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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내가 죽던 날. 공감은 높지만 재미는 흠.

by 썬도그 202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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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괘 공감대가 높아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듣지만 재미는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재미없는 이야기들의 특징은 공감대가 약해서 그건 네 이야기일 뿐이라고 공감을 느끼지 못하면 어떤 이야기가 나와도 제 3자 입장에서 듣다가 귀를 닫아 버립니다. 따라서 어떤 이야기든 재미를 끌어내려면 뛰어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액션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액션이 영화 전체를 감싸도 주인공에 대한 공감을 하지 못하면 주인공의 활극을 보면서 눈은 호강하지만 마음을 흔들지 못해서 영화관을 나오면 바로 휘발됩니다. 따라서 좋은 영화, 집중하게 하는 영화 영화관을 나와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게 하려면 주인공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좀 묘합니다. 이야기의 공감대와 주인공에 대한 공감은 꽤 높은데 재미가 없습니다. 액션이 없어서 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르 자체가 액션 영화가 아닌 드라마라면 액션이 없어도 재미 있는 영화가 꽤 많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내가 죽던 날>은 공감대는 높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미가 별로였습니다. 

내부 고발자 같은 여고생의 죽음을 쫓던 여형사. 그 여고생을 추적하다

11월 12일 개봉한 <내가 죽던 날>은 워너 브라더스가 투자한 마지막 한국 영화입니다. 워너 브라더스사는 한국에서 많은 한국 영화에 투자를 했지만 큰 성공을 보지 못했습니다. 영화 <인랑>에 투자했다가 큰 타격을 받고 코로나 사태가 터지는 등 투자 여건이 좋지 못하자 철수를 합니다. 철수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투자한 영화가 <내가 죽던 날>입니다. 

감독은 박지완 여성감독으로 2008년 <여고생이다>라는 단편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장편 영화는 첫 도전입니다. 
주연 배우는 '김혜수'와 기생충으로 더 인지도가 올라간 '이정은' 그리고 꽤 인상 깊었던 신인 배우 '노정의'로 꽤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배치되었습니다. 

<내가 죽던 날 줄거리>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복직을 앞둔 경찰 현수(김혜수 분)는 한 사건을 맡습니다. 사건은 이미 종결된 사건으로 보고서만 작성하면 됩니다. 현수가 맡은 사건은 한 여고생의 실종 사건이었습니다. 여고생 세진(노정의 분)은 밀수 범죄 사건에 연루된 아버지의 중요한 정보가 담긴 다이어리를 형사에게 넘겨줍니다. 

어떻게 보면 내부 고발일 수 있고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하는 가족이 범죄자라는 충격에 세진은 몸과 마음이 갈 곳이 없습니다. 게다가 하나 있는 오빠도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 있고 둘 사이도 좋지 못합니다. 이에 경찰은 세진을 외딴섬의 안전가옥에 보내고 보호관찰을 합니다. 그런데 이 세진이 섬에서 보내던 어느 날 유서를 남기고 해안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습니다. 실종 상태지만 살아난다고 해도 챙겨줄 가족도 없어서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못합니다. 

이 실종이지만 자살로 종결된 사건을 형사 현수가 맡습니다. 상관은 대충 마무리하고 복직하고 승진을 하라고 다독이고 마음이 피폐한 현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 외딴 섬에 찾아가서 세진이 쓰던 물건을 정리하고 섬에서 일어난 일을 물어보다가 현수는 점점 세진의 마음을 읽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경험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거나 했던 사람 그리고 앞으로 할 사람을 보면 다른 사람보다 더 정이 갑니다. 그게 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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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의 처지를 알게 된 현수는 이 실종 사건을 형사의 촉으로 깊게 살펴봅니다. 이 사건을 파보니 형준이라는 경찰이 나옵니다. 지금은 경찰복을 벗었지만 형준이 세진의 안전가옥에 계속 필요한 물건과 세진의 편의를 살펴봐주는 담당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고 형준에게 세진의 이야기를 묻습니다. 

