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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1억 4천만원짜리 먹방, 예술을 조롱하다

썬도그 2019. 12. 12. 01:23

먹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먹방은 내가 본 올해의 최고의 먹방이었습니다. 이 먹방은 누구도 이길 수 없습니다. 누가 30초 만에 1억 4천만 원짜리 음식을 먹을 수 있겠습니다.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

이 1억 4천만원짜리 바나나를 먹는 장면을 보면서 풉하고 웃어 버렸습니다. 얼마 전에 덕트 테이프에 바나나를 붙여 놓고 1억 4천만 원짜리라는 소리에 또 하나의 현대 미술의 농간이 떠올랐습니다.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 작품을 많이 보러 다니고 관련 책도 많이 보지만 가끔은 현대 미술 가격 놀음에 웃음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리는 작품들을 보면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고 웃어 버립니다. 실제로 이 터무니 없어 보이는 고가에 거래되는 미술품들은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구매하는 제품이 아닌 대부분은 콜렉터가 값을 지불 하기에 우리가 가격 가지고 왈가왈부할 이유는 크게 없습니다. 다만 멀리서 보면 코미디 같아 보입니다. 

1억 4천만원 짜리 작품 코미디언을 먹는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

제가 이 바나나를 먹는 장면을 보고 웃었던 건 이 '코미디언'이라는 벽에 덕트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를 붙인 예술가가 자신이 직접 먹는 장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코미디언'이라는 작품을 만든 작가는 이탈리아 작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이고 저걸 먹는 사람은 뉴욕에서 활동 중인 행위 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로 다른 사람이네요.

만약 같은 예술가 였다면 제2의 뱅크시 사건이 될 뻔했습니다. 

뱅크시는 작년에 자신의 그림을 소더비 경매장에서 15억에 낙찰되자 액자 속에 숨겨져 있는 종이 파쇄기를 리모컨으로 작동시켜서 그림을 파쇄했습니다. 아쉽게도 반만 파쇄되었고 그 반만 파쇄된 상태로 전시를 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이루어졌습니다. 오히려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이벤트화 되어서 가격이 더 올랐다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1억 4천만원 짜리 바나나를 먹은 '데이비드 다투나'씨는 조용히 누군가에게 불려 갔습니다. 1억 4천만 원을 물어냈을까요? 아닙니다. 이 1억 4천만 원짜리 바나나를 소개한 페로탕이라는 갤러리를 이끄는 갤러리스트 '에마뉘엘 페로탕'은 어차피 섞을 바나나라서 새로운 바나나로 대체하면 된다면서 바로 다른 바나나를 붙였습니다

갤러리스트가 아주 쿨해 보이죠! 그런데 전 이 모습이 현대미술이 얼마나 세상과 동떨어져서 나아가는 지를 잘 보여줘서 한편의 코미디를 본 것 같네요. 

여기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 벽에 덕트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가 왜 1억 4천만원 일까요?

예술품 가격은 누가 매기는 걸까?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대부분의 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공산품입니다. 기술 발전과 함께 대량 생산을 하면 할수록 가격이 저렴해집니다. 그러나 미술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술품과 공산품의 가장 큰 차이는 희소성입니다. 

예술품 중에 그림보다 사진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유는 그림은 이 세상에 딱 하나만 있다는 유일성이 성립됩니다. 유일하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사진은 프린터만 돌리면 똑같이 복제를 할 수 있습니다. 희소성이 떨어지기에 사진은 기본적으로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진 프린트 장수를 제한하는 한정판 개념을 도입해서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예술 사진일까요? 아니면 기록물일까요? 아니면 아무것도 아닐까요? 위 사진은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전 이걸 예술 사진이라고 살짝 생각하지만 제가 예술이라고 판단한다고 이게 예술 사진이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럼 세상 사람이 예술이라고 다수가 인정하면 예술이 될까요?

아닙니다. 이 사진이 예술로 평가받으려면 미술 제도권 안에 있는 예술 권력자들이 인정해줘야 합니다. 이 권력자는 미술관장, 갤러리 관장, 미술평론가,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같은 권위자들이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몇 년 전에 한 예술 관련 강의를 듣다가 어떤 사진을 예술로 평가하는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 화이트 큐브 권력자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이 권력자는 위에서 거론한 미술관장, 갤러리 관장, 미술평론가,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같은 권위자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예술로 판정할 때 그 그림이 그 사진이 그 조형물이 예술로 분류가 되고 가격이 오릅니다. 

