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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조용하고 느린 서스펜스의 밀도가 높은 명작 영화 조디악

by 썬도그 2020.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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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화라고 하죠. 대부분의 진화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조디악>은 참 비슷한 영화이자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도 꽤 많이 보입니다. 

넷플릭스에서 2007년 제작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조디악>이 인기 영화로 떠 있길래 봤습니다. 보기 전에도 많은 분들이 명작 스릴러 영화라는 칭송이 많았지만 연쇄살인마를 다룬 영화라서 잔혹한 장면이 많을 것 같아서 안 봤는데 초반에 살인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나지만 영화 후반에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살인 장면도 잔혹한 장면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살인 장면이라서 잔혹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봉준호 감독이 최근에 나온 영화 중에 긴장감을 주는 영화 2편 중 한 편이 <조디악>이라는 소리도 있고 해서 봤습니다. 

연쇄 살인 실화를 그대로 재현한 영화 <조디악>

<조디악>은 1960~70년대에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일어난 '조디악 킬러'라는 연쇄살인 사건 수사기록을 바탕으로한 영화입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 영화의 <세븐>의 영감을 주었다고 할 정도로 미국에서 큰 사건이고 꽤 흥미로운 사건입니다. 영화는 다른 핀처 감독 영화와 영화 표현 스타일이 꽤 다릅니다. 핀처 감독은 CF 감독 출신으로 화려하고 미끈하고 유려한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추구하는데 이 영화는 담백하게 연출하고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 그런지 사실감을 듬뿍 넣습니다. 너무나 사실적이라서 실제 내가 신문사나 경찰서 옆에서 형사와 기자와 시사만화가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살인범이 보내온 편지와 암호 그리고 살인예고

영화가 시작되면 한 유부녀가 한 청년과 한적한 공터에서 데이트를 즐기다가 여자를 아는 듯한 경찰이 다가오더니 총을 쏘면서 시작됩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범죄 영화와 다를 것이 없지만 이 범인이 과시욕이 콸콸 넘치는 인간입니다. 신문사에 자신이 조디악이며 경찰만 아는 정보를 적어서 자신이 범인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암호문을 신문 1면에 싣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합니다. 

살인 협박이라는 핑계도 있겠다 신문사는 1면은 너무 협조하는 것 같아서 4면에 조디악 킬러의 암호문을 싣습니다. 이때부터 영화 <조디악>은 몰입감을 더 키웁니다. 살인마가 나 잡아봐라! 힌트는 암호!라는 말에 미국인들이 달라붙어서 이 퀴즈 풀기를 합니다. 여기에는 협박 편지를 받은 신문사 시사 만화가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마찬가지로 조디악 킬러는 피해자들이 탄 차량 문에 자신의 저지른 일이라고 범행을 적어 놓습니다. 이후에 또 다시 택시 기사를 살해한 범인이 일어나고 자신의 저지른 살인을 자랑하듯이 피해자인 운전기사 셔츠를 일부 잘라서 신문사에 보냅니다. 

경찰은 조디악 킬러에 농락을 당하고 있지만 용의자를 좁히지도 못했습니다. 목격자가 있지만 어린 아이들이고 어두워서 특정 얼굴로 추출하지 못합니다. 경찰은 살인 패턴을 분석하지만 살해 장소 범위도 넓고 패턴도 명확하지 않아서 안절부절못합니다. 오히려 시사만화가인 그레이스미스가 암호를 풀고 추리를 더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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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 킬러를 쫓는 3명의 사람

조디악을 쫓는 사람이 3명 등장합니다. 토스키 형사(마크 러팔로 분)과 신문사 기자인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과 같은 신문사 시사 만화가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입니다. 

토스키 형사는 이 영악한 조디악의 용의자를 찾기 위해서 그가 보낸 필체와 지문에 집중합니다. 용의 선상에 오른 사람들의 필체를 감정하니 모두 편지 필체와 다릅니다. 보통 영화들은 쓸데없는 용의자는 다 잘라버리지만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정밀하게 묘사하고 싶은지 의심스러운 용의자와 수사 과정까지 다 담습니다. 

신문사 경력기자인 폴은 조디악 킬러에 대한 기사를 쓰고 추축을 하면서 조디악 킬러의 신경을 거슬리게 합니다. 그렇게 눈독이 든 폴에게 조디악 킬러는 살인 협박성 편지를 보냅니다. 누구보다 조디악 킬러를 잡고 싶었던 폴에게 제보 전화도 많이 오고 여러모로 잡기 위해서 노력을 하지만 과욕이 형사들의 수사를 방해만 합니다. 그럼에도 어떤 기자보다 열정적으로 조디악 킬러를 파고듭니다. 

