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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눅눅한 이끼처럼 짜릿함이 없는 스릴러 이끼

by 썬도그 201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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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처럼 바위에 착 달라붙어서 살어~~~

유목형(허준호)의 아들 유해국(박해일)은  수십년간 연락을 끊고 살던 아버지의 사망소식에 아버지가 살던 경상도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자신이 물먹인 검사랑 간단하고 냉소적인 통화도 하죠.  유해국이라는 인물의 됨됨이를 알 수있는 장면입니다.
유해국은 검사에게 대들 정도로 까칠함이 있는 인물입니다.  이끼처럼 바위에 착 달라 붙어서 존재감없이 사는  수많은 필부필부와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유해국은 장례를 치루면서  수십년간  연락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가 살던 마을을 살펴봅니다.
그런데 이 마을 상당히 묘합니다. 천용덕 이장(정재영)이라는 사람이 왕처럼 마을을 휘어잡고 있습니다. 마을에 나가면 지나가던 개도 인사할 정도로 동네 유지대접 이상의 호사를 누리기도 합니다.

마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와 같은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존경받을 만한 인물도 아닙니다. 알게 모르게  무거운 카르텔(짬짜미)가 눈에 보입니다. 이 모습에 유해국은 까칠함을 발동해서
뒤를 캐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견원지간 처럼 지내는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천용덕 이장의 뒤를 조사하라고 부탁을 합니다.

검사는 천용덕 이장의 뒤를 캐기 시작하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나온 새로 부임한 선생님처럼  굴며 모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검사직까지 내놓고 조사를 합니다.  그리고 한숨이 나왔습니다.  당췌 이 영화가 뭐가 스릴러라는 것인지. 왜 이리 영화는 긴지 하품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천용덕 이장의 과거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진실을 감당할 수나 있겠나?

라는 의미심장한  조커를 내놓지만  패가 다 읽힌 상태라서 하품은 연달아 나옵니다. 그리고  약간의 반전이 비루하게 있고 극장안이 밝아지기도 전에 가방을 들고 나왔습니다.



왕년의 흥행감독 강우석.  느슨한 스릴러물로는 관객을 사로 잡지 못한다.

강우석 감독이 89년도에 연출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보고 많이들 울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80년대는 한반 60명중 4년제 대학을 가는 학생이 20명도 안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말 암울했죠. 그 시절 나온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는  시대상을 반영한 하이틴 물로  많은 고등학생들을 울렸습니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바로 강우석입니다.

이후  93년 투캅스로 국민감독이 된후  마누라 죽이기의 연속 히트로  충무로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위까지 오르게 됩니다.
90년대 중반이후 지금까지 충무로의 강우석 사단은 실로 대단합니다. 맨파워가 참 대단한 감독이죠. 수 많은 감독들이 강우석감독을 우러러 보죠. 최근에는 연출보다는 제작자로  변신했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기전이외에는 큰 성공을 한 작품이 없습니다.

한국의 대형 배급업체인 시네마서비스를 이끄는 분이기도 한 강우석 감독이 야심차게 내놓은 이끼.
이 이끼가 흥행에 실패하면 시네마서비스 직원들은 물론 강우석감독에게 큰 경제적 심적인 타격이 될것 입니다.

저는 강우석감독표 영화를 그닥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90년대 투캅스는 투박미가 어느정도 괜찮았으나  촘촘하고 탄탄하고 일분일초도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아야 성공하는 현재의 영화시장에서  강우석 감독식의 느슨한 연출력은 그닥 좋아 하지 않습니다.  특히 1천만 관객 돌파의 신호탄을 올린 실미도도 개인적으로 혹평을 하는 작품중 하나이며  한반도는 아예 보지도 않았습니다.  공공의 적이 그나마 좀 흥미로웠지만  다른 영화들은 그닥 즐겨 보지 않고 좋은 평을 해주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이끼는 꼭 보고 싶더군요. 신문에서 어느정도 호평도 있었고  강우석감독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고 배우 정재영의 변신도 궁금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이 이끼라는 영화는  스릴러라지만 스릴이 없는 스릴러입니다. 당췌 가슴 조리면서 봐야할 장면이 어디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중간중간 웃기기는 잘하는데  코메디 영화인가? 하는 느낌도 듭니다. 강우석 감독은 코메디와 스릴러를 섞었다고 하는데  다른 분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죽도 밥도 안된 영화가 되었습니다.   스릴과 코메디를 섞는 것 이라면 차우와 시실리2km를 연출한 신정원감독에게 한수 배워야 할 듯 합니다.  적어도 차우와 시실리2km는 빵빵 터트리기라도 하죠.

