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인들이 외면하는 서울영화센터 또 오세훈이 망치다

by 썬도그 2025. 11. 19.
반응형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은 영화광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업이지만 수많은 영화들을 봅니다. 그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영화에 자양분으로 삼기도 하고 영향을 받기도 하죠. 이외에 수많은 영화감독들이 영화를 참 많이 봅니다. 

 

그런데 이 감독들이 해외 영화들을 어떻게 봤을까요? 이분들의 20,30대에는 비디오 가게가 있었지만 비디오 가게에 모든 영화가 있는 것은 아닌데요. 또한 수입이 안 되는 예술 영화들도 참 많습니다. 이분들이 이용했던 것은 독일문화원, 프랑스문화원, 일본문화원처럼 각국의 문화원에서 영어 자막 또는 그 나라의 언어로 쓰여진 영화를 봤습니다. 

 

뭔 소리인지 몰라도 봤습니다. 소설가들에게 해외 소설이 영향을 주거나 자양분이 되듯 영화 감독이나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은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수많은 영화들을 쉽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생각해 보세요. 고전 명작 영화 볼 수 있는 곳이 있나요. 왓챠가 그나마 고전 명작 영화 보유를 많이 하고 있지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보세요. 온통 요즘 영화들만 틀어대죠. 

 

오히려 90년대 초의 '영화마을', '으뜸과 버금'이라는 비디오 가게들이 있던 시절보다 고전 명작 영화를 볼 기회나 방법이 사라졌습니다. 유튜브 다이제스트 영상으로 보면 된다고요? 영화 자체가 이야기를 압축한 건데 거기서 더 압축하면 그게 제대로 된 영화 감상이 되겠습니까? 해설 및 편집자의 의도대로 수동적으로 쾌락만 즐기는 것뿐이죠. 

 

그래서 많은 영화 감독과 배우들이 시네마테크라는 영화 도서관 같은 곳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게 2006년입니다. 

현재 상암동 영상자료원이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너무 멀어요. 너무 구석진 곳에 있고요. 솔직히 잘 아실 거예요. 마포구 상암동까지 가는 게 여간 멀고 불편한 게 아닙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 좋잖아요. 충무로 이쪽이 서울의 배꼽이에요. 서울 어디서든 1시간 컷입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운영의 시네마테크 건립 운동 

서울영화센터 또 오세훈이 망치다

2006년부터 영화계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 운동을 펼쳤습니다. 시네마테크는 일반 영화관과 다르게 예술 영화 및 개봉관도 찾지 못해서 그냥 사라지는 독립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영화 도서관 같은 개념입니다. 이 시네마테크에서 미래의 영화인들을 많이 볼 수 있고 박찬욱 감독 같은 현직 감독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상암동 영상자료원 지하의 시네마테크는 영화광들에게는 성지 같은 곳이죠. 실제로 거기서 박찬욱 감독도 우연히 봤고 수시로 GV 행사를 통해서 촬영 당시 뒷 이야기와 감독의 의도와 관객들의 실시간 반향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서울영화센터 또 오세훈이 망치다

영화계의 염원인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 운동은 2006년 시작되었다가 2010년 박찬욱, 봉준호,안성기, 강수연 등이 '시네마테크 건립 추진위원회'를 만들어서 서울시에 제안을 했지만 정권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흐지부지되었습니다. 아시잖아요. 문화예술인들을 싸잡아서 좌파라고 생각하는 한국 우익들이죠. 실제로 블랙리스트 작성한 인간들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서울시가 나섰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2014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행사에 참여한 후 서울시가 시네마테크 만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2021년까지 만들겠다고 했죠. 그러나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종로구, 중구에 남은 빌딩도 땅도 적었으니까요. 

 

더 큰 이유는 정부의 방해가 더 컸습니다. 200억 이상 예산이 들어가는 공공건물은 행자부의 중앙투자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행자부는 무려 2번이나 이 서울 시네마테크 건립 승인을 불허했습니다. 그러다 박근혜 정권 말기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던 2016년 11월에 드디어 심사를 통과합니다. 

 

지하 3층 지상 10층 규모로 충무로 명보 극장 근처에 세울 계획을 세웠습니다. 

시네마테크는 고전 및 독립 영화가 가장 우선시 되고 다양한 영화, 영상을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상영관과 함께 영상 자료물이 많아야 합니다. 그게 시네마테크 즉 영화 도서관의 역할이죠. K컬처다 뭐다 뭐다 좋아만 하는데 그 바탕이 되는 영상인들을 키우는 도서관이 제대로 된 곳이 상암동 영상자료원 밖에 없습니다. 

 

또한 영상 자료를 보관 관리하는 것도 주요 업무이고 전시와 교육을 통해서 미래의 영상인들을 키우는 화수분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2025년 11월 말에 개관하는 서울 시네마테크가 서울영화센터로 이름을 바꾸다

서울영화센터 또 오세훈이 망치다

지나갈 때마다 언제 완공되나 했습니다. 올 봄에 촬영한 사진으로 드디어 위용을 드러냈네요. 수시로 서울 공사 알림이를 통해서 진척도까지 체크하고 내부 구조도 상상하면서 몇 년 간을 지켜봤습니다.

