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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대학생들의 풋풋한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대학가요제가 그립다

by 썬도그 201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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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 들어 콘서트70,80을 자주 보게 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70.80은 아저씨. 아줌마들이나 보는 프로그램인줄 알았습니다. 70.80은 70.80년생이 아닌 70.80 대학학번을 말하는 것이죠. 저는 90년대 학번이니 이 70.80이 아니기에 애써 외면할려고 했지만 지난주에  다섯손가락이 나와서 풍선과. 이층에서 본 거리를 부를 때 넋을 놓고 봤습니다. 

정작 노래가 히트하던 87년에는 얼굴한번 보지 못했던 이두헌을 직접 보는 모습이 너무 생경스러웠습니다.
오늘 잠자리에 들려다가  우연히 보게 된 70.80에 제 은사님이 나왔습니다.

제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셨던 이명우 선생님이  얄리얄리 얄라셩을  외치고 계시더군요. 이명우 선생님은 제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셨습니다. 수업도 얼마나 열정적이고 쉽게 가르치시고 재미가 있었는지 정말 한번도 졸지 않고 들었습니다. 그러다  밤새 미술숙제 하느라  아침 1교시에 졸다가 걸렸는데 보통 다른 선생님들은 졸다가 걸리면 매질을 했지만   이 이명우 선생님은 조용히 물어 보시더군요

한번도 안 졸던 얘가 조니까 신기하다면서  어제 뭐했냐고 물으셨고  미술숙제 때문에 늦게 잤다고 하니  선생님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절 달래주셨습니다. 

이런 분이 바로 스승이죠.  일전에도 제 블로그를 통해 선생님들에 대한 악감정을 많이 쏟아 냈지만  정말 드물게 스승님을 만난적이 있고 이명우 선생님이 바로 그런 분입니다.

저는 몰랐는데  고1때 수학여행을 가서 뒷풀이 타임때  급우들이 가시리 가시리~~~ 를 외치는 모습에  가시리가 뭐야 친구에게 물어 봤습니다

" 저 이명우 선생님 77년 제 1회 대학가요제 출전하셔서 가시리로 은상을 탔어" 
이 말과 함께 선생님은  고려가요인 가시리를  이스라엘 곡에 붙여서 만든  가시를 열창했습니다. 그저그랬던  수학여행에서 가장 화끈하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 바로 이명우 선생님이 부른 가시리였습니다

그 이후에 이명우선생님이 달라보였습니다.
그런 이명우 선생님을 TV에서 20년만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스니다. 지금 환갑에 가까운 혹은 넘으셨을텐데 전혀 늙지 않은 모습에 한번 더 놀랐습니다.  지금은 국어교사를 그만두셨다고 하는데요.  이명우 선생님을 보면서 많은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오늘  7080 콘서트에서는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유열. 작품하나. 샌드페블스등 많은 대학가요제 출신의 가수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는다고  그 노래가 히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 아니 동상만 받아도  큰 히트가 되었죠.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는 지금도 대학가 응원가로 쓰일 정도죠.


대학생들의 풋풋한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대학가요제

지금은  기획사에서 수년간 춤과 노래를 조련시켜서 시장에 내놓는 아이돌 가수들이 대부분이지만  예전에 가수로 데뷰할려면  가요제에 입상하면 가수로 가는 티켓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강변가요제. 겨울에는 대학가요제가 있었습니다.  강변가요제는 좀 빠른 댄스곡이나 밝은곡들이  대상을 탔고  대학가요제는  좀 센치한 노래들이 대상을 탔었죠

대학가요제가 하는 날에는 모두 TV앞에 모여서  누가 대상을 받을지 내기까지 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무한궤도가  노래를 부를 때  가족 모두 저 팀이 뭔가 탔다고 합창했던 모습이요.  무한궤도는  두대의 신디사이저로 강렬한 전자음으로 시작되는 ' 그대에게'를 불렀습니다. 

대학가요제는  정말 신선한 곡들이 많이 나왔어요. 예측가능한 노래도 있었지만 정말 생소한 장르의 혹은 실험적인 노래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그대에게가 실험적인 음악이라고 보지 않지만    당시만해도  그룹이라고 하면 보통 기타위주의 연주하는것이 있었는데  무한궤도는 키보드 연주자가 두명이나 있었습니다.  그 신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쉽게도 1집만 내고 해체되었지만  무한궤도는 대학가요제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 그룹이었습니다.
작품하나의 '난 아직도 널'이 87년 겨울내내 흘러나오던 그 시절이 가끔은 그립네요.  