영화 <내가 죽던 날>은 초반에는 세진의 죽음이 단순 실종이 아닌 누군가 또는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처럼 보여주면서 흥미를 끕니다. 의뭉스러운 형준의 행동이 더 심해질수록 현수의 과거도 떠오르게 됩니다. 

경찰서 내에서 부적절한 관계의 소문이 있던 현수는 그 소문으로 잠시 휴직을 하고 이혼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남편과의 관계는 끝이 났습니다. 이혼 위기의 현수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습니다. 이는 세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도 오빠도 가족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세상 속에서 살던 세진. 이런 세진을 바라보던 현수는 세진의 마음에 동화가 됩니다. 세진은 담당 경찰인 형준에게 점점 기대가 됩니다. 현수는 세진의 짐을 챙기러 섬을 들락거리면서 이 세진의 집을 관리해주던 순천댁을 알게 됩니다. 

순천댁은 농약을 먹고 죽으려고 했다가 말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순천댁도 큰 아픔이 있는 사람으로 안전가옥을 관리합니다. 현수는 이 순천댁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지만 필요한 말만 대답할 뿐 어떤 정보도 얻기 어렵습니다. 순천댁에 뭘 물어보러 들어갔다가 순천댁 집에 식물인간처럼 있는 순천댁 조카를 보게 됩니다.  부모가 버린 자식을 순천댁이 억척같은 손으로 보살피고 있습니다. 

전직 경찰 형준, 세진 안전가옥을 관리하던 순천댁. 영화는 이 두 사람을 부각하면서 세진의 실종 사건에 점점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죽던 날이라는 제목에 영화의 주제가 들어가 있다

영화 제목에 영화의 주제가 들어가 있다고 할 정도로 영화 제목이 강렬합니다. 내가 죽던 날? 그럼 내가 죽었고 그걸 하늘나라에서 회상하는 것일까? 아님 주인공이 죽었는데 회상하는 영화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리 말하지만 주인공인 현수는 죽지 않습니다. 

그럼 내가 죽던 날은 무슨 의미일까요? 여기서 내가 죽던 날의 나는 주인공 현수가 아닌 주인공 현수를 닮은 또 하나의 나 세진입니다. 세진과 현수는 처지가 참 비슷합니다. 세상에 기댈 곳이 점점 사라져 가서 삶의 끈조차도 놓고 싶어 하는 현수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서 삶을 마감하는 선택을 한 세진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세진의 죽기 전의 행동을 따라가다가 점점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안전가옥 앞에 있는 CCTV를 애처롭게 보는 모습을 CCTV 녹화분을 보면서 발견합니다. 저 눈빛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임을 그 상황을 겪고 있는 현수만이 알 수 있습니다. 현수는 점점 이 사건을 파게 되고 결국 진실을 알게 됩니다. 

전제적으로 이야기는 꽤 좋은데 재미는 별로 

엄청난 복선과 갑자기 내가 범인이야라고 하는 식의 깜짝 놀라게 하는 스토리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내가 죽던 날>은 잔잔한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그 잔잔한 드라마 속에서 묵직한 감동이 있고 메시지도 좋습니다. 배려라는 것이 어떤 것이고 어떤 배려가 옳은 배려인지도 알게 해 줍니다. 

옳음과 친절함 중에 친절함을 택하라는 영화 원더의 대사처럼 옳고 그름 싸움판에서 친절함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잘 보여줍니다. 다만 이 영화는 이 과정이 너무 잔잔하고 특별한 이야기 기교가 없습니다. 이게 이 영화의 정체성이자 약점이라면 약점입니다. 흥미를 끄는 요소들이 초반부터 끝까지 많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영화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심심합니다. 

심심해서 억지나 오버가 주는 짜증은 없지만 대신 재미도 크지 않습니다. 잔잔한 영화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비추천 잔잔하지만 공감력이 좋은 분들은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세상의 수 많은 나에게 손을 내미는 친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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