닙니다. 민속 음악, 클래식, 전위적인 음악, 그레고리 성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담고 있습니다. 시 낭송도 담고 있더라고요.
어느 정도 ECM의 정체를 알고 난 후 사진을 감상하면서 자리가 날때마다 음악을 들어 봤습니다. 평일에도 엄청난 인파로 줄 서서 들어야 합니다. 지하 1층에는 1969년부터 2013년까지 나온 ECM에서 제작한 앨범 1,400여점이 벽면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 벽면을 바라보다가 음악을 들어 봤는데 음악 녹음 장소가 모두 스튜디오는 아니더라고요. 교회 안에서도 녹음하고 실내에서도 녹음하는 등 다양한 장소에서 녹음을 합니다. 녹음 할 때 필요한 피아노를 직접 구하기도 하고 악기 연주가 한명씩 연주 하는 것이 아닌 동시에 함께 연주해서 녹음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녹음을 합니다.
악기 하나 하나 따로 녹음하지 않고 한꺼번에 동시에 녹음하는 것이 엄청 힘들다고 하는데 ECM에서는 그런게 일상인 듯 합니다. 제가 이렇게 떠들어봐야 헛소리 같이 들릴 수 있으니 아예 좋은 글을 소개 할께요
SpecialECM의 수장 만프레드 아이허를 만나는 순간 <네이버 뮤직>
ECM 전시회를 통해서 처음으로 ECM을 알게 되었고 집에 와서 ECM 음악들을 계속 듣고 있는 저를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부드럽고 감미롭습니다. 스타벅스에 나오는 그 음악들이 ECM 레이블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하면서 계속 들어보고 있습니다. 뭐 당장 재즈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음악을 틀어 놓고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작업 등등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소리들이 참 듣기 좋네요.
전시장을 나오면 이렇게 ECM에서 발매한 음반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재즈 음악을 즐겨 듣고 ECM를 좋아하는지 몰랐습니다. 한국 사람은 걸그룹이나 보이그룹 노래만 듣고 사는 줄 알았거든요.
특히나, 20대 젊은 분들, 특히 여자 분들이 엄청나게 많던데요. 재즈 인구 혹은 음악을 보는 것이 아닌 듣는 인구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네요. 평일에 그렇게 인기 있는 전시회, 그것도 12,000원이나 하는 유료 전시회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기가 쉽지 않거든요.
ECM,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고 조금씩 조금씩 고양이 걸음으로 다가가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