대학가요제가 인기가 있었던것은  신선한 노래들 그리고 순수한 대학생들의 열정이 가득한 노래들.  다듬어지지 않는 가사들이 많은 국민들에게 대학생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대학생은 아니지만  대학가요제 대상곡을 따라부르면 대학생이 된듯한 느낌이 들었죠.  

전람회의 김동률이 대상을 받기도 했지만  육각수의 흥부가 기가막혀라는 노래가 대상 흥부가 기가막혀는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기도 합니다.  흥부가 기가막혀는 어떤 장르라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독특한 노래입니다.  가사는 한국적이고 멜로디도 창과 판소리가 섞여 있는 모습입니다.  요즘 가요계를 돌아보면 육각수의 흥부가 기가막혀 같은 장르 파괴적인 노래는 보기 힘듭니다. 장르파괴보다는  퓨처링이라는 주체가 누군지도 모르는 섞어찌게 노래만 범람하죠.  


공안정국 아래서   젊은이들의 고뇌를 담았던 대학가요제

오늘 7080 콘서트에서 이명우 선생님은  대학가요제는 그 시대의 울분과 정서를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뭐 지금의 20대들의 미래도 암울하지만 70.80년대 청춘들도 미래와 함께 현재가 암울했습니다.  공안정권에 의해서 친구들이 경찰서에 끌려가는 서슬퍼런 시절이었습니다.
 최루탄이 뿌연 교정에서  정의를 위해서  정권에게 돌팔매질을 했던 열혈청년들이 많았고  그 대가로 삼청교육대나 경찰서에 숱하게 끌려갔죠

대학가요제는 이런 대학생들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77년 1회 대학가요제 대상곡은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였습니다.
직접적으로 세상과 사회 정권을 비판할 수 없어서 은유적으로 현재의 대학생들의 심정을 토로했죠

정말 대학생들은 나 어떡해를 부르면서  세상과 사회에 대해서 울부짖었습니다.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어쩌라고? 어떡해 살라고? 나 어떡하냐... 등 울분을 노래에 담았습니다. 

모든 노래가 사회비판을 담고 있던것은 아니지만 그런 정서가 밑바탕에 있었습니다.  


기획사의 기획상품같은 가수들이 점령한 가요계

지금 TV에서는  사춘기 같은 청소년 드라마가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최근에 기억나는 10대 드라마는 반올림이 기억나네요
반올림 이후에 10대들의 고민을 담는 드라마는 사라졌습니다. 또한 20대들의 고민을 대변하는 드라마도 사라졌죠.  기성세대와 소통이 안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청춘드라마를 통해서 어른들이 기성세대들이  간접적으로 10대와 20대들의 고민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90년대 초  장동건과 이병헌을 스타로 만든  청춘드라마.  우리들의 청춘내일은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드라마 전혀없습니다. 이렇게 10.20대들이 자기목소리를 내지 못하니 방송사에서도 그 목소리를 담지 못하나 봅니다.

최근들어 대학가요제 존폐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같이 대상받으면 바로 다음날 히트치는 시대도 지났고  아마츄어같은 대학가요제 대상곡보다  기획사의 잘 다듬어지고 길들이고 프로같은 인형같은 아이돌가수들이 노래들이 더 인기가 많습니다.   거기에 아이돌이나 기획사 가수들이 노래나 춤이나 무대메너나 여러가지로 월등히 앞섭니다.

한마디로  프로들이 있는데  더 이상 아마츄어 노래를 소비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프로라는 가수들은  주체정신이 없습니다. 기획사의 인형같은 존재들이기에  가요계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오지 못합니다.  서태지가 SM소속이었다면 가요혁명을 일으키지 못했겠죠.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상품만 내놓으면서  판매율에만 연연할 뿐이죠

생각해보면 흥부가 기가막혀! 같은 신선미가 가득한 노래는 나오기힘든 시대가 된듯 합니다.
대학가요제. 좀 덜 세련되었지만 좀  노래를 못 부를수 있지만 무대매너가 매끄럽지 못하지만  자신들이 하고 싶은 노래를 하는 모습들이 훨씬 건강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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