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을 휩쓴 <기생충>을 만든 감독 봉준호의 2014년 제작된 영화 <설국열차>는 인류가 초래한 빙하기에 거대한 방주 같은 설국열차에 다양한 계급과 계층이 탄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앞과 뒤가 확실한 열차를 인류의 계급으로 빗댄 뛰어난 사회 비판 영화로 전 세계에서 큰 관심과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설국열차>를 미국 TNT에서 10부작 미국 드라마로 만들었습니다. 이 미드 설국열차는 봉준호는 물론 봉준호를 발굴한 박찬욱 감독 등등의 다양한 한국 이름이 엔딩 크레디트에 등장할 정도로 한국의 입김도 많이 들어간 드라마입니다. 1화는 TNT 드라마 중 2018년에 방영한 Eaternist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기대도 많이 되지만 걱정도 많은 이 TNT표 설국열차가 5월 25일 넷플릭스에서 출발했습니다. 1,2화를 동시에 공개했는데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많네요.
주인공이 형사인 미드 <설국열차> 미드의 정형성을 벗지 못하다.
영화 <설국열차>의 배경은 2031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미드 설국열차는 2021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궁민수가 나오기 10년 전 이야기입니다. 먼저 이 드라마는 생태계 설명을 잘해야 합니다. 멸망한 지구 위를 떠다니는 방주처럼 1001칸의 열차가 자급자족하면서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이야기를 납득해야 합니다. 그러나 뭐가 급한지 미드 설국열차는 이 과정이 너무 짧게 담깁니다. 왜 이 신 빙하기가 도래했는지를 애니로 설명하긴 하는데 그 애니 전에 주인공이 살던 평범한 세계를 담고 인류가 실수로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빙하기를 만든 오류에 대한 설명과 대가를 촘촘하게 담아줬으면 했는데 마치 중간 정차역에서 내려서 국수를 말아먹고 있는데 열차 출발한다는 방송에 후루룩 들이킨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설국열차에 탑승을 합니다.
영화는 시간이 짧아서 이 디스토피아 생태계 설명을 길게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드라마인데도 영화보다 더 짧게 다룹니다. 초반은 상당히 어수선하고 영화 <설국열차>를 안 봤다면 뭔 이야기인가 했을 수 있습니다. 친절하지 못한 초반이네요.
더 암울했던 것은 CG입니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CG가 너무 엉성합니다. 특히 영하 114도 외부로 팔을 꺼내자마자 얼어 붙은 팔이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모습에 한숨이 나오네요. CG가 꽤 엉성합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실내 객실 재현은 꽤 잘 했습니다.
미드 설국열차는 초반 생태계 설명을 급하게 마무리하더니 바로 부자 놈들이 사는 앞칸으로 진격할 준비를 세우고 실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리더인 '안드레이 레이턴(다비드 디그스 분)'이 호출됩니다. 그렇게 차출된 레이턴이 앞칸으로 사라지자 꼬리칸에 탄 하층민들은 당황하게 됩니다.
응? 혼자 저렇게 앞칸으로 가면 어쩌나?하는 생각과 오~~ 영화와 다른 스토리다라고 반가움이 동시에 담겼습니다. 이야기는 이후 영화와 많이 다르게 진행됩니다.
그리고 열차의 안내방송인이자 각종 관리를 하는 집사 같은 접객팀의 멜러니(제니퍼 코넬리 분)를 만납니다. 멜러니가 꼬리칸의 레이턴을 호출한 이유는 설국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이를 해결하려면 열차 탑승객 중에 유일한 강력계 형사인 레이턴을 호출합니다. 여기서 약간의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정형성은 온갖 소재의 영화에서도 남녀 주인공이 연애질을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국 드라마의 정형성은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형사가 등장합니다. 형사라는 캐릭터는 매혹적이죠. 액션과 추리를 동시에 동반하는 캐릭터이니까요. 그러나 이런 드라마에까지 형사를 등장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래도 드라마이다 보니 10부작을 넘어서 시즌 2 제작 중이라는 이 긴 드라마를 쉽게 이끌고 집중하게 하려면 형사가 좋긴 하지만 너무 식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형사 레이턴은 살인 사건을 풀어갑니다. 1부에서는 이 형사라는 설정과 함께 전 부인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형사에 삼각관계?라는 설정에 짜증이 엄청 밀려오더군요. 다행이라면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열차 전체의 돌아다니면서 열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꼬리칸에 넘겨주려는 거룩한 마음이 보이는 2부는 그런대로 꽤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형사이고 연애까지 하는 모습은 이 드라마의 주제인 계급간 갈등을 내팽게친 것 같아서 아쉽네요.
말로는 계급 체계의 견고한 요새라고 하는 대사가 나오긴 하지만 너무 직설적이고 훈계조라서 오글거리는 것도 있습니다. 설국열차가 인류의 계급 사회를 담아서 호평을 받았다면 미드라서 그런지 너무 미국식 양념을 많이 넣은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영화와 다른 스토리 진행은 흥미롭습니다. 또한 윌포드의 존재를 1부에서 밝히는 대담함도 보입니다.
계급을 뛰어 넘는 동질감이 열차 사이의 칸막이를 여는 것일까?
1부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하고 수사의 진척이 보이면서 흥미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역시 사건이 있고 그걸 해결하는 형사의 맛이 조금씩 베어 나오네요. 그리고 꼬리칸의 하층민 형사와 3등 칸의 전직 여자 경찰의 동질감이 열차의 계급 사회를 부수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기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우리 인간 세계가 계급화가 고착화되어가고 있어도 웃고 울고 같은 것을 경험하는 동족이기에 공감대라는 유대가 있습니다. 레이턴 형사와 전직 여자 경찰이 동질감을 느끼는 장면은 영화 <설국열차>에서 느끼지 못한 색다른 재미를 주네요. 2화에는 노래도 나오는데 노래가 꽤 듣기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습니다. 다만 1부보다 2부가 속도가 붙으면서 좀 더 흥미로웠습니다. 쓸데 없는 장면들이 꽤 많은 것이 아쉽네요. 또한 영화보다 드라마가 더 잔혹한 장면이 많습니다. 앞으로 3,4화가 더 기대가 되고 주인공인 접객팀의 멜러리의 이야기가 펼쳐지면 더 흥미로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라서 그런지 영화보다 생태계가 꽤 촘촘하게 보이네요. 열차 1량이 산사태로 유리가 깨지자 복구팀이 들어가는 설정도 흥미롭네요. 3,4화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는다면 설국열차에서 뛰어내려야 할 듯 하네요. 그럼에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