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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한국의 외딴방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by 썬도그 2008.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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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친구녀석이 생각납니다.
그 녀석은  이 3곳을 계속 전전하면서 살았습니다.

90년대 중반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시더군요.
집안이 좀 많이 어려워졌죠. 그래도 큰형이 사관생도이고  탄탄한 직장인 군에 있어서 살림살이가
쪼들리는것은 아니였습니다. 형은 장교숙소에서 지내고  친구와 친구동생 둘이서
서울 변두리 옥탑방에서 살더군요.  친구를 좋아하고 항상 밝았던 녀석은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옥탑방을 낭만적으로 그리고  연립주택을 가지고 있던 또 다른 친구는  고등학교때
자신의 옥탑방으로 친구들을 불러서 파티도 하고  재미있게 지냈던 추억이 있어서  철없는 나는 서울변두리 옥탑방으로
이사한 친구집에 가서 말실수를 합니다.

야~~ 낭만있고 좋겠다. 옥상도 맘대로 쓸수 있구 말야.

하지만 친구는 그렇지 않다고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옥상이다 보니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에 데워진 옥상이 밤까지 온돌효과로  후끈거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그 반대구요.

이 옥탑방의 고통은 군대에서 여실히 느꼈습니다. 기상관측을 하는 옥탑이 있었는데   여름밤에는 그 옥탑에 올라가기가 싫었습니다.  얼마나 후끈거리는지  밤에도 30도를 넘습니다.

몇년후 친구는  졸업을 하고  직장에 취직합니다. 그리고  한 3년 잘 다니나 싶었는데  회사생활에 큰 상처를 받았는지
어느날 사업을 한다면서  뛰쳐나와서 작은 사업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반지하방으로 이사를 갑니다.
동생도  직장인이 되었구요.  반지하는 옥탑방과는 또 다른 고충이 있더군요.  햇볕볼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눅눅한 방안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지금 친구는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직장이 너무 멀어서 직장근처 고시원에 기거하는데
고시원이라는 말에 저는 처음 너 고시준비하냐는 또 철없는 소리를 했었죠.   지금이야 고시원에 고시생이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5년전에는 그런 사실을 몰랐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두다리 겨우 뻗고 잔다고 하더군요.

가보지 못했습니다. 누굴 초대할만한 곳도 아니고  친구 데리고 오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라서 그렇지요.
저도 굳이 가고 싶지는 않더군요. 
고시원을 떠 올리면서 가리봉동 쪽방촌이 생각났습니다.
쪽방촌을  본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신경숙의 소설 외딴방에서 묘사된 쪽방은 소설을 읽으면서 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한두평짜리 방에 오빠와 사촌동생과 신경숙작가가 살았다고 묘사하는데 이게 가능한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치열한 삶을 살았기에  신경숙은 그 삶을  그리워하면서도  툭 터놓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신경숙이라는 작가가  외딴방이란 소설을 내고  머리속의 언어가 다 쏟아져나와   실어증이 걸릴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야기를 계속 하더군요.

반지하, 옥탑방, 고시촌  이 방들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공간입니다.  살기에는 부족한점들이 많죠.
얼마전  고시촌 방화사건을 보면서 한숨이 나오더군요. 


10년전에 호주로 공부하러 갔던 친구녀석의 모습도 떠오르네요. 작은 아파트에서 10명이 살았다는데 그곳은 호주의 외딴방이었을 합니다.  부동산 강국인 한국  부동산 졸부가 생산되고  그로인해  외딴방으로 몰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 졌습니다.

최근에 부동산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기분좋은 소식중에 하나죠,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가격을 연착륙시킬 생각보다는 부동산가격을 올릴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성공해서 (그럴지 없겠지만)  부동산가격이 노무현정권때처럼 천정부지로
오른다면   외딴방에도 가지 못할 분들이 생길까봐 걱정이네요.


외딴방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정부와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국제유가 떨어졌는데  겨울에  가스비,전기세 올리는  정책은  돈없으면  그럼 죽던지~~  하는 소리같이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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