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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인생사진 대신 카메라를 내리고 그 순간을 즐기세요

by 썬도그 2022.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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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억나는 광고가 90년대 말에 방영된 걸로 기억되는 스피드 011 광고입니다. 
한 스님이 대나무 숲을 걷는데 갑자기 핸드폰 벨소리가 들립니다. 이에 한석규가 죄송하다는 표정을 짓으면서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멘트를 합니다. 

지금 봐도 좋은 광고입니다. 이 광고는 당시 011. 016, 019로 대표되는 이통 3사 통화 전쟁에서 승자의 여유를 보여주는 멘트이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전국에 핸드폰 기지국을 구축하고 있었도 통화가 안 되는 곳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연결이 잘 되는지 사찰 숲에서도 터지는 걸 은근히 자랑하는 광고였습니다. 

왜 갑자기 이 광고를 꺼내 들었냐면 이 사진 때문입니다. 

출처 : https://twitter.com/BenedictineKS

5월 20일 미국 프로골프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가 멋진 샷을 날리고 있습니다. 뒤에 있던 갤러리들이 모두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흔한 풍경이죠. 그런데 한 사람만이 다른 걸 들고 있습니다. 

인생샷

마크 라덱트씨는 스마트폰 대신 맥주캔을 들고 골프 황제 우즈의 멋진 샷을 카메라 디스플레이가 아닌 맨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흥미로운 사진은 전 세계에 알려줬고 마크 라텍스 씨는 맥주 맨이라는 별명이 붙으면서 유명인이 됩니다. 현재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소문은 저 캔맥주를 만든 맥주 회사에 도달했습니다. 

인생샷

맥주 회사는 광고계약까지 맺고 평생 무료 맥주를 제공받고 다음 PGA 챔피언십 티켓에 여행경비까지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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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샷만 찍지 마시고 그 시공간을 즐겨보세요. 

인생샷

리뷰나 행사장 촬영을 가끔 의뢰받다 보니 연예인이 나오는 행사장에서 촬영을 하기도 하고 행사장 전체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습니다. 이런 행사장 촬영을 하는 건 돈을 받고 하는 것이기에 그렇다고 쳐도 멋진 풍광을 보러 온 여행지에서 눈이 아닌 카메라 뷰파인더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더 많이 들여다보는 저를 가끔 발견합니다. 

그럴 때마다 현타가 오죠? 내가 사진 찍으러 여행을 왔나? 여행을 하다가 사진으로 담으러 왔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행이 메인이고 사진은 서브인데 가끔은 사진이 메인, 여행은 서브가 됩니다. 물론 잘 아시겠지만 사진으로 남겨야 남들에게 공유도 하고 보여주기도 하죠. 또한 사진이 워낙 자신을 꾸미는 도구로 인기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찍은 사진 두 번 다시 안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SNS 공유를 하긴 하지만 SNS라는 것이 타임라인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죠. 물론 타이거 우즈 같은 유명인이 앞에 있으면 영원히 보고 싶어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자체를 크게 지적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적당히 찍고 결정적인 순간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아닌 맨눈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시간과 공간을 오롯하게 느끼려면 인간의 오감을 힘껏 이용해서 기억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기록을 메모리 카드가 아닌 뇌에 해야 합니다. 뇌에 기록하면 좋은점은 내가 원할 때 그 기억을 바로 꺼낼 수 있다는 겁니다. 

인생샷

축구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뭐 경기장이 멀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찍어봐야 방송 영상 보다 못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히려 축구장, 야구장 간 분들은 사진과 동영상에 정신 팔지 않고 그 경기에 집중하고 그 현장의 분위기를 머릿속에 기억해서 옵니다. 반면 스마트폰으로 결정적 순간, 아름다운 순간을 본다면 집에서 TV로 보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럼 둘 다 하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습니다. 네 그게 쉽지 않으니까 문제입니다. 가슴에 고프로 액션캠을 달고 다니거나 눈이 본 것을 다 기록하는 시대가 아니면 눈으로 보던가 아니면 그 순간을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야 합니다. 눈이나 카메라냐 중 선택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메라를 선택하죠. 하지만 가끔은 카메라를 내려 놓고 그 순간을 눈으로 즐기는 건 어떨까 하네요. 눈으로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이 카메라보다 10배는 더 생생하니까요. 

인생 샷 대신에  인생 보기가 더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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