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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뿌둥한 날씨 같았던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썬도그 2021. 6. 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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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국에 용감하게 개봉하는 영화들은 믿는 구석이 있거나 아니면 밀려서 억지로 개봉하는 영화들이 많네요. 특히 한국 영화들은 코시국에 개봉한 영화 중에 인상 깊은 영화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남매의 여름밤>이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소리도 없이> 등등 꽤 유의미한 한국 영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영화도 꽤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서복>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지만 기사감 드는 스토리와 이해 못할 진행 등으로 혹평을 받았습니다. 

좋은 영화의 첫 조건은 스토리입니다. 아무리 연출이 안 좋고 연기가 안 좋아도 스토리가 좋으면 어느 정도 구멍을 매꿀 수 있지만 스토리가 안 좋으면 아무리 연출이 좋고 연기가 좋아도 메우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스토리가 뛰어날 필요는 없습니다. 기시감이 들어도 연출과 연기가 다르기에 좋은 영화로 만들 수 있죠. 그런데 이 영화는 스토리가 너무 엉성하고 어색하네요. 

삼수생의 첫사랑 찾기를 담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

2003년에도 휴대폰이 없던 영호(강하늘 분)는 3수생입니다. 명문대를 입학한 형과 달리 대학교 입학에 실패합니다. 이런 동생 영호를 형은 구박을 합니다. 영호와 함께 학원을 다니는 수진(강소라 분)은 붙임성이 좋아서 이런 영호에게 급작스럽게 다가갑니다. 영호는 놀라지만 수진의 그런 갑작스러운 접근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수진은 영호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호는 수진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쉽게 말해서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런 수진의 갑작스러운 접근 때문인지 어렸을 때 잃어버린 추억 하나가 뚝 굴러 떨어집니다. 

그 추억에는 지금처럼 세상의 파고 앞에서 쓰러진듯한 자신에게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을 찍어준 첫사랑이자 짝사랑인 소연(이설 분)이 있었습니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첫사랑이자 짝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도입부부터 좀처럼 이해가 안 가는 이야기가 끝까지 펼쳐집니다. 이런 로맨스 영화는 공감대가 높아야 합니다. 로맨스 영화는 하나의 장르라서 형식의 틀이 있습니다. 로맨스 영화에서 갑자기 칼을 꺼내서 살인 사건이 나면 당혹스럽겠죠. 따라서 기승전결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어떻게 변주를 하고 뻔한 스토리라고 해도 어떻게 깊은 공감대를 꺼내느냐가 영화 흥행의 성공으로 직결됩니다. 

80~90년대 갬성으로 추억팔이에는 성공하지만... 문제는 스토리

영화의 배경은 삼성의 가로본능폰이 나오던 2000년대 초반입니다. 이 시기는 아날로그 80%, 디지털 20%였던 시대로 이제 막 인터넷 문화가 꽃을 피우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영호는 휴대폰도 이제 막 마련하고 찾고 싶은 사람인 첫사랑 소연의 연락처를 알아내서 전화로 하거나 이메일로 하면 될 것을 손글씨로 쓴 편지를 보냅니다. 이런 설정은 이해는 하지만 너무 과합니다. 2000년대 초에 누가 편지를 씁니까? 

이런 설정은 또 있습니다. 2000년대 초를 배경으로 했다면 그 당시 유행했던 노래들을 삽입해서 현재의 30~40대들의 감성을 자극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80~90년대 그러니까 지금의 40대 후반 50대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그렇다고 영화 제목 듣고 부활 1집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비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노래가 나오지 않습니다. 차라리 김태원의 이야기를 각색하죠. 

대신 여행스케치의 '옛친구에게'가 주제가처럼 흐릅니다. 영화는 2000년대 초 정서를 통해서 추억팔이를 시도하고 이게 크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하지도 않습니다. 당시의 소품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활용한다고 해도 그게 전부가 되면 MSG가 너무 과해서 영화의 맛을 해칠 수 있습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여자 주인공이 누구야?

같은 3수생인 수진(강소라 분)의 갑작스러운 접근에 흠짓 놀란 영호(강하늘 분)는 갑자기 뜬금없이 첫사랑을 떠올립니다. 이유는 있습니다. 3수생이라서 하루하루가 서러운 영호에게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해 준 추억을 떠올립니다. 그 온기를 준 사람은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넘어진 영호에게 수돗가에서 손수건을 건넨 소연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습니다. 편지를 보내서 만나고 싶다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거기서 끝이죠. 그냥 수돗가에서 손수건 준 것이 전부인 말도 깊게 섞지도 않았던 초등학교 친구(?)에게 보고 싶다는 편지 이상의 감정을 느낍니다. 이게 이해가 안 갑니다. 

영호는 혹시나하고 소연이 사는 부산의 헌책방으로 편지를 보냈고 이 편지는 소연에게 전달됩니다. 소연(이설 분)은 불치병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동생인 소희(천우희 분)가 소연 인척 하며 답장을 보냅니다. 편지에는 조건을 답니다.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기 않기'

이 조건을 걸고 두 사람의 펜팔인지 뭔지 모를 만남을 이어갑니다. 이 이상한 연결은 처음부터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단짝이었거나 말이라도 많이 섞었거나 특정한 에피소드가 깊게 있었다면 모를까 수돗가에서 단지 손수건 건네 준 거 말고는 다른 반이라서 잘 알지도 못하는 소연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 가지만 소연의 답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말 너야? 반가워도 아닌 알 것 같아 식의 관계가 사랑으로 이어지기 어렵죠. 이어진다고 해도 납득이 안 갑니다. 

