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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분노 바이러스가 일으킨 인간 바이러스를 담은 영화 28일 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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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바이러스가 일으킨 인간 바이러스를 담은 영화 28일 후

썬도그 2020. 3. 26. 10:53

좀비라는 단어는 80년대 영화에도 꽤 있었습니다. 다만 좀비들은 강시처럼 손을 앞으로 하고 느리게 걷는 존재였습니다. 흉측한 몰골을 하고 쪽수로 밀어붙이는 좀비 영화들은 흉측한 모습이 공포감을 자아냈지만 속도가 느려서 혐오스러울 뿐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좀비가 뛰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영화 <부산행>에서 뛰어오는 좀비에 놀랏던 것도 <월드 워 Z>에서 담벼락을 넘으려는 좀비에 놀란 것도 바로 속도입니다. 뛰어오는 속도만큼 영화 속 주인공과 사람들은 공포에 휩쌓였습니다. 그런데 이 좀비가 뛰기 시작한 최초의 영화는 무엇일까요? 

아마 이 영화가 아니였을까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연출한 영국의 '대니 보일' 감독이 2002년에 연출한 영화 <28일 후...>가 아닐까 합니다. 이 영화에서 좀비는 뛰어다닙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지금까지 보질 못했네요. 가끔 텅 빈 영국 런던을 담은 클립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지만 전체를 본 것은 어제가 처음이네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관련 영화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좀비물들이 전염병의 양태를 잘 담고 있습니다. 특히 좀비가 사람을 물어서 같은 좀비로 만드는 건 마치 전염병 확진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병을 전파하는 모습을 시각화한 것과 동일합니다.  다만 이걸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좀비물들은 이 좀비라는 전염병이 불러오는 인간 사회 파과 현상을 담지 않고 영웅담만 담지만 이 좀비를 통해서 인간 세상의 흉측함과 좀비보다 더 추악한 인간성 말살의 시대를 고발하는 영화로 담습니다. 

영화 <28일 후...>는 어떤 영화일지 궁금해서 넷플릭스에서 찾아서 봤습니다. 

교통사고후 깨어나 보니 사람이 사라진 런던

연구소에서 실험 중인 원숭이들을 해방시키려는 과격한 동물 보호단체가 영국의 한 연구소를 습격합니다. 이들은 실험실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연구소를 습격한 후 원숭이들을 탈출시킵니다. 이에 한 연구원이 원숭이들 중에 분노 바이러스에 걸려 있는 원숭이들이 있으니 제발 원숭이들을 풀어주지 말라고 간곡히 애원을 합니다만 동물 보호 단체는 원숭이를 풀어주다가 분노 바이러스 원숭이에게 물립니다. 

퀵 서비스 배달일을 하던 짐(킬리언 머피 분)은 수술실에서 깨어납니다. 아무도 없는 병원에서 수술복으로 갈아 입은 짐은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지만 아무도 없는 모습에 크게 놀랍니다.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한 성당에 들어갑니다. 거기서 흉측한 얼굴을 한 신부를 만나게 되고 짐은 도망칩니다. 

밤이 되자 좀비들이 짐을 따라오게 되고 이때 셀레나(나오미 해리스 분)과 마크(노아 헌틀리 분)가 좀비를 막아주며 짐을 구합니다. 짐은 이 상황에 어리둥절합니다. 이에 셀레나나 마크는 분노 바이러스가 창궐해서 사람들이 런던을 탈출했다고 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몇 되지 않는다면서 분노 바이러스가 피를 통해서 전염이 되기에 좀비에게 물리면 20초 안에 죽여야 한다고 합니다. 

짐은 부모님이 사는 자기 집으로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곳에는 죽은 부모님이 있었고 그 짐의 집에서 하루밤을 지냅니다. 그러나 옆집에 살던 이웃이 좀비로 변해서 이들 3명을 공격하고 마크가 물립니다. 이에 셀레나가 그 자리에서 마크를 죽입니다. 좀비물의 특징이 사랑하던 사람이 감염자가 되면 죽여야 하는 삭막함이 있습니다. 마치 이웃에 바이러스 확진자가 있으면 도망가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좀비를 피해서 밤거리를 쏘다니던 짐과 셀레나는 건물 외벽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깜박이는 곳에 갑니다. 이곳에서는 프랭크와 해나가 살고 있었습니다. 두 부녀는 좀비를 피해서 겨우 겨우 버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4명은 공동운명체가 됩니다. 

아포칼립스 시대의 살풍경에도 한 줄기 희망의 목소리가 라디오 전파를 타고 흐릅니다. 라디오에서는 맨체스터 외곽에 군부대가 있는데 여기에 이 바이러스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고 쉼터도 있으니 이곳으로 오라는 녹음 방송이 하루 종일 방송됩니다. 

이에 이미 군인들이 모두 죽었을 수으니 여기 있자는 의견과 여기 있어봐야 굶어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가보자는 의견이 맞서다 4명은 차를 몰고 맨체스터로 향합니다. 

군인들에 구출되지만 그러나 (스포일러가 있어요)

여기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안 보신 분들 중에 보실 분들은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세요.  

