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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아파트 동대표 비리와 민주주의

by 썬도그 2010.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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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사는 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윗집에 누가 사는지 잘 모르실 것 입니다. 굳이 알 필요도 없기에 서로 잘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특히 젊은 부부나 젊은 세대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심합니다.

저 또한  이웃집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아파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사실 관심이 없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 사회의 비리와 부조리에 대한 관심은 참 많은데 정작 내가 사는 아파트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아파트 방송으로  처음 듣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더군요.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멍하니 TV를 보다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아주머니는 얼마전에 이사를 왔는데  아파트 동대표의 비리가 있다고  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뭔 소리인가 했습니다.  무슨 비리? 

제가 사는 아파트는 나홀로 아파트라고 1동짜리 100가구 밖에 안되는 아주 아파트입니다.
이 작은 아파트에 무슨 비리가 있나 했습니다. 또한  대단지 아파트도 아니고  누가 뭘 하는지 뻔히 다 보일텐데  비리를 저지를 만한 일이 있나 생각을 했죠.

그 아주머니는 지금 동대표가 회계감사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주민투표를 실시해서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다른 아파트들은  대부분 외부 회계법무법인의 감사를 받고 그 결과를 게시판에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나라걱정은 한시름씩 하면서 막상 내가 사는 아파트의 비리는 들여다 보지도 감시도 관심도 없었습니다.

동대표는  벚꽃축제 수익금과 아파트 수익금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 돈이 5천만원 가량 되었습니다. 5천만원을 정기예금에 넣으면 이자가 나오는데 이 돈이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돈은 아닙니다. 이자가 발생했을텐데 이자에 대한 기록이 전무했습니다.
한마디로 동대표가 꿀꺽 한듯 합니다. 여러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오자  외부 회계감사에 대한 주민투표를 하자는 소리가 나왔고 
주민투표를 하자는 주민과 하지 말자는 주민들이 나뉘었습니다.
외부감사를 받아봐야 외부감사비용이 비리로 들통한 돈 보다 더 들어간다면서 반대하는 분들과  그래도  괘씸하다면서 믿고 맡겼는데 푼돈이라도 비리를 저지를 수 가 있나면서 분노하는 아파트주민으로 나뉘었습니다.

동대표는 곤혹스러워 하면서 그 위기를 넘길려고  단돈 3천원만 내면 경기도 시흥쪽에 있는 오리농장에서 오리 실컷 먹게 해주겠다면서 주민들을 회유했습니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화나게 하는것인지 잘 모르나 봅니다. 
결국 주민투표가 이루어졌고 결과는 외부회계감사를 받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한,두달후 회계감사 자료가 나왔는데  들어난 이자부분과 함께  공사비용 부풀리기등 전형적인 비리를 거의 다 저질렀습니다. 물탱크 청소비용도 부풀려서  뒷돈을 챙겼구요.



그리고 동대표는  퇴출 당했습니다.

마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동대표와 몇몇 측근(?)들이  수년 간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해서 비리를 저질렀지만  그걸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적질 하지 못한 큰 이유는 무관심이었습니다. 

최근에 이사온 그 아주머니가 아니였다면  조막만한 아파트에서 비리를 저지르는 동대표가 계속 비리를 저질렀을 것 입니다.
관심이 없으면 독재가 횡횡하고  그게 독재인지도 잘 모르고 살 것 입니다.


지난 2008년 우리는 세상에 분노하며 태극기를 들고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사람들이 분노한것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독재국가로 변해가는  대한민국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이미 지나간 대선과 총선에 관심이 없었던것을 후회했습니다. 사람들은 깨달았습니다.  독재는 관심이 없는 국민들 사이에서 자라며
민주주의는 관심을 먹고 사는 생물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사람들은 역대 두번쨰로 높은 투표율로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을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민주주의는  그냥 하늘에서 내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관심만이 민주주의를 키우며 우리의 관심이 사라지면 민주주의라는 꽃은 시들게 됩니다. 매일 화분에 물을 주듯  관심과 보살핌이 민주주의의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내 삶속에서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관심없어하는 사이에 아파트 동대표는 비리를 저질렀고  누군가가 그 비리에 대한 관심을 가졌을때  그 비리는 세상에 들어나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합니다.

민주주의는 생명체입니다.  가꾸고 보살피며  잘 키워가야 할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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