거기에 2시간 30분이나 되는 상영시간은 지루함을 더 합니다.
그러다고 졸리운 영화는 아닙니다.긴 시간에 비하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있는 영화입니다.  궁금증을  계속 유발하게 하는데는 성공합니다.  이장이 손에 쥐고 있는 진실을 꽁꽁 숨겨 놓고  그것에 대해 궁금하게 하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하지만  이장이 말하는 진실이라는것이 너무나 초라합니다.  

진실을 감당이나할 수 있겠어?
라는 말에 뭐 거대한 비밀이 있나 했습니다.   사실 이곳은 외계인집단서식지야라는 황당함은 아니더라도 거대한 음모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쩝..   마치 추노에서    복수하겠다고 수없이 외치면서  나! 천지호야~~~ 에헤헤헤헤 하면서 그냥 죽어버린  모습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극장안을 나서면서  모두들 한마디씩 하네요.  지루하진 않았는데  재미가 없어~~. 영화 정말 길다~~
장르가 뭐야? 라는 말도 들리더군요.


왕같은 천이장과 유해국의 파워게임

이 영화의 큰 힘은  유해국이 밑도 끝도 없이 아버지의 죽음을 의심하면서 천이장이 형성해놓은 거대한 카르텔을 깨는 과정에 있습니다.
마을 전체가 한통속이 되어서  유해국을 다시 서울로 올려 보낼려고 하는데  그 모습을 수상히 여기고 유해국은 그들의 구린 뒤를 캐고 다닙니다.   둘이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파워게임을 하게 되는데  천이장이 쳐 놓은 거대한 성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천이장의 수족들이 하나둘씩 사고로 죽어가고 천이장은 자신의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유해국을 옥죄입니다.


가장 황당한 인물  박민욱검사

이 영화의 가장 큰 오점은 바로 박민욱검사입니다. 이 검사의 행동을 보면 좀처럼 종잡을 수 없고 개연성도 떨어집니다.
좀 설명을 하자면 유해국(박해일)과 박민욱검사는 앙숙입니다.  박민욱 검사가  너 같은것은 내 맘대로  감옥에 넣을 수 있다는 폭언을 유해국에게 했고  유해국은 그 말을 녹음해서 찔러 버립니다.   박민욱 검사는 이후 좌천되죠.   이렇게 앙숙이 된 상태인데 
유해국은 이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는 마을일을  박민욱검사에게 말해줍니다. 당연히 박민욱검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죠.
그러나 앞에서는 그렇지만 이 천이장의 뒤를 캐니  230억대의 재산가이자 뒤가 무척 구린게 많습니다. 박민욱 검사는 이 천이장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검사로 돌변하는데 이 부분이 참 이상합니다.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검사분이 왜 유해국 앞에서는 법을 무시하면서  피해자를 가해자로 바꿀수도 있다는 협박을  했을까요?
영화 초반에는 박민욱 검사가 그저그런 검사로 나오던데 갑자기 정의감이 불탔는지 자신과 상관도 없고  견원지간인  유해국이 찔러준 정보를 덮석물고  뒤를 조사하나요?  사람의 인격이 이렇게 확 바뀐다면 그 인물에 누가 집중을 할까요?
이 박검사의 정의감의 오버는 영화 마지막에 크라이막스로 나오는데  부장검사가 박검사에게 옷벗을 각오하라고 협박을 해도 박변호사가 되는 일이 있어도  진실을 밝히겠다고 합니다.  

