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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떫은 녹차 같은 건강한 농담이 차려진 농담하는 카메라

by 썬도그 2008.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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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hotohistory.tistory.com2008-07-11T06:24:260.3610

녹차를 자주 먹지는 않지만 확실히 커피보다는 몸에 좋은 것은 알겠더군요.   맛은 떫고 잘 넘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충치예방도 되고 입냄새 제거 거기에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이 많죠. 한떄는  만병통치약같이
떠받들어지기도 했던 녹차 하지만  많이 안 먹게 된 이유는 바로 맛 때문입니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한 맛이지만  커피의  그 뼛속까지 달콤하게 해주는 그 묘한 강렬한 맛에 쉽게 자리를
내주기도 합니다.

책 농담하는 카메라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건강한 농담 하지만 맛은 없는  책입니다.


성석제라는  중견작가의 책을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아서 이  작가의 이전 작들을 보지 못한 채로 이 책을 구매
하게 되었던 이유는  농담하는 카메라에서 농담이 아닌 카메라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사진을 취미로
여기는 작가인가 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든 책인데요.  다 읽어보니 카메라에 대한 내용은 거의 안 나오더군요
그런데 왜 카메라라고 했을까 하는 의문은 책장을 덮고도 한참을 서성이게 합니다.

이 책은  수필집 담게  소소한 일상을  자세하고 세세하게  때로는  장황하게 펼쳐냅니다.
작가의 취미를  자기 생각대로 마구 흩트려 놓는데  그 내용과  지식과 정보는 백과 수준에 가까운 모습이
가끔 보이더군요.  이런 글쓰기를 하는 작가를 이전에 한번 본적 있는데  바로  소설 향수로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입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을 읽다 보면 이게 무슨 매뉴얼 집인가 할 정도로
엄청나게 세세하게 정보를 쏟아내는 돼요.  이 책 농담하는 카메라도 그런 면이 가끔 보이더군요.

그리고  작가의 젊은 시절 추억들과  삶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 그렇다고 감동적인 시선들은 아닙니다.
그냥 미원 같은 첨 가료를 전혀 넣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책에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은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농담도  농이 짙은 게 아닌 피식거림의 농담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옆에서 나이 든 선배가  지나가는 소리로  하는  이야기들과
같이 친근감이 있습니다.  술자리나  두 사람만의 대화가 다 재미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재미있는 것만
담고  좀 더 자극적인 글쓰기 과장된 글쓰기였다면  책 농담하는 카메라는 자기 색깔을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책은 두껍지만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출퇴근하면서 읽을만한 책입니다.  지하철에서 책 읽다가 낄낄거려서
옆사람에게  피해 주는 모습은 이 책에 없습니다 그냥 미소만 짓다가 마는 책이지만  조금은 생각거리를
많이 남겨주는 책입니다.

책 서문에 나오네요 왜 이 책에 카메라라는  제목이 들어갔는지를요.
사진이  꾸미지 않는  있는 삶 그대로를 박제시키는 것처럼 자신의 글쓰기도 셔터를 누르는 심정으로
썼다고 하는데. 그 글을 뒤늦게 읽어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  과장되고 자극적이지 않게 가벼운 농담을 듣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기억에 오래갈 책이 될 듯합니다.

왠지 이 책을 읽을 때는  녹차와 함께 읽어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수필이 쓰고 싶어 지더군요.  내 일상 정말 지리멸렬한 내 일상을 글로 담아볼까 하는 용기를 많이 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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