 

외형은 멋지긴 한데 저 테라스 같은 공간은 겨울에는 추워서 운영 못할 듯하네요. 그래도 작은 실외 공간 같은 곳이 있어서 갑갑함은 덜하겠네요. 신기한 게 창문이 기존 건물들과 크게 다릅니다. 생각해 보면 영화관 건물들은 창문들이 없네요. 있어봐야 빛만 들어오기에 데이터센터처럼 창문이 없는 구조네요. 

서울영화센터 또 오세훈이 망치다

위치는 충무로의 명성이 가득했던 명보극장 근처입니다. 아쉽게도 명보극장, 대한극장, 서울극장이라는 충무로 영화관 3대장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저 명보극장도 영화가 아닌 공연장이나 다양한 음식점과 편의시설이 들어선 공간이 되었습니다. 

서울영화센터 또 오세훈이 망치다

그리고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공중보행로 오세훈 현 시장이 허문다고 하더라고요. 세운상가 일대를 싹 밀고 고층빌딩 숲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계획 실현되지 못할 겁니다. 임기가 7개월도 안 남았고 지금 특검에 나가고 있다 보니 어떻게 될지 모를 위기에 놓였습니다. 

 

서울영화센터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이게 맞나?

서울영화센터 또 오세훈이 망치다

서울 시네마테크는 오세훈 현 시장이 서울영화센터로 바꾸었습니다. 단순히 이름만 바뀐 건 아니고 이 공간의 정체성도 변화시킨 듯합니다. 11월 28일 정식 개관을 하는데 그전에 영화 무료 상영도 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전시 공간도 있고 영화 상영관도 몇 개 있습니다. 또한 공유 오피스, 회의실도 있다고 해요. 영화인 교류 지원을 하고 신진 영화인 발굴을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조만간 직접 가서 볼 생각입니다. 

서울영화센터 또 오세훈이 망치다

지금은 무료 예매가 가능한데 정식 개관 후에는 영화 관람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가격이 1만원입니다. 1만 원에 고전 명화와 독립영화를 본다? 좀 비싼 느낌입니다. 물론 운영비 빼려면 이 정도는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는 가난한 영화 지망생들이나 영화 마니아들의 공간입니다. 좀 더 저렴하면 좋을 텐데 일반 상영관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서울영화센터 또 오세훈이 망치다

상영 예정인 영화들을 보면 좋은 영화들이 꽤 보이긴 합니다만 독립 영화는 안 보이네요. 

 

원래 이곳은 예술, 독립 영화 위주여야 하고 실제로 그게 목표였습니다. 현재 경향신문사 건물 지하에 있는 '서울 아트시네마' 역할을 분담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울영화센터로 이름을 바꾼 이유가 있습니다. 

서울시가 서울영화센터로 바꾼 이유

서울영화센터 또 오세훈이 망치다

서울시는 시네마테크에서 이름을 서울영화센터로 바꾼 이유가 있습니다. 시네마테크는 상암동 영상자료원에 있으니 중복 투자라고 생각해서 시네마테크 같은 마니악스러운 공간이 아닌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꿉니다. 그게 바로 서울영화센터입니다. 따라서 독립영화, 예술영화 위주의 영화 공간이 아닌 그냥 또 하나의 흔한 영화 공간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운영도 입찰을 통해서 넘겼고 그 결과가 1만원에 고전 영화, 과거 영화를 재상영하는 재상영 전문관으로 개관합니다. 

가격이 비싼 이유가 외주를 줬고 입찰을 넘겼기 때문이네요. 서울시 세금 투입은 안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에 주용태 서울시 경제실장이 OTT가 발전하고 있는데 기존의 필름과 디지털 파일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공간에 대한 몰이해가 영화인들을 더 화나게 하고 있습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죠. 영상자료원에는 한국에서 만든 모든 영화의 필름과 디지털 파일을 2부씩 가지고 있습니다. 1부는 영상자료원에 1부는 파주 영상보관소에 저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2중 3중 백업, 물리적 보안 백업까지 해야 화제로 한 건물이 전소되어도 다른 곳에 있는 필름으로 복원하면 됩니다. 실제로 남미의 한 국가가 한 곳에 자국 영화 필름을 보관했다가 화재로 다 소실되어서 전 세계 나라들에게 도움 요청을 했었습니다.

 

한국의 많은 고전 영화들도 해외에 보낸 필름을 겨우 다시 구해서 복원한 경우도 많습니다. 영화 필름이 사라지면 그 영화 자체도 세상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그 보존의 중요성은 돈으로 환산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OTT 발전 운운하면서 필름을 왜 보관하냐는 저 말은 시네마테크의 건립 취지를 하나도 모르는 소리입니다. 

 

영화인들 서울영화센터와 함께하지 않겠다 선언

한국독립영화협회,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영상미디어교육협회인 미디액트, 지역영화네트워크,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등과 10개의 영화 시민단체는 18일 어제  서울 시네마테크를 지우고 서울영화센터로 별 특색없는 영화 문화 공간으로 만든 서울시에 항의하며 서울영화센터와 함께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여기에 영화배우들도 영화감독들도 함께할 듯 하네요. 사실 용도 변경을 하더라도 영화인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영화인들과 함께 하겠다고 하니 괘씸해서라도 함께 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천상 서울시장이 바뀌어야 용도가 다시 원상태로 복귀할 듯 하네요. 그래서 내년 지방 선거가 무척 기다려지네요. 

영화인들의 염원으로 만들어졌는데 다 만들고 나니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 또 하나의 지상의 한강버스가 될 듯하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