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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데시벨은 주인공이 빌런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오해인가?

by 썬도그 2023.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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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선한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악당도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선했다가 흑화 되는 주인공을 담을 수도 있고 반대로 흑화 되었던 주인공이 선한 마음을 되찾거나 빌런이 선한 사람이 되기도 하죠. 요즘은 선과 악이 아닌 양가적인 면을 가진 주인공도 참 많이 나오고 그런 주인공은 예측하기 어려워서 더 흥미롭고 끌리는 면도 큽니다. 그런데 영화 <데시벨>의 주인공은 참 이상합니다. 이상해요. 선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후반 숨겨진 이야기가 터지는데 이 이야기가 터지면서 주인공이 빌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밉상입니다. 

126억 제작비를 쏟아 부은 영화. 손익분기점을 반 밖에 채우지 못하다

영화 데시벨

2022년 11월에 개봉한 영화 <데시벨>은 128억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로 손익 분기점이 210만 정도 되는 영화입니다. 한 3년 전에는 126억 원이면 최소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었지만 평일 낮 영화관람료가 14,000원으로 오르면서 210만이 손익분기점입니다. 그러나 요즘 관객수가 확 줄면서 관객 210만을 넘기려면 입소문이 아주 잘 나고 이슈화되어야 합니다. 

30~40대 관객들의 추억 몰이가 한창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호평속이지만 개봉 10일이 지난 지금도 관객 수가 65만 밖에 안 되고 있습니다. 그럼 <데시벨>은 얼마의 관객이 들었냐. 아쉽게도 90만 밖에 들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흥행 결과죠.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90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참 문제가 많은 영화네요. 

데시벨 초반 스토리는 좋았으나 

영화 데시벨

초반은 꽤 괜찮았습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다 림팩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는 한국 해군 잠수함을 보여주면서 시작됩니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해저에 있던 소음 반응 어뢰가 깨어나더니 한국 잠수함을 따라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승조원 반이 죽었습니다. 이 잠수함을 이끈 사람은 강도영 부장(김래원 분)입니다. 

강도영 부장은 한 강연에서 승조원 반이 선미에서 죽었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질문을 받습니다. 격벽이 무너져서 죽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대답을 잘 하지 못합니다. 강연장에는 힘 있는 분들이 강도영 부장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뭔가 비밀을 간직한 듯합니다. 이때 한통의 전화가 옵니다. 폭탄을 설치했다는 전화입니다. 이미 같은 잠수함 승조원인 김소령 집에 폭탄이 배달되어서 폭발을 한 상태입니다. 강도영 부장은 폭파범의 전화를 받고 앱을 설치한 후 폭파범의 2번 어뢰라고 하는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 있는 폭탄을 제거하러 출동합니다. 

영화 데시벨

재미없이 어려운 소재가 폭탄 설치와 복수극입니다. 특히 폭탄을 소재로 하면 폭탄이 언제 터질까 조마조마하기에 아주 쉽게 재미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치트키 같은 존재입니다. 이 소재를 이용해서 재미없게 만들기가 더 어렵다고 할 정도입니다. 약간의 스토리와 긴장 요소를 넣으면 되는데 영화 <데시벨>은 이게 부족합니다. 

이렇게 폭파범이 여러 곳에 폭탄을 설치함을 넘어서 강도영 부장의 아내와 딸까지 위협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하죠. 딸과 아내 모두에게 폭탄을 설치하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합니다. 정말 어려운 선택입니다. 여기까지가 이 영화 <데시벨>의 재미입니다. 이후 영화가 참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온갖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야기를 방해하는 주변 캐릭터들

영화 데시벨

SNL에서 가장 웃기는 배우인 정상훈은 이 영화에서 오대오라는 기자로 나옵니다. 경기장 폭바 협박에서 합류를 합니다. 강 대위와 오 기자는 일면식도 없습니다. 그런데 둘은 영화 내내 같이 다닙니다. 전생에 부부였나? 할 정도로 설득력 없는 관계가 계속됩니다. 나중에는 반말까지 나눕니다. 오대오 기자는 코미디를 위해서 투입한 캐릭터 같은데 웃기는 장면이 하나도 없습니다. 폭파범 잡는데 무슨 웃음이 나오겠습니까? 가장 황당한 건 자기 딸도 아닌데 강 대위의 딸을 지켜주는 모습에 뭐지 저 근본 없는 이타주의는?이라고 오히려 영화 진행에 방해가 됩니다.