게다가 영화 속 출연 분량을 따지면 포스터에 나온 천우희보다 영호를 짝사랑하는 수진(강소라 분)가 더 많이 나오고 이 사랑 스토리가 더 정감이 가고 눈길이 갑니다. 수진과 함께 갑자기 바다 보러 가는 에피소드는 누구나 한 번은 있을 겁니다. 

누구에게나 첫 사랑이 있듯 누구에게나 첫 바다가 있죠. 재수생, 삼수생들의 고통과 감성은 아주 잘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뜬금없이 같이 모텔에 들어가는 것이나 여러 가지로 무리한 설정들이 눈살을 지푸리게 하네요. 그럼에도 수진의 노빠꾸 사랑 방정식은 꽤 볼만합니다. 이렇게 여자가 적극적으로 접근하는데 영호는 무슨 이유인지 수진을 거부합니다. 

보다 보면 영호의 뒤통수를 한 대 쳐주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랑 방정식에 좀 화가 나네요. 수진이 싫을 수 있습니다. 아니 싫지도 좋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 잘 정리를 하거나 철벽을 치던가 확실히 해야 하는데 그것도 없습니다. 일본 유학을 간다면서 갑자기 도서관에 찾아와서 일본 간다고 합니다. 밀땅인가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 수돗가의 소녀인 소연 때문에요? 잘 알지도 못하고 편지로만 주고받던 사이가 그렇게 애절할까요? 

게다가 서로 기억을 나눌 추억도 많지 않잖아요. 더 놀라운 건 출연 분량이 사이드킥 캐릭터인 수진이 더 많습니다. 아니 수진 차는 이야기를 1시간 이상 하는 영화를 누가 보려고 할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수진을 너무 하대하고 막대합니다. 전 오히려 강소라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 중 이 영화가 가장 보기 좋고 아름답게 나와서 놀랐습니다. 요즘 강소라가 스타병에 걸린 느낌이 있었는데 자신의 연기 스타일을 잘 알고 잘 찾은 느낌이 들 정도로 연기가 무척 차분하면서도 능숙해졌다고 느껴지네요. 

영화의 여주인공이 천우희인줄 알고 봤는데 실제로는 강소라를 발견한 영화이고 천우희가 카메오 출연 느낌일 정도로 분량도 적고 임팩트도 없고 이렇다 할 에피소드도 없습니다. 보면서 이런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할 정도로 스토리가 엉망진창이네요. 

오글거리는 대사와 경악스러운 결말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겉멋만 든 영화들이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영화는 초반에 이 이야기는 기다림의 이야기라고 말하는데 오글거려서 비라도 확 내려라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영화는 기다림의 이야기이긴 합니다. 답장도 없는 소연을 기다립니다. 소연의 동생 소희는 만날 수 있는 조건을 하나 겁니다. 

12월 31일에 비가 오면 지금은 사라진 초등학교 운동장이 있던 곳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이 말을 철석같이 믿은 영호는 10년 가까이 그 벤치에서 12월 31일 되면 하염없이 소연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겨울에 비가 올 일이 많지 않기에 만나기 어렵다는 말을 둘러댄 것 같은데 영호는 기다립니다. 그럼 영호가 이 편지의 조건처럼 소연을 찾아가지 않았냐? 그것도 아닙니다. 책방까지 찾아갑니다. 반대로 소연 동생 소희도 영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죽공방에 갑니다. 

하.. 점점 영화는 이상한 스토리로 흘러가더니 그냥 그렇게 끝납니다. 이게 끝? 뭐지 이 원태연 시 같은 영화는? 설마 원태연이 연출했나라고 검색해보니 조진모 감독이네요. 각본은 유성협으로 바둑 영화 <신의 한 수> 시리즈 각본가이기도 하네요. 유성협 작가의 필모를 보면 그런대로 좋은 영화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문학 소년이 쓴 스토리라고 할 정도로 부대끼고 오글거리는 이야기만 가득합니다. 

더 큰 충격은 쿠키 영상에서 나옵니다. 설마~ 내 예상대로인건가? 나름 숨겨 놓은 히든카드라고 꺼내 든 것이 이미 다른 영화에서 많이 써먹던 트릭입니다. 더 열이 확 오르네요. 정말 최악의 엔딩이라고 할 정도로 하지 말았어야 할 것까지 꺼내드네요. 순간 소연과 수진이 불쌍했습니다. 철저하게 이용만 당하는 두 캐릭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원격 사랑도 아니고 두 남녀가 한 번도 만나지 않고 끝나는 것도 당혹스럽기까지 하네요. 비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다만 강소라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강소라의 미모와 연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이 영화가 준 유일한 온기였습니다.

별점 : ★☆
40자 평 : 왜?가 비처럼 주룩주룩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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