미술 작품의 가격을 매기는 건 여러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작가의 명성과 그 작가의 작품 중에 어느 정도의 포지션에 있는지도 중요하고 대중적 인기도 중요하지만 작품의 예술성을 평가하는 미술 평론가와 유통의 파워가 있는 갤러리 관장, 미술관장, 큐레이터 등의 평가도 중요합니다. 여기에 작품의 희소성과 함께 작가가 사망하거나 은퇴를 하면 희소성은 더 올라가서 가격도 크게 오르게 됩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1억 4천만원 짜리 작품 코미디언

그럼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의 1억 4천만 원이라는 가격은 누가 매겼을까요? 페로탕 갤러리를 운영하는 갤러리스트인 '에마뉘엘 페로탕'과 작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매긴 가격입니다. 페로탕은 '세계 무역을 상징하고, 유머 소재로도 많이 사용하는 바나나가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1억 4천만 원의 가격을 매겼습니다. 

이걸 누가 사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샀습니다. 그것도 이미 2개는 팔렸고 나머지 1개는 150,000달러(한화 약 1,800만 원)로 올렸습니다. 그런데 2개 중 1개를 행위예술가가 꿀꺽했습니다. 이렇게 고가의 돈을 내고 사는 사람들을 콜렉터라고 합니다. 

우리는 그냥 바나나로 보이지만 콜렉터에게는 가치가 있는 바나나로 보입니다. 그래서 고액을 주고 미술품을 삽니다. 여기에 투자 개념도 있어서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더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다는 희망도 살짝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행위 예술가가 먹어 버립니다. 보통 제품이나 작품을 훼손하면 너! 고소를 외치면서 경찰을 불러야 합니다만 갤러리스트인 '에마뉘엘 페로탕'는 이 '코미디언'은 바나나가 작품이 아니고 개념이 작품이라면서 다른 바나나로 교체를 하고 마무리를 합니다. 

뭔 개념이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미술은 작품 결과물과 함께 아이디어에도 고가의 가치를 매깁니다. 

예술은 개념이다!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예술가 '제프 쿤스'는 풍선개를 2014년에 5840만 달러(한화 약 700억 원)에 판매를 합니다. 최근에는 토끼라는 작품을 현존 작가 최고 금액인 1086억 원에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판매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제프 쿤스'는 흥미로운 작가입니다. 저 풍선개를 '제프 쿤스'가 직접 만들었을까요? '제프 쿤스'같은 거물은 직접 안 만듭니다. 다 어시스턴트라는 테크니션들이 만듭니다. '제프 쿤스'는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실현은 어시스턴트들이 합니다. 

요즘 현대 미술은 테크니션만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아이디어 제공자인 기획자도 예술가로 인정하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그 작품의 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어시스턴트 아이디어까지 자기 걸로 만든다는 소리도 있더군요. 흥미롭죠. '제프 쿤스'의 예술 작품 만드는 과정을 보면 공산품과 비슷해 보입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품을 설계해서 공장에 보내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습과 비슷하네요.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도 어시스턴트가 만든 것이 많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대 미술은 일반인들이 보면 코미디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조영남이 자기 대신 그림을 그리는 대작 작가를 고용해서 그림을 그린 것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영남을 비난했고 검찰운 조영남을 사기 혐의로 기소를 했습니다. 

마르셀 뒤샹의 샘, 1917년

현대 미술의 시작을 1917년으로 하는 분들이 많은 이유가 이 마르셀 뒤샹의 샘 때문입니다. 뒤샹은 근처 철물점에서 소변기를 사서 가짜 이름을 써서 전시회에 제출을 했습니다. 소변기와 다른 점은 소변기는 보통 물구멍이 바닥으로 향하는데 이걸 90도로 돌려놓았을 뿐입니다. 

황당한가요? 철물점에서 산 소변기를 작품이라고 한다고 작품이 되나요? 네 됩니다! 그게 현대 개념 미술입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됩니다. 저 변기가 박살 나도 상관없습니다. 저 아이디어는 파괴되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뒤샹이 1917년 전시회에 출품한 샘이라는 작품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원본이 사라졌지만 전 세계에서 샘이 전시되는 이유는 복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동일한 소변기를 사서 저 서명만 넣으면 그게 샘입니다.

웃긴가요? 그게 현대 미술이 작품 자체에서 가치를 찾는 것이 아닌 개념(아이디어)에서 찾는 개념이 중요한 개념 미술이기 때문입니다. 

바나나는 먹어도 덕트 테이프에 바나나를 붙인 개념은 파괴되지 않고 샘처럼 근처 식료품점에서 사서 붙이면 됩니다. 이게 현대의 개념 미술입니다. 미술 애호가가 아니거나 이쪽 생태계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코미디로 보일 겁니다. 그래서 저 바나나 작품 이름이 '코미디언'인가 봅니다. 작명 센스는 예술이네요. 

그렇데 덕트 테이프에 붙인 바나나가 1억 4천만원인것도 예술이고 그걸 먹는 행동도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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