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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돌아온 일지매의 나레이션 비판은 익숙하지 않음에 대한 거부반응일 뿐이다

by 썬도그 2009.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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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별 기대 없이  돌아온 일지매를 봤습니다.  일지매라는 소재는 신선미가 별로 없습니다. 90년대 초반인가  장돈건이 일지매로 분해서  열연한 드라마가 있었지만  별 인기가 없었죠.  복면쓴 닌자같은 모습, 의적활동 뭐 그렇고 그런 캐릭터입니다.

홍길동 유사캐릭터로 밖에 인식이 안되죠. 거기다가  작년에  이준기가 나온 SBS의 퓨전사극 일지매가 있어서  더 흥미없는 소재입니다.  그런데 MBC가 뒷북을 울릴심정으로  일지매를 들고 나왔더군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는것은
많이 있습니다. 저는 SBS의  일지매 딱 1분보고 채널 돌렸습니다. 퓨전사극이라고 하지만
그 복면을 보고 21세기 SF전사가 나온줄 알았습니다.  퓨전이라고 해도 시대와 동떨어져 보이는 모습이 거북하더군요.

딥 임펙트와  아마겟돈의 예를 봐서도 알수 있구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즐거운 인생도 비슷한 모습이었죠.   그러나 이 돌아온 일지매에 기대한것은  출연배우도 아닌 (난 정일우라는 배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바로 연출을 맡은 황인뢰 PD입니다.

전작인 궁과  단막극인 베스트셀러 극장의 간직한것은 잊혀지지 않는다의 그 세심하고 수수하고 정갈스럽고  명료한 미장센을 좋아합니다. 특히  보성차밭의 열풍을 만든것이
바로  전도연, 소지섭주연의  간직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 입니다.  이 드라마 이후에
보성차밭에 대한 인기가 높아져서  CF로도 이후 드라마의 단골장소로 많이 촬영이 되었고 저도  그 드라마의 영향으로 갔다왔습니다. 


어제  시작하자마자 현대씬이 나오고 청계천이 나오길래  뭐냐 이거!! 라고 생각했죠. 현대극이야?  아닌데. 고우영화백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나레이션이 나왔습니다.  나레이션은 극 중간중간 계속 되더군요.

솔직히 요즘 드라마에 누가 나레이션 씁니까?  대부분 장면으로 처리하죠.  그렇다고  나레이션이 듣기 거북하다는 느낌은 아니였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연출자의 의도된 기획이니까요.  소설도 보면 1인칭시점이 있고 3인칭 시점이 있습니다.
3인칭 시점은  전지적 작가시점과  작가 관찰자 시점으로 나뉩니다.

 대부분의 영화와 드라마가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 작가 관찰자 시점은  인물의 대사와 행동만 보여주고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이 그 인물을 유추해가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시청자들이 상상을 하고 이야기를 자기 스스로 해석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같은 3인칭 시점이라도  전지적 작가시점은  인물의 심리상태와 사건의 모습을  마치 신처럼 꽤뚤어 보면서  설명해줍니다.
말 그대로 신입니다.  이 전지적작가시점이 좋은것은  이야기를 따라가기 쉽다는 것입니다.  머리아프게  주인공이 왜 저랬을까? 의도가 뭘까 생각안해도 됩니다.  알아서  나래이션으로 풀어줍니다.  마치  할아버지가 무릎에 앉혀놓고  손주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여주는 모습이죠.  고전소설에는 많이 나왔던 시점인데  요즘은  별로 나오지 않죠.  미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를 얼핏 보니 나래이션이 나오는듯 한데요. 전지적작가 시점같더군요.  이 시점이 요즘 안쓰여지는 이유는  관객의 해석을 가로막는  모습에 있습니다.

나래이터가 다 설명해주고 심리까지 말해주니  관객은 그냥 넙죽넙죽 받아먹으면 되죠. 하지만 취향따라 다르겠지만 그 맛은 달달합니다. 머리 안굴려도 되구요.


이 돌아온 일지매는 그런 전지적작가시점으로 그리는 드라마입니다.  참 특이하긴 하죠. 요즘 거의 안쓰는 시점인데
아무래도 원작에 충실하고 원작에 따르다 보니 황인뢰PD가 선택한것이 아닐까 합니다. 1회만 보고 이렇다 저렇다 할수 없겠지만요.
오늘 블로거 글들을 읽다보니   성우가 나래이터 하는 부분이 불편하다는 글들이 많더군요.  솔직히 편한것은 아니죠.  한 10년전이나 그 이전이면  쉽게 받아들였을테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잘 쓰지 않는 방식이라서 거부반응이 심한듯 합니다.

1회라서 나래이터가 투입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나래이터가 나와서 설명해준다면  이 드라마의 시점이  전지적작가시점이라고 봐야 할것입니다.  이것을 유치하다, 다큐멘터리냐 라고  지적하는것은 좀 무리가 있습니다.  시점에 유치한 시점이 있지 않지요. 다만 시대에 맞지 않는 유행이 지나간 시점이 있을수 있죠.

친절한 금자씨처럼  그 시점을 잘 활용한 좋은 영화도 있습니다.   다만  나래이터를  극중 한사람이 하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드네요.  강남길이 연기하고 있는 배선달이 책도 쓰고 일지매를 묘사하니 강남길이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데  그건 감독의 연출 권한이고  드라마의 스타일이니 뭐가 옳고 그르다라고 지금 섣불리 판단하긴 힘듭니다. 

나래이터 부분은 불편한 면이 있는것은 공감합니다. 저도 그 굵은 여자성우의 목소리가 듣기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우에 대한 불만은 있어도  형식에 대한 불마은 아직 이렇다 저렇다 할수 없습니다. 그 부분을 지나 제가 돌아온 일지매를 유심히 보게 된것이
황인뢰PD의  녹슬지 않은   미장센입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동양화 아니  인상파 화가의 모습처럼 색들이 아름답습니다. 또한 실내장면에서의 빛의 처리는  달인의 숨결까지 느껴집니다.  황인뢰PD는   빛을 요리할줄  아는  PD입니다.  제가 사진에 관심이 많다보니 그 구도와 색 그리고 톤등을 유심히 봤는데  정말 수준급이더군요.

이 모습은 드라마 궁에서도 십분 뽑냈던 모습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게 된것은 드라마 궁의 그 화면을 기대했기 때문이고  제 기대를 다 충족해 주더군요.
정일우나  이준기나  둘다 나 관심밖의 배우들이니  발로 연기하던 말던 큰 기대는 안하지만  화면의 모습은 아주 좋습니다.


나래이터에 대한 거부감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정도 사라질지 아니면  욕지가가 나올지는 지켜 봐야 할 것입니다.
에펠탑 효과라고   에펠탑도 처음에는  모든 파리시민 특히 모파상은 심하게 욕했죠.  모파상은 그 모습이 너무 꼴뵈기 싫어서 에펠탑이 안보이는 유일한 공간인  에펠탑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자주 마셨다고 하네요.  하지만 지금은  파리하면 에펠탑이 떠오르죠.   익숙해지면 좋아질수 있을지 아닐지는  시간이  흐른후   시청률이란 평가표로 알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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