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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먼 훗날 우리가 담은 돌아갈 수 없는 가장 빛나던 사랑과 청춘 때문

by 썬도그 2026.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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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가 멜로드라마 멸종 시대에 무려 232만 명이라는 놀라운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구교환 배우를 좋아해서 보려고 했다가 기회를 놓쳤네요. 여러 평들이 있고 대부분 떠나간 사랑에 대한 눈물샘을 자극한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은 대부분 평생 1번 이상 사랑을 하게 되고 그 기억으로 반평생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사랑이라는 것도 10~40대에서난 활화산처럼 터지지 나이 들면 그냥 다 과거일 뿐입니다. 스스로 사랑할 나이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설사 사랑이라는 감정이 터진다고 해도 자기 객관화가 강해진 나이라서 스스로 알아서 포기합니다. 

 

뭐든 돌아갈 수 없고 다시 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걸 더 간절하고 절실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이 <만약에 우리>의 원작은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입니다. 영화관에 가지 못해서 집에서 <먼 훗날 우리>를 봤습니다. 

<만약에 우리>의 원작 <먼 훗날 우리>가 담고 있는 첫 사랑에 대한 깊은 슬픔

먼 훗날 우리

<먼 훗날 우리>는 중국 영화입니다. 2018년 4월 중국에서 개봉했고 한국은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고 바로 넷플릭스로 풀렸습니다. 그래서 아는 사람만 아는 영화입니다. 입소문은 꽤 좋아서 수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추천하더라고요. 지금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원작은 감독 유약영이 직접 쓴 수필집 '내 생에 단 한번'이라는 수필집 속에 담긴 '명운'이라는 작품입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춘절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과 재회를 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개봉해서 약 2,200억 원의  초대박을 낸 영화라고 하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는 중국 영화가 맞나 할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미와 두 배우의 연기 그리고 서사가 아주 좋네요. 

 

그렇다고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 아닌데 그 이야기가 우리의 감성의 샘에 돌을 던져서 파문을 일으키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가난한 시절에 만난 빛나던 청춘 남녀

먼 훗날 우리

베이징 인근 시골 마을에 사는 린젠칭(정백연 분)은 고향으로 가는 춘절 기차 안에서  팡 샤오샤오(주동우 분)를 만납니다. 젠칭은 북경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고 샤오샤오는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외국에서 살림을 차려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샤오샤오에게 춘절을 같이 보내자면서 어머니를 여의고 만두집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빚은 만두를 함께 먹습니다. 

 

둘은 그렇게 동네 친구가 됩니다. 샤오샤오를 사랑하지만 젠칭은 티를 내지 않습니다. 심지어 샤오샤오가 여러 남자를 만나는 것도 그냥 보고만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젠칭은 샤오샤오에게 손을 내밀 수 없습니다. 가진 것도 없고 직업도 없습니다. 게임 프로그래머가 꿈이지만 현실은 불법 CD나 팔다가 경찰 단속에 걸려서 교도소에 가는 초라한 인생입니다. 

 

남자들은 그래요. 부계 사회에서는 전세집이라도 마련할 돈이 있어야 하죠. 다들 처음에는 그냥 사귀지만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면 좌절하게 되는 남자들이 많아요. 그래서 번듯한 직장이라도 다녀야 합니다. 그것도 안정된 직장을요. 반대로 사랑하지 않지만 남자가 집도 있고 멀끔하고 안정된 직장이 있으면 여자들이나 남자들은 쉽게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젠칭과 샤오샤오는 가난한 시절에 만났습니다. 샤오샤오와 젠칭이 벌는 돈으로는 고시원 같은 단칸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도 지옥 같은 2007년을 지나고 젠칭은 결국 샤오샤오와 연인이 됩니다. 둘은 매년 춘절에 고향집에 가서 만두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서 새해를 맞이하고 친구들을 만나지만 젠칭은 점점 무너져 갑니다. 

먼 훗날 우리

콩 한 쪽도 나눠먹는 깊은 사랑이 있지만 젠칭은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허세를 떨어보지만 금방 들키게 되면서 자존심마저 무너지죠. 콜센터에서 근무하면서 근근이 먹고살지만 꿈인 게임 프로그래머와는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이때 샤오샤오가 떠납니다. 이런 젠칭은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았기도 했지만 떠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샤오샤오를 잡기 위해서 따라 나간 젠칭 지하철 앞에서 둘은 마주 섭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이 적합한 두 남녀

먼 훗날 우리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라는 분들이 있는데 이 연인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사랑하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별이 또 다른 세상을 여는 열쇠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렇게 둘은 헤어진 후에 2017년 베이징으로 가는 춘절 비행기 안에서 만납니다. 영화는 현재를 흑백으로 과거를 컬러로 보여줍니다. 