그렇게 도착한 맨체스터는 초토화가 되었습니다. 군인들조차 죽어버린 것 같자 4명은 분열합니다. 특히 해나의 아버지인 프랭크는 분노에 휩싸이다가 죽은 시체의 피가 눈에 들어갑니다. 딸에게 저리 떨어져 있으라면서 좀비가 되어갑니다. 셀레나는 짐에게 방망이로 쳐서 죽여야 한다고 하지만 머뭇거릴 때 군인들이 프랭크를 총으로 쏴서 죽입니다.  그렇게 헨리 소령이 이끄는 영국군 부대가 머무는 쉘터에 도착합니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쉬나 했는데 분위기가 좀 이상합니다. 마당에는 감염된 영국 병사가 목줄에 묶여 있습니다. 헨리 소령은 치료제는 없지만 적어도 좀비들도 배고프면 죽을 것이라면서 언제까지 생존하나 관찰하고 있습니다. 밤에 좀비들이 쉘터에 쳐들어오자 군인들은 신나게 총을 쏘면서 이 좀비들을 죽입니다. 

그리고 본색을 드러냅니다. 군인들은 영국이 봉쇄되었다면서 영국만 이 좀비 월드가 되었지 다른 나라들은 일상 생활을 하고 있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어차피 여기 남아서 굶어 죽느니 방송으로 생존자들을 꼬시고 그중에 여자가 있으면 성노리개로 삼을 생각이었습니다. N번방 같은 본색을 드러낸 헨리 소령. 쓸모가 없는 짐은 외진 곳에서 사형을 당할 처지에 놓이지만 사형 직전에 탈출해서 복수를 하기 시작합니다. 

좀비가 지배한 세상 좀비보다 더 흉측한 인간들이 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현상이 혐오와 광기입니다. 특히 혐오는 필연적이라고 할 만큼 자연스럽게 같이 나옵니다. 혐오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닙니다. 인기 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라는 소설에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절도를 하다가 우발적으로 할머니를 살해한 형을 둔 나오키는 세간의 눈치로 인해 학교를 자퇴하고 이곳저곳 직장을 다니지만 살해범 형을 둔 것을 사람들이 알면 나오키를 피합니다. 이렇게 나오키는 자신을 잘못을 안 했는데 세간의 따가운 시선으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마치 지금의 확진자나 확진자 가족에게 보내는 시선과 비슷합니다. 이런 고통을 받고 있던 나오키에게 나오키를 고용한 사장은 이런 말ㅇ르 합니다. 이 봉투 안에 있는 센베이중에 독이 있는 센베이가 있었는데 그 센베이를 골라서 버렸어. 그런데 이 선베이를 너라면 먹고 싶을까? 사장은 이건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안전 욕구라고 설명해 줍니다. 

우리가 확진자나 특정 국가나 인종에 가지는 혐오는 그 자체로는 안전 욕구에서 나오기에 악의가 있다고는 할 수 없고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문제는 모든 것을 특정 국가의 문제 무조건 싸잡아서 비난하고 그 강도가 너무 심한 사람들이 바로 영화 <28일 후...>의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분노에 차서 모든 것을 물어뜯으려는 사람들과 동일합니다. 

그럼에도 이 하수상한 세상에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고 죽더라도 인간으로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 짐이 그렇습니다. 셀레나는 현실주의자라서 방금까지 같이 있던 마크도 감염이 확실하다고 판단되자 가차 없이 죽여 버립니다. 그렇게 해야 내가 살 수 있으니까요. 

짐은 이런 살벌한 세상을 이해하면서도 인간성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어린 좀비도 야구 방망이로 때립니다. 짐도 점점 변해가는 것일까요? 그러나 영화 속 짐은 끝까지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짐에게 셀레나도 동화됩니다. 그러나 공포에 휩싸여서 이성을 상실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감독 '대니 보일'은 이성의 도시이자 산업혁명의 도시였던 런던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하는 분노가 가득한 아포칼립스를 담습니다. 이런 희망 없는 세상에서도 선한 의지를 유지하는 짐을 통해서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짐이 하늘을 지나가는 여객기를 보는 장면이 마치 치료제 같다는 느낌까지 들더군요. 지금의 코로나 19도 여객기 같은 치료제가 나올까요?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릅니다. 다만 이 사태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태를 돌아볼 때 우리가 행했던 부끄러운 행동들을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바이러스의 공포를 분노를 지닌 좀비로 형상화한 영화 <28일 후...>는 좀비 자체로는 큰 이목을 끌지는 못합니다. 좀비도 많이 나오지 않고요. 다만 바이러스가 창궐해서 텅빈 런던의 모습과 좀비보다 더 추악한 인간이 된 사람들을 고발한 영화입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 다 가지지만 그렇다고 분노 가득한 좀비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왜 28일이냐고요? 대니 보일 감독은 28일이 여성의 배란 주기라서 28일이라고 했다네요. 새로운 생명, 새로운 세상이 태어나는 그 시간입니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그 시간이 14일입니다. 2주간 격리를 통해서 이 코로나 19 사태를 막아내고 있습니다.

별점 : ★★☆

40자 평 : 좀비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의 광기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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