강우석감독은 검찰을  미화시키는 영화를 잘 만들기로 유명하죠. 공공의적2가 그 대표적인 영화이고  그의 영화에서 검찰은 바른 검찰만 나옵니다.   참 웃긴게 이 영화는  한국사회의 부조리함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뇌물. 뒷거래가  하나의 문화가 된 대한민국을 준엄하게 꾸짖는데 그 꾸짖음이 한 평검사에게서 나옵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좀 웃었는데  현실의 한국검찰과 너무 달라서 웃었습니다.

현실속 한국검찰은 민간인 사찰사건을 수개월전에 조사할때는  그냥 넘기면서 언론에서 특종으로 다루니까 부리나케 재조사를 하는 코메디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같은 사건을 재수사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이제는 죄가 있다는 모습. 참 코믹스럽죠. 

이 부분은 강우석 감독이 의도하지 않는 미필적 고의지만  덕분에 썩소 좀 날렸습니다.


참 깨알같이 많은 인물들. 캐릭터들이 잘 살아나지 못하다

강우석 감독은 이 이끼라는 영화가 길어진 이유가 등장인물도 많고 캐릭터 영화이기 때문에 각 캐릭터들의 틀을 잡아주기 위해 길어졌다고 합니다.  말대로 이 영화에서는 다른 영화보다 많은 인물이 나옵니다.

먼저 천이장과 졸개들이 있고 박검사. 유해국. 유해국의 아버지. 경찰, 이영지(유선)등이 나옵니다. 적고 보니 많은 인물들은 아니네요.
각각의 인물들이 비중있게 다루고 있고  천이장의 졸개 3인방은  에피소드가 몇개가 있으면서 영화에서 비중있게 나옵니다.
그러나 캐릭터 설정을 하긴 했는데  그리다만 그림처럼 엉성하게 그려집니다. 차라리 몇명의 인물을 제외하던지 좀 더 카리스마 있게 해주던지  유해국에게 있어 심리적 위협상대로 느껴지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것도 없습니다.

이 모든게 천이장의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생긴 현상이죠.
그런면에서 천이장의 캐릭터가 이 영화의 5할이상을 차지합니다. 솔직히 노인으로 분장한 정재영이 어울린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연기 참 잘한다라고 느껴지더군요. 이 영화의 재미의 3분의 1 정도는 정재영의 연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정재영이 천이장을 연기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 분명 필패 했을 것 입니다. 강우석 감독이 정재영을 선택한것은 훌륭한 선택입니다. 또한 박해일도 괜찮았죠.

하지만 유준상이 검사로 나오는 모습과 함꼐 이 영화의 최고의 실책은 유선에게 있습니다. 이영지로 나오는 유선은  영화에서 비중있는 역활이지만 왠지 모르게 유선의 연기를 보면  몰입감이 떨어집니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모습은  영화의 큰 임펙트인데 손이 오글오글~~~   개인적으로는 유선이라는 배우를 좋아하지만  그 이미지만 좋지 연기력은 크게 칭찬할 수가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유선의 모습은 분명 실책으로 느껴집니다.

그냥 그런 영화 추천하기는 힘든 이끼

이끼는 한 마을의 인맥으로 이루어진 인적네트워크의 강력한 결속력을 한 개인이 깨는  영화입니다. 힘의 대결이  주요 매력이며 볼 거리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크게 흠잡을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스토리 전체를 보면 과연 이 영화가 매력적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졸립거나 하는 영화는 아닙니다.분명  흥미꺼리를 계속 던져줍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폭파씬 헐벗은 여인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시선을 집중하게 하는 모습이 있는데 그 이유는 진실에 대한 갈망감과 호기심이 지루함을 날려 버립니다.

하지만 그 진실이 밝혀지면  2시간 넘게 기다린 관객에게
그 시간만큼의  진실의 무게에 비례하는 반전이나 재미를 주느냐? 라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습니다. 그 진실이라는것이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고 반전이라고 하는 것도  유해국입장에서는 큰 영향이나 피해를 보는것 도 아닙니다. 
3시간에 가까운 영화를 끌어가는 힘이 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왜 이 영화를 3시간까지 봐야하나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스릴도 없고 간간히 웃기고  한국사회 비판의 메세지도 있는것 같으면서도 뜨금하지 않는
영화 이끼  눅눅한 이끼같이 찝찝함만 가득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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