영화 데시벨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차영한 과장(박병은 분)도 이상한 캐릭터입니다. 국군 방첩 사령부 같은데 초면에 반말하고 목에 힘만 주는 모습만 보여주다가 후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주인공을 돕습니다. 태세 전환 오지는 캐릭터입니다. 

일정 데시벨을 넘으면 터지는 소음 폭탄의 독특한 소재를 살리지 못하다

영화 데시벨

영화 <데시벨>은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음이 소재입니다. 소음에 반응해서 터지는 폭탄이라는 설정은 아주 신선합니다. 범인은 폭탄 전문가로 강도영과 상관들을 폭탄으로 위협합니다. 폭탄도 다양한 폭탄이 있습니다. 움직임을 감지해서 터지는 폭탄도 있고 온갖 감지센서만 달면 다양한 폭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음에만 반응하는 소음 작동 폭탄을 만듭니다. 뭐 범인은 예고편에 나온 전태성(대위이종석 분)로 같은 잠수함에 탔다가 살아남은 승조원입니다. 

영화 데시벨

제가 소음반응 폭탄을 만든다면 특정 데시벨 이상으로 소음이 10초 이상 발생하면 작동하는 폭탄을 만들겁니다. 10초라는 시간에 도달할 듯 말 듯 해야 쪼는 긴장감이 더 드니까요. 여기에 소음 발생할 때마다 조마조마함까지 더하면 긴장감은 2배로 높아질 겁니다. 그러나 감독이자 작가인 황인호 감독은 폭탄 작동 시간이 반으로 주는 방식으로 긴장을 유발합니다. 이것도 나쁘지 않긴 하지만 시간만 주는 것이 좀 단순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수영장과 놀이터라는 두곳에 폭탄을 설치하고 터지기까지의 과정이 주는 짜릿함은 아주 좋습니다. 

영화 데시벨

그러나 이해가 안 가는 폭탄도 있습니다. 후반 연리지 폭탄은 거리가 멀면 작동하고 가까우면 멈춥니다. 이런 폭탄이 세상에 있나요? 뭐 아주 정확한 위치 센서를 달면 되긴 하는데 그게 뭔 소용이 있고 무슨 메시지가 있나 할 정도로 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범인인 전태성은 말해주지 않습니다. 가족이 뭉치면 산다는 메시지 같은데 이게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도 아닙니다. 

소음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있는데 그런 영화들과 달리 소음이 소재가 되지 못합니다. 초반 경기장에서 골 넣으면 함성이 나고 그 함성으로 폭탄이 터지는 설정까지는 좋았고 앞으로 비슷한 방식으로 긴장을 유발하겠구나 했는데 이상하게 자신의 장점을 벗어 버리고 이상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후반 오대오 기자가 텀블러 형 소음 폭탄을 안고 있는 장면은 코믹스러움을 유발하려는 연출은 오히려 역효과로 다가옵니다. 누가 폭탄 들고 있는데 웃기려고 하겠어요. 코믹 캐릭터라서 폭탄을 들고 있어도 웃길 수 있다는 건가요? 무리수입니다. 

영화 스피드

폭탄을 소재로 한 가장 재미있는 영화는 <스피드>입니다. 속도가 줄면 터지는 폭탄을 버스에 달고 달리는 버스라는 설정과 <데시벨>은 비슷한 소재로 이끌어 갈 수 있었지만 영화 재미는 천지차이네요. 

