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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추억을 길어올리는 우물

<'커피 이야기'에 응모하는 글입니다>커피에 대한 여섯가지 작은 이야기들

썬도그 2008. 12. 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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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에 응모하는 글입니다>

어른의 상징물 같았던  어린시절 커피

어린시절 집에 귀한 손님이 오시면 어머니는 평소에 쓰지 않던 커피잔을 내오시고  병에든 커피와 프림을 차스푼에 타서
대접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에게 어머니는 가끔 너도 한잔할래? 라는 말을 하셨죠. 
하지만 너무 마시면 뼈 삮는다는 말도 같이 곁들어 주셨구요.

커피의 맛은 뭐라고 표현할수 없을정도로 달콤하면서 쓴맛이 톡톡 쓰더군요.  그 맛을 잊지 않을려고
80년대 히트쳤던 커피껌을 잘근잘근 씹었죠. 진짜로 뼈가 삮는지 알았거든요.

어른되면 해 보고 싶었던 일중에 하나가 커피마시는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커피를 매일 먹게 된것은 어른이 되기 전인 고등학교 때 였습니다.


자동판매기 커피의  애환과 추억과  수다들

일명 자판커피라고 하죠. 자판커피는 정말 쌈마이 냄새가 진동합니다. 저가의 커피와 프림을 쓰고
불결할것만 같은 자판커피, 하지만 그런거 따지고 먹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 모든것을 감수할수 있을 만큼의
싼 가격이기 때문이죠.  제대로된 커피를 마실려면 그 정성과 노력 투자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자판커피는 20초도 안되서 손에 쥐어지니까요.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도서실에서 생활하면서 커피중독은 아니지만 매일같이 커피를 한두잔 이상씩 먹었습니다.
휴게실에 친구녀석이 커피를 마시고 있어서 다가가면  친구는 자판기에 돈을 넣고 뭘 마실거냐고 묻습니다.
보통 커피숍에서는 그런 풍경이 쉽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싼 가격이기에 커피인심은 아주 후합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수다들,  거기엔 정말 시간낭비성 수다도 있고 고민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공상과 허풍이 진동하기도
하구요.  지금까지 살아온날을 뒤돌아 생각해보면 가장 맛있는 수다풍경은 자판기 커피앞에서의 수다가 아니였지
않나 하네요.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해커들중에는  전산실앞 커피자판기위에 도청장치 설치한다고도 하더군요.
그 앞에서 별 이야기 다 나온다네요.




비엔나 커피의 달콤함과  차가움


다방커피의 공통점은  커피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 있습니다. 
커피의 종류는  프림과 설탕 비율만이 존재했죠. 

프림둘 설탕하나 혹은 프림둘 설탕둘을 요구하는게 전부입니다.

저는 세상에 커피의 종류가 딱 하나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초 커피전문접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새로운 메뉴가 나옵니다.  아메리카노도 나오고 비엔나 커피도 나옵니다.  비엔나 커피는  친구덕에 먹게 되었는데요.
이 친구놈이 같은 동아리에 좋아하는 여자동기를 좋아하고 있었더군요.

집에가는 여자동기를 저녁먹자고 하면서  돈까스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전 얻어먹었구요. 후식으로 나온  비엔나커피는 생경스러웠습니다.

커피위에 아이스크림이 동동 떠 있었는데 그 맛이 어찌나 달콤하고 부르럽던지요.  친구와 저는
그날 밤 친구네 집에 자면서  그 비엔나커피를 마셨습니다.  어떻게 먹었냐구요?   1회용 커피믹스에다가 집에가면서 산
커다란  아이스크림을 사서 직접 제조(?)해서 먹었습니다. 이 비엔나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가 말하더군요.
나 걔(여자동기) 좋아한다.   순간 내 표정은 일그러졌습니다.  저도 그 여자동기를 좋아하고 있었거든요.
갑자기 달콤하던 비엔나커피가 쓰고 차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먼저 말한놈이 당당한건지 나는  그 이후에
그 여자동기 좋아한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습니다.
Melange라는 커피가  일본에 거쳐 들어오면서 비엔나커피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는데 
비엔나커피가 더 입에 맞네요.

90년대부터 커피전문점이 많아지면서  더이상 프림과 설탕 스푼을 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기호에 맞게 여러가지 커피를 마실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하루중 가장 맛있는 커피는 오전 10시 15분에 먹는  모닝커피

회사에 출근해서 청소를 하고 하루를 시작하면서 미팅을 하면서 마시는 모닝커피는 맛이 없습니다.
맨날 했던 이야기 반복하고  졸린눈들이 보이기 때문이죠. 그 커피보다는 오전 10시 15경 햇살이 창밖에서 넘실거릴때
창밖을 바라보면서 먹는 커피가 아주 좋죠.  이 커피는 수다와 함께 한다면 맛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상념에 젖어서 먹는게 좋죠.



세상에서 가장 쓴 커피는 이별커피

요즘은 문자한통으로 메일혹은 핸드폰으로 이별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헤어지는 모습도 많이 보이지만
핸드폰이 없던 시절은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예의이든 아니든 만나서 통보를 해야 했고
보통은 차분한 이야기를 해야 하기에  커피숍에 들어갑니다. 커피를 뭘로 시킬까 하는 고민따위도 없습니다.
커피보다는  장소가 중요한것이죠.  그리고 이별통보를 받습니다.  그리고 꼭 이별 통보를 한 사람이 승자인 것처럼
먼저 자리에 일어나서 나갑니다.  그리고  패자인듯한 이별통보를 받는 사람은 loser의 표정을
검은 커피잔속의 커피에 얼굴을 비춥니다. 

이별커피에는  블랙커피가 어울릴듯 하네요.  커피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오로지 커피맛 하나만 느끼게 하는
블랙커피,  커피가 원래 달달한게 아니였구나 하는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지금까지 내가 먹은 커피는 커피맛보다는 프림과 설탕의 맛을 커피맛으로 느끼고 살았던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구요.   첫사랑은 원래 쓴맛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추억과 그녀의 웃음소리에  그 쓴맛이 느껴지지 않는것이죠.
그리고 그녀의 웃음소리가 떠란 자리에  첫사랑이란 커피에는  가라앉은 추억과 커피만이 가득하고   그 맛을 느끼면
아주 쓰디씁니다.  그러면서  사랑을 배우죠.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커피는 내가 직접 타먹는 커피

어느 드라마인가 책에서 봤는데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커피는 자기가 직접 타먹는 커피라고 하더군요.
순간 입에서 커피국물(?) 흘릴뻔 했습니다.  내가 혼자 타서 먹고 있었거든요.
어쩐지  내가 탄 커피는 왜 이리 맛이 없는건지 참 신기하더군요.  똑같은 비율로해도 내가 타면 맛이 없어요
커피의 맛이  물리적인 비율이 전부는 아니겠죠.

반대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타주는 커피 아니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타주는 커피가 가장 맛있을것입니다.
혹시라도 친구나 연인 둘이상의 사람이 있는 자리에 커피를 타게 된다면 서로 커피를 타주길 바랍니다.
보통은 한사람이 다 타서 나오죠.   그 모습을 보면 마치 단체사진때  찍사는 단체사진에 찍히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요즘은  별다방,콩다방이 커피문화를 많이 고급화 시켰습니다.
정말 커피 맛있어졌고 종류도 다양해졌죠.   커피에 대한 소비도 늘어가고 있구요.세상 좋아졌네요.

뒤돌아보면  만남과 만남사이에는 커피가 항상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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