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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인기작가 신경숙을 있게 했던 풍금이 있던 자리

by 썬도그 2009.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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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겨울 사랑의 열병을 앓고서  매일밤 그 열병에 원치도 않던  새벽라디오를 들었습니다.  새벽에 하는 라디오들은  모두 서정적입니다. 신체적 화학변화도 있지만  조용한 창가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우주까지 생각을 날려보낼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우주까지 생각이 날아가도  사랑만큼은 우주도 해결못해주는 일이더군요.

지독한 외사랑을 하고 있던 겨울밤  상처로 앓고있던  나에게  위안이 되주던것은 새벽라디오였습니다.
그때  라디오에서  한 단편소설이 흘러 나왔습니다.  그 소설의 이름은  듣지못하고 듣기 시작한   이야기
그게 소설을 읽어주는줄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1주일동안 계속된  낭독이 끝난후   소설의 이름을  알려주더군요.

그 소설은 바로  신경숙씨의 풍금이 있던 자리였습니다.   그 긴긴겨울 외사랑을 하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던  소설이었습니다.
93년  첫 단편묶음집  풍금이 있던 자리를 내고  문단에 등단한 소설가 신경숙씨,  항상 긴머리를  고집하는  이 소설가의  글을 읽을때면  한숨이 얇은 숨과 함께 나옵니다.   문체가 기존 소설들과 다르게  시적이고 산문적이였습니다. 단어하나  화자의 어투등이 모두 갸녀린  여자의  목소리로  갸녀리가  속삭이듯 말합니다.





풍금이 있던 자리는  30페이지 짜리 아주 짧은 단편소설입니다. 
한여자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함께  외국으로 떠나자는  남자를 향한 편지를 묶은 글입니다.
여자는  두아이의  아버지이자  아내가 있는 유부남입니다. 여자는  부모님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러 고향에 왔습니다.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불륜이기 때문에   영영 부모님을 다시 볼수 없다는것을 알기에 인사를 드리고 남자에게 갈려고 했으나  
여자는  고향집에 오자  옛추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어느날  하얀 살결의  향내가 나는  시골여자가 아닌듯한 여자가  7살의 여자앞에 나타납니다.
그 여자는  아무말없이  밥을하고 김치를 담급니다.   어머니가  가출한후 아버지가 데리고온  여자였죠.   아버지는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그 여자와 지냈습니다.  그러나  큰 오빠는  저 여자 때문에 엄마가 나갔다면서  화를 냅니다. 오빠의 사주를 받은 작은오빠와  여자는  그 새로온 여자를  괴롭힙니다.   그때마다 여자는  양치질을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그 여자가 양치를  하면서  우는것을  어린 여자는 보게 됩니다.

그리고  1주일후  말없이  떠나갑니다.   7살이었던  여자는  그 여자가  칫솔을 놓고간것을 보고 칫솔을 꺼내서  동구밖까지 쫒아가서  칫솔을 전해줍니다.  그 여자는 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칫솔을  받으면서   


나... 나 처럼은... 되지 마. 라고 말합니다.

여자는  그리고 생각합니다.  다리를 다쳤으면서  울면서 줄넘기를 하는 점촌 아주머니를 떠올립니다.
논두렁에 굴러서 다리를 다친 점촌 아주머니  아저씨는  그런 다친 아내가 싫다고  훌쩍 떠나버립니다. 다리가 다쳐 움직일수 없어 살이 쪄가는 아줌마는   살을 뺄려고  줄넘기를 하지만   그 줄넘김이   울음과 함께 합니다.


여자는  자신의 추억과 기억속의 불륜을 통해  많은것을 깨닫습니다.  사랑은 두 당사자간의 문제가 아닌   그 사랑으로 인해
슬퍼하고 아파하고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을요.   그리고  남자와 약속한  시간에 공항으로 가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가볍게  사랑과 전쟁에 소재가 되어   4주후에 뵙겠습니다.라고  코메디의 소재가 될 불륜을 다른 이야기지만
신경숙 소설이  좋은것은 그 과정의  힘듬과  버거움 그리고 고뇌가 잔뜩 들어가 있습니다.   항상  힘들어하는  주인공이 등장해서
혹자는  징징거리는  글쓰기라고 폄하도 하지만   신경숙만큼  사랑의  떨림을  잘 담아내는  작가도 없습니다.  한국문학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신경숙,

이후 군대에서 읽은 깊은 슬픔은  수번을  읽고 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평생의 역작이자  체험적 소설인 외딴방
외딴방은  얼마전  프랑스에서 주목받지 못한 작품상을 수상합니다.


엄마를 부탁해가  13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한 신경숙 

가리봉동 쪽방촌에서  친척누나와 오빠와 지내면서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신경숙, 그 속에서  소설가를 꿈꾸며  영등포여상 야간을  다녔던 신경숙,   그녀가 자신의 꿈을  이룰수 있게 한것은  이 풍금이 있던 자리입니다.
저는  이 풍금이 있던 자리를  90년대   소나기라고  감히 말해보고 싶네요

소나기라는  단편소설을  한국최고의 단편 소설로  꼽는다면    90년대의 최고의 단편소설은 풍금이 있던 자리였습니다.

이 책에는 다른 단편소설들이 있는데  대부분  문체도  이야기 풀어가는 방식도   비슷비슷합니다.
신경숙의 단점이자 장점이 한결같은 문체인데  그 한결같음이 저는  다른작가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이비다.  


외딴방에  자신의 이야기를 다 풀어내서  작가의 생명력이 줄어들것이라는  제 오판을 뒤로하고 신경숙 작가는 예전보다 더 활발한 활동과 대중과의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신경숙이라는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하네요. 그 행복을 느끼게 시작해준   풍금이 있던 자리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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