영화 <조디악>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조디악 킬러와 가장 연관이 없는 평범한 시사만화가 그레이스미스입니다. 그레이스미스는 사건 초기에는 범인이 보내온 편지를 읽는 신문사 회의실에서 쫓겨나는 하찮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오래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이 사건을 가장 오래 파고 파다 보니 가장 깊게 알게 됩니다. 

게다가 머리도 좋아서 조디악의 암호를 풀고 범인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냅니다. 이를 토스키 형사에게 말하고 토스키는 껄끄러워하면서 뒤로 몰래몰래 만나봐야 할 사람들을 알려줘서 민간 수사관 같은 그레이스미스를 도와줍니다. 

느슨하고 조용하지만 밀도 높은 스릴러 영화 <조디악>

<조디악>은 독특한 영화입니다. 이런 연쇄살인범을 담은 영화는 폭력이 난무하고 긴장감과 스릴이 끊임 없이 이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살인의 추억>입니다. 그러나 <조디악>은 초반의 연쇄 살인이 일어날 때는 꽤 폭력적이고 긴장감이 끌어 오르지만 용의자를 추출하지 못하고 조디악 킬러가 편지나 다른 살인을 보내지 않으면 축 쳐집니다. 이러다 보니 마치 정체 구간을 지나는 자동차처럼 긴장감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졸리다가 집중해서 보다가 졸리다가 집중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재미는 있는데 졸리운 영화라고 할까요? 그래서 초반을 지나서 중반에 졸다가 영화 보기를 포기한 분들도 많고 저도 중간에 한 번 끊어서 봤습니다. 그러나 중 후반에 시사 만화가  그레이스미스가 이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적하면서 사건의 실체에 홀로 접근하는 과정의 긴장감은 거대한 돌덩이가 되어서 밀려옵니다. 

스릴의 강약을 아주 잘 조율해서 후반의 스릴은 찐덕이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묵직한 맛을 느끼게 하는 영화로 이래서 이 영화가 명작 반열에 올랐구나를 알 수 있습니다. 영화 전체가 하나의 사건 수사일지를 들쳐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담백하면서도 긴장감과 공포는 서서히 이륙하는 비행기처럼 담고 있습니다. 

왜? 시사만화가는 포기하지 않았을까?

3명이 조디악 킬러를 쫓다가 2명이 포기하고 1명인 시사 만화가만 쫓습니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가장 조디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그게 일인 형사와 기자는 포기하고 시사만화가는 계속 쫓을까요? 이는 일과 취미의 차이 같습니다. 

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열정이 없어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토스키 형사와 폴 기자가 열정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명령에 따라야 하는 프로입니다. 이러다 보니 더 캐고 싶어도 위에서 수사 종료를 지시하거나 좌천시키면 더 할 수 없습니다. 폴 기자는 열정은 있었지만 자기 성질 못 이기고 포기를 합니다. 

그러나 그레이스미스는 조디악 킬러를 쫓는 것이 일이 아닙니다. 일이 아닌 것은 누가 그만둬라 해라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형사가 뒤로 도와줄 정도로 수사를 혼자 계속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는 조디악 킬러가 동기 없는 살인을 하다 보니 수사가 헛다리를 집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그레이스미스의 아내는 그런 그에게 가정이 중요해 조디악이 중요하냐고 비난을 하지만 그레이스미스는 범인을 잡기보다는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계속 혼자 범인을 찾습니다.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조디악 그러나 다른 점도 많다

소재가 비슷하거나 같다고 <조디악>의 비슷한 영화로 <살인의 추억>을 거론합니다. 실제로 핀치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보고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대사 중에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또한, 둘 다 미제 사건으로 끝나는 것도 비슷합니다. 또한, 범인을 쫓다가 증거 앞에서 허물어지며 제발 범인이라고 말해달라고 터지는 울음 같은 것도 비슷하게 담깁니다. 

그러나 연출 스타일은 다릅니다. <살인의 추억>은 시종일관 살인 사건이 계속 터지고 블랙 코미디도 곳곳에서 터집니다. 웃음과 살벌함이 반복되어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조디악>은 장르 파괴는 하지 않고 스릴러의 긴장감만 가득 담습니다. 그 긴장감이 끊어 오르다가 식었다가 끓어 오르다가 식는 담금질을 하고 그 담금질이 후반에 묵직한 긴장감이 되어서 돌아옵니다. 

또 다른 점은 영화 <조디악>은 <살인의 추억>과 달리 가장 강력한 용의자를 보여주면서 끝납니다. <살인의 추억>이 범인이 보길 원하면서 만든 영화라면 <조디악>은 수사 기록을 영화로 만든 담백하면서 묵직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옆에서 같이 수사를 하는 느낌까지 주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 강력 추천은 못하지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2시간 30분 동안 함께 수사하는 느끼을 주는 명작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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