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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쉬운 만화로 배우는 미학의 세계 3인3색 미학오디세이

by 썬도그 2009.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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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기괴한 추상미술작품 앞에서 똥폼 잡고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신 적 있나요?
아니면 구상작품이라도 그 작품에 숨겨진 알레고리를 찾아 숨은 진실을 찾으려고 하신 적 있나요?

누구나 한 번쯤은 미술관에 가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짐짓 폼을 잡고 작품을 뚫어지게 보지만 당최 뭔 이야기를 하고 큰 건지 모를 때 그냥 미술관을 나옵니다. 그리고 뭔가 격조 높은 행동을 했다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곤 하죠.

저도 한때는 그랬어요. 괜히 여자후배 끌고 현대미술관 가서 관람을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백지상태로 가서 작품을 본 것이었다는 생각이 요즘 들더군요. 물론 작품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아무런 지식이 없이 봐도 좋은 작품은 큰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느낌은 더 세세하고 울림이 커집니다.

미술도 공부해야 하더군요.
미술사 전체를 전공과목 공부하듯 공부하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식은 가지고 있어야 할 거예요
인상파 화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피카소라고 하면 안 되겠죠.

최근 들어 해외의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국내 전시를 많이 합니다. 그 화가의 인지도와 인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 작품들을 돈을 내면서 보지만 그중에는 그 작가에 대한 명성만 알지 그 작가의 작품 연대기나 화풍 그리고 왜 그런 식으로 그림을 그렸나 하는 공부를 안 하고 혹은 모른 채 가서 그 느낌을 다 느끼지 못하고 나옵니다. 뭐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 좋지만 매번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뭐 유명화 가야 시중에 나온 책이나 인터넷만 뒤져도 금방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신인작가나 미술의 세계에 막 발을 들여놓은 화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하나는 참 난해한 작업입니다.



책 미학 오디세이는 인터넷 논객 진중권 교수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책입니다. 미학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잘 정리했더군요.
시각예술에 대한 정리를 아주 오밀조밀하고 철학과 버무려서 해놓은 책입니다. 이 책은 미학서이면서도 철학서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시대마다 다르기에 그 다른 시선을 담는 큰 그릇인 건축과 액세서리인 미술의 변화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학 오디세이호를 타고 3개의 책을 건너다보면 어느새 미학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유럽의 지난 역사와 철학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왜 고딕 건축들이 삐쭉삐쭉하게 하늘을 찌르는지 낭만주의 미술이 왜 현실을 왜곡하고 과장된 모습을 담는지
칸딘스키 그림이 왜 추상으로 달아났는지,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 지하는 호접몽의 철학까지 책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학 오디세이의 단점이 있습니다. 책이 좀 딱딱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철학과 미술을 쉽게 푼다고 해도 워낙 용어 자체가 어렵고 방대하기 때문에 책을 읽다 보면 쉽게 피로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미학 오디세이를 도서관에서 몇십페이지 읽다가 집어던지고 만화로 된 미학오디세이를 꺼내 읽었습니다.


정말 쉽쬬잉~~~ 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만화는 쉽더군요.
그러나 워낙 원문 자체가 좀 무게감이 있기에 만화도 일반 꽃보다 남자 같은 만화보다는 어려운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만화가들의 높은 역량으로 재미반 지식반의 균형추를 잘 맞추고 있습니다.

이 미학 오디세이 삼인삼색은 3명의 만화가가 각 한 권씩 맡아서 각자의 해석으로 쉽게 풀어쓴 책입니다.
1권은 현태준 만화가가 2권은 이우일 만화가가 3권은 김태권 만화가가 그렸는데요. 3명의 만화가가 각 한 권씩 읽고
그 내용을 만화로 자신들만의 해석 방법으로 풉니다.

1권은 미술의 태생과 어원을 찾아가는 내용이며 미술의 세계관과 철학자들이 많이 나옵니다.
3권의 책중 가장 쉬운 책입니다. 다만 너무 닭살이 돋는다고 할까요. 현태준 만화가가 너무 쉽게 쉽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좀 거슬립니다. 그래도 아주 괜찮은 책입니다.

2권은 이 미학 오디세이 3권 중 가장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우일 만화가는 예전에 동아일보에서 도널드 닭이라는 4컷 만화가로 알게 되었는데 참 욕 많이 먹었죠. 조선일보의 신뽀리 아류작이었고 재미 대가리 하나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재미없었으면 전화까지 하려고 헀다니까요. 그런데 이 이우일 만화가 일취월장을 하더군요. 2권에서는 선생님과 두 제자가 풀어내는 미술 잡담인데요. 주요 등장 그림은 네덜란드 화가인 에셔의 작품과 초현실주의 화가인 마그리드 작품들을 전면 배치합니다.


이 에셔의 그림처럼 미술에 대한 시각예술에 대한 변천과 철학이 어떻게 미술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장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갑니다. 만약 3권을 다 볼 시간과 돈이 없다면 2권만 보셔도 됩니다.


3편은 지금 막 읽었는데요. 만화가에게 미안하지만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그림체가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은 그림채이고 작가가 게으른지 원문인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글 자체를 퍼와서 붙여놓은 게 수두룩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주요 줄거리로 미학과 철학을 녹여내려고 했지만 녹지도 않고 섞이지도 않고 읽는데 짜증까지 납니다.

이제 미술을 이해하는 나이가 된 중고등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미학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에게 권하고요. 미술관에 가기 전에 꼭 읽어봤으면 추천서입니다. 복잡한 거 싫으시면 만화 3인 3색 미학 오디세이로 수준있어도 상관없다면 진중권 교수의 미학오디세이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미술평론의 새로운 눈을 달아 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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