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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대가족의 그리움을 고스톱으로 승화시킨 영화 썸머워즈

by 썬도그 2009.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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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분들은 대부분 인터넷 계정이 하나씩 있을 것입니다. 96년만 해도 인터넷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해 선민의식이 있었고 그 선민의식들이 온라인 예의범절을 만들었습니다. 온라인은 해방구였습니다. 오프라인의 찌질스러움이 아닌 근사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는 선민의식이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시쳇말로 개나 소나 다 인터넷을 하니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판박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익명성으로 인해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토악질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죠.

오프라인, 놀라운 시각효과의 온라인 오즈

썸머워즈썸머워즈

온라인 세상인 오즈를 보여줄 때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놀라운 시각효과와 그래픽은 압권입니다.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도 세련된 컴퓨터 그래픽을 선보여 인상적이었는데 이 썸머워즈에서는 제대로 그 실력을 보여줍니다. 귀여운 아바타들이 옹알이를 하는 모습도 귀엽지만 뭐니 뭐니 해도 거대한 아바타 괴물이 된 깨알 같은 아바타들의 집단체인 러브머신의 묘사는 대단하더군요. 온라인이라는 관념의 상상 속의 세상을 시각화 한 모습은 공각기동대 이후로 최고인 듯합니다.

영화의 주제는 가족

썸머워즈

이 영화의 소재는 온라인 세상 오즈이나 주제는 가족입니다.
겐즈는 어려서부터 혼자 지내오던 것에 익숙했습니다. 그러나 오즈 암호문을 해독해 버리는 불상사로 경찰서로 끌려가는데 마지막으로 인사를 합니다. 90세 할머니 생일을 맞이하기 위해 모인 대가족들의 복닥거림에 감명을 받았다면서 머리를 숙이고 떠납니다. 썸머워즈 내내 할머니가 큰 구심점이 되는데 가족애에 대한 묘사들이 자주 나옵니다. 또한 가문도 중요시하죠.

수백 년 전 수만 명이 쳐들어왔는데 수천 명이서 그 대군을 막아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죠. 할머니의 마지막 유언이 같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다 같이 식사하는 모습 그것도 하늘에서 곧 위성이 떨어지는데 식사하는 모습은 괴상하지만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때 러브머신과 캐삭빵 고스톱을 치는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한때는 명절 때 고스톱을 치지 말자는 운동이 있었지만 우리네 명절에 고스톱을 치는 모습은 이제는 뗄 수 없는 모습입니다. 또한 그런 고스톱 치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스러운 모습이기도 하고요. 감독이 고스톱을 가족애와 연관시켜서 묘사하는 모습은 참으로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불리하다고 게임도 하지 않고 포기하면 안 된다

썸머워즈

영화대사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드문드문 생각나는 대사를 되새김질하면 우리가 불리하다고 게임을 안 하면 안 된다.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대사가 참으로 인상 깊더군요.

우리는 게임에서 불리하면 리셋버튼 눌러버리고 나가버립니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참을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리셋버튼이 없습니다. 지는 것도 삶의 일부이기에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훈련되지 않는 사람들은 진다는 것에 힘들어하죠. 나츠키선배 사촌동생도 그런 모습을 보입니다. 강력하게 무장하고 러브머신과 맞짱을 떴지만 박살이 나고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러나 겐즈는 포기하지 않고 돌파구를 마련합니다.

수백 년 전 나츠키선배 가문의 장수들이 수만 명의 적들을 단 2천 명이서 맞서고 그 전쟁에서 졌을지언정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요,

8월 최고의 청소년 물 썸머워즈

썸머워즈

미래 온라인 세상을 놀라운 예지력과 통찰력으로 그려낸 공각기동대는 미래의 우리들 세상을 잘 그려냈습니다.
인터넷세상을 가장 현실성 있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는 공각기동대가 최고입니다. 그러나 온라인세상을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려 좀 영화가 어둡습니다. 그러나 썸머워즈는 비슷한 소재이지만 많이 밝습니다. 영화중간중간 코믹적 요소도 있고 흥미로운 시각효과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합니다.

그러나 과장된 액션등은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드러내기는 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는 캐릭터 묘사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썸머워즈에서는 하야오 감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묘사력이 많이 올라갔더군요.
이 영화는 초등학생보다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저같이 늙수구레한 아저씨도 재미있게 볼만한 영화이기도 하죠. 극장을 나서면서 손을 꼭 잡고 가는 두 초등학생 자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본애니 좋아하고 하루종일 핸드폰으로 문자를 날리고 집에 와서 온라인 게임을 1시간 이상씩 하는 청소년 및 장년에게 권하는 영화입니다.

썸머워즈

예전에 WOW(월드 오브 워크래프트)할 때 캐삭빵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60 안랩 둘이서 신나게 싸우더니 한 명이 계정삭제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두려워지더군요. 적어도 한 달 정도 투자해서 만든 캐릭터일 텐데 한방에 날리다니. 저것도 엄연한 살인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온라인이 점점 오프라인이상의 의미가 되어가는 것은 아마 우리가 온라인에 투자하는 시간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생각을 극장 안에 남겨두고 극장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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