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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추억을 길어올리는 우물

외삼촌의 일기장 같은 오래된 우표책

by 썬도그 2010.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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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 추억을 소개해 볼꼐요


저는 외삼촌과 즐거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많습니다. 총 4분의 외삼촌이 계시는데  제가 국민학생시절  첫째 외삼촌은 중동건설노동자로
근무를 하셨고 둘째 삼촌은 택시기사를 하셨습니다. 농촌에서 온가족이 서울로 올라 왔는데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첫째, 둘째 삼촌은 농촌에서 많이 배우질 못하셨습니다.  첫째, 둘째 외삼촌은 중학교 졸업만 하셨습니다

그러나 셋째 삼촌은 서울에서 고등학교도 다니고 대학까지 입학합니다. 집안에서는 경사가 났고 셋째 삼촌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저와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막내삼촌과 전 참 많이 친했습니다.  셋째 삼촌도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 어렸을 때는 형이라고 따랐죠.

셋째, 넷째 외삼촌은 고등학교 시절 우표수집을 하셨습니다. 여름, 겨울방학이 되면 쪼르르 산너머의 외할머니 집으로 달려가서 숙식을
해결하던 저는 삼촌들의 우표수집이 신기했습니다.  외삼촌들은  해외펜팔을 하셨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니 영어공부 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우표수집의 목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우표책들과 다르게 소인이 찍힌 우표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소인이 찍힌 우표들은 값어치가 없죠. 그러나 신기한 외국
우표들이라면서  스팀을 쐐서 우표를 편지봉투에서 살살살 뜯어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 겨울 햇살이 비치는 가운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 위에서 우표를 뜯어내던 셋째 외삼촌의 모습, 
셋째 외삼촌은 이 우표책을 일기장처럼 애지중지 하셨죠. 셋째 외삼촌은 남자다웠어요.
항상 활기차고 활달했었어요. 제가 좀 유약하고 내성적이라서  좀 주저주저  거리면  꿀밤을 주면서 남자가 그렇게 주저거리면 안된다고 하시기도 했죠.  저도  그런 남자다운 외삼촌이 참 좋았습니다.


지금은 이 우표책이 제 방에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사진집처럼  들쳐보면 추억이 새록새록 하기도 합니다.
81년도에 까라소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방한한 사실도 우표를 통해 알게 되었구요




지금은 4200억달러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한국은 30년전에는 100억달러 수출을 하던 나라였습니다.
엄청난 발전이죠??  이래서 한국을 기적의 나라라고 하나 봅니다.






78년에는 국회개원 30주년이었고  제가 국민학교 입학을 했던 해이기도 하고 셋째 외삼촌이 중학교 입학을 하던 해이기도 합니다




81년 새벽에 바덴바덴에서  세울!! 이라는 사마란치 IOC 위원의 어설픈 발음에 온 국민이 기뻐하던 모습도 생각납니다.
외삼촌은 올림픽유치에 대한 반대의견을 한창 말했는데  왜 반대하는지 몰랐어요.  이제 국민학교 6학년이 된 저에게 대학생이 된
셋째 외삼촌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외삼촌들의 우표수집 취미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해외펜팔도 안 하시더라구요.
제가 우표책을 집으로 가져온 후 제가 우표수집을 이어 갔습니다

저는 이 두 우표가 참 많이 생각나요.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친구에게 보낼 때 샀던 우표,  한줄 이상을 사서 친한 친구에게 이틀 내내 거실바닥에 엎드려서 크리스마스카드를 쓰던 생각이 나네요





이후 매년 결핵씰을 사기도 했구요.  사고 싶지 않았지만  선생님을 짝사랑하던 중학생은 선생님이 강요하기 전에 샀었습니다.




셋째 외삼촌은  10년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친구들과  술을 진탕 먹고 추적거리는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밤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외삼촌이 돌아가셨다는 말에  얼마나 황망 서러웠던지요.

외삼촌의 아들이 올해로 11살이 되었네요. 아직도 아버지가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어서 국내에 못들어오는줄 알고 있는데  언젠가는 외삼촌의 부재를 알려야겠죠.  재호는 잘 크고 있어요. 외삼촌! 언젠가 이 우표책을  재호에게 주면서  외삼촌의 이야기를 좀 해줄까 합니다.

저 하늘에서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시길 바랍니다.  대학시절 좋아하는 여자 후배랑 사귀게 되어 너무 기쁜 나머지 달뜬 기분으로 한 다름에 달려왔더니 외삼촌이 술에 얼큰하게 취해서 절 기다리시다가 같이 포장마차집에 가서 술 마시면서 형이라고 했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항상 형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그나마 외삼촌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웃고있는 삼촌 얼굴이 우표책에 그려집니다. 천국으로 가는 우표하나 꺼내서  이렇게 외삼촌에게 글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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