숨긴 진실이 밝혀질수록 주인공에 대한 혐오감이 늘어나는 영화 <데시벨>

영화 데시벨

영화 <데시벨>은 왜 같은 잠수함 승조원인 전태성이 테러범이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좌초되고 구출되기 까지의 이 잠수함에서 일어났던 일을 보여줍니다. 림팩 훈련 후에 괴 어뢰에 추격을 받던 잠수함은 가까스로 어뢰를 피하지만 심해에 좌초가 됩니다. 여기서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이상한 면이 참 많습니다. 먼저 이런 일은 함장이 진두지휘를 해야죠. 함장은 자기 생일파티를 해주는 승조원에게 눈빛 레이저를 쏘고 들어가더니 한 번도 안 보입니다. 정말 어이없는 함장입니다. 부함장인 강도영 중령이 이 좌초 사태를 이끄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의견 충돌에 가장 큰 반항을 한 것이 전태성입니다. 

영화 데시벨

스포라서 자세히  적진 않겠지만 이 강도영의 선택에 혐오감이 느껴질 정도로 전 심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아니 피치 못한다고 해도 가장 좋은 선택지이자 정답이 있는데 너무 단순하게 결정을 하는 모습에 주인공 강도영이 빌런인가?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물론 이는 감독이 내린 정의와 제가 내린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긴 하지만 상식적으로 봐도 침몰된 선박에서 먼저 내려야 하는 사람의 순서가 있습니다. 

영화 타이타닉

타이타닉이 감동스러웠던 것은 침몰하는 배에서 부족한 선박에 노약자, 여성 우선이라는 룰을 지키는 모습이 참 감동스러웠습니다. 그게 짐승과 인간이 다른 점이죠. 약자 우선은 어떤 재난에서도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이게 또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은 미래가 많고 여성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죠. 

잠수함은 다르긴 합니다. 남자들만 있고 다 나이도 비슷합니다만 약자 우선이라는 룰을 적용할 수는 있습니다. 그럼 답이 나오죠. 그럼에도 이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영화 데시벨

진실은 외면하지 말아야죠. 진실을 숨기지 않고 이실직고 말했어야 합니다. 그게 어떠한 외압이라고 해도 양심을 속이면 안 됩니다. 그러나 주인공 강도영은 외압에 굴복합니다. 이런 주인공이 아무리 반성하고 후회한다고 주인공을 좋게 볼 수 있나요? 주인공이 빌런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물론 현실에 굴복해서 사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을 주인공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자기 안위를 위해서 진실을 숨기는데 협조하는 걸 누가 좋아하고 납득 당하겠어요. 그래서 오히려 이종석이 연기한 전태성을 더 응원하게 되지만 전태성도 그래요. 자신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하고 싶으면 이 진실을 숨기는데 압력을 가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해야죠. 왜 사이코패스처럼 행동하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그랬다면 전태성이 주인공처럼 비추어질 수는 있겠네요. 

영화 데시벨

영화 <데시벨>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부분은 전태성의 동생이 전태룡이었다는 겁니다. 이종석이 형, 얼굴천재 차은우가 친동생으로 나오는데 이게 영화 <데시벨>에서 가장 납득이 가는 부문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다 좋습니다. 이종석의 드라이한 연기도 좋고요. 하지만 시나리오와 연출이 문제네요.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가 투자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누구 하나 주인공이 매력이 없다고 지적을 하는 사람이 없었던 걸까요?

더 황당한 건 나중에 주인공 강도영 중령이 진실을 고백합니다. 그럼 세상이 뒤집혀야죠. 국방부가 진실을 은폐했다면 세상이 뒤집어지고 거짓말을 한 강도영 중령도 체포되어야 합니다. 위증도 죄입니다. 이는 사망한 유족들에 대한 사기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황당하게 끝납니다. 너무 황당해서 담지 못하겠네요. 항간에 천안함을 빗대서 만든 영화다 천안함을 비판하는 영화라고 하지만 천안함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는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잠수함을 소재로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네요. 

주인공이 너무 밉상인 좀 이상한 영화 <데시벨>이네요. 

별점 : ★★
40자 평 : 좋은 소재를 살리지 못하고 못난 주인공이라는 암초에 침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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