 

이는 젠칭이 샤오샤오가 없는 세상은 무채색이라고 한 말에서 알 수 있습니다. 

젠칭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 유부남입니다. 둘은 연착이 된 비행기에서 내려서 같은 호텔에 묵으면서 그 10년 전 시작한 사랑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둘은 다시 만나서 그때 떠난 이유 등을 알게 되죠. 

 

돌아갈 수 없는 청춘과 첫사랑에 대한 깊은 회환이 가득한 영화

먼 훗날 우리

영화 자체는 엄청나게 놀라운 이야기나 엄청나게 아름다운 장면이나 엄청나게 좋은 노래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영화이고 깔끔합니다. 다만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첫사랑이라는 고요한 샘에 돌멩이를 던져서 파문을 일으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청춘을 지난 지 꽤 오래되었고 죽음을 자주 느끼게 된 나이가 되어서 고요한 첫사랑의 샘 위에 두꺼운 얼음이 낀 상태라서 그런지 파문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30,40대 분들까지는 떠나간 사랑에 대한 후회와 회한이 가득해서 눈물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할 영화입니다. 우리가 무한도전을 유튜브로 보면서 더 재미있게 보는 이유는 다시는 무한도전이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첫 사랑도 떠나간 사랑도 다시 복원하기 어렵고 다시 만나서 사랑을 시작한다고 해도 그 찬란했던 청춘은 복원되지 않음을 알기에 우리는 더 애틋하게 바라봅니다. 

먼 훗날 우리

옛사랑에 대해서 혼자 만약에라는 말을 자주하게 되면서 그때 내가 더 잘해 줄 걸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죠. 그 감정 하나를 영화는 오롯하게 담아서 보여줍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영화의 엔딩 이후에 흐르는 엔딩 크레딧 장면에서 터졌습니다. 정작 두 주인공의 만남과 헤어짐 자체는 별다른 내용도 없고 이미 많은 영화들이 담은 시선이라서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남자는 번듯한 집을 사길 원하고 여자는 보금자리를 원합니다.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남자와 그 목표를 향해 가더라도 같이 가자고 하는 여자. 냉냉한 저택보다는 온기가 넘치는 단칸방 보금자리를 원하지만 둘의 사랑에 시선은 엇나가게 됩니다. 그럼에도 절 흔들어 놓지는 못하네요. 

 

그러나 엔딩 크레딧에서 중국 사람들이 메시지 보드를 들고 전 연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내용을 보면서 눈물이 저절로 흐르더라고요. 드디어 제 첫사랑의 샘에 돌멩이가 떨어졌고 파문이 일었습니다. 저도 그 시절 저와 함께 한 사람과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과 온기

먼 훗날 우리

 

엔딩 크레딧은 꼭 보셔야 합니다. 사람들이 헤어진 사랑에 대해서 보내는 메시지가 끝이 아닙니다. 젠칭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가 나옵니다. 전 리뷰 쓰려고 엔딩 크레디트 다시 보다가 뭔가 더 있기에 뭐지 했는데 젠칭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만두 가게에 들어선 후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를 읽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영화가 특별해진 이유는 아버지 덕분입니다. 이 캐릭터가 없었다면 그냥 흔한 남녀 청춘 드라마로 끝나고 말았을 겁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둘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을 묵묵하게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샤오샤오를 챙기는 참 어른의 모습이 너무 뭉클했습니다. 

 

좋은 영화입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함께 웃었던 그 사람이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통해서 내 청춘과 사랑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강력한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가 최근에 거의 없었죠. 있었다면 <건축학개론>이 있었는데 이 영화도 무려 12년 전 영화네요. 

 

 

노래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처음 듣는 노래인데 이 노래 너무 좋아요. 가사를 보고 더 감동 받았습니다. 

중국도 참 좋은 영화 잘 만드는 나라라는 걸 다시 깨닫게 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영화를 못 만드는 나라가 아니에요. 그런데 문화 흐름을 통제하다 보니 오히려 중국 영화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하네요. 

 

<만약에 우리>도 보고 싶네요. 그리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내 청춘과 그 사람도 보고 싶네요. 그렇다고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피천득의 인연처럼 안 만나는 것이 더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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