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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노가리를 1천원에 파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

by 썬도그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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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에 시원한 생맥주 한 잔 하면 하루의 피곤이 싹 풀립니다. 이 생맥주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을지로 노가리 골목입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유명세는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매년 5월에 노가리 골목은 노가리 + 맥주인 노맥 축제를 합니다. 이틀간 열리는 노맥 축제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죠. 그런데 축제가 아니더라도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매일 만선을 이룰 정도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지도 앱이나 지도 서비스에서 만선호프나 '을지로 노가리골목'이라고 치면 바로 나옵니다. 위치는 을지로 3가역 3번 출구에서 1분만 걸어가면 됩니다.  


작년 여름에 잠깐 지나가 봤는데 엄청난 인파에 깜짝 놀랐네요.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 가판대에서 많이 이용하는 간이 식탁과 의자에 앉아서 맥주와 노가리를 먹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거 불법 영업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네 맞아요. 불법입니다. 

원래 도로에 식탁과 의자를 놓고 장사를 하면 안 됩니다. 안 되는데 이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퇴근 시간 후에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 이렇게 간이 식탁과 의자를 놓고 장사를 합니다. 많은 민원이 들어오고 주변 호프집에서 불법 영업을 한다고 신고를 해서 불평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노가리 골목이 아예 상품화 되고 인기가 높자 구청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허락을 해줬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록 불법이라고 해도 워낙 저렴한 가격에 생맥주와 노가리를 먹을 수 있어서 많이들 찾습니다. 작년에 지나가면서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서 길바닥 같은 분위기에서 맥주를 먹으면 맛이 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에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대학생 여조카와 함께 시내 구경을 하고 전시회를 관람한 후에 하루를 마무리 하기 위해서 을지로 노가리 골목으로 향했습니다. 종로 2가 버스역에서 내려서 10분 걸어가니 바로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나왔습니다. 을지로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을지로에는 수 많은 상점들이 많습니다. 조명가게, 철공소, 인쇄소, 각종 도소매업을 하는 상가들이 많습니다. 한 블럭만 이동하면 한화 빌딩과 명동의 거대한 건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을지로는 21세기와 20세기가 공존하는 느낌입니다. 

2개의 이미지를 단 5분 만에 볼 수 있으니까요. 을지로 대로변에는 큰 빌딩이 있지만 세운상가 밸트 주변은 여전히 50~70년데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많습니다. 이 낡은 건물이 주는 매력은 낮은 임대료입니다. 대신 을지로라서 접근성이 무척 좋습니다. 이 2개의 이미지 때문에 최근 이색 카페, 특색 있는 음식점, 오래된 음식점인 노포들이 가득합니다. 전 이 을지로를 하나의 관광상품화 해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트로 열풍과 함께 을지로는 뜻하지 않게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을지로를 서울시가 개발하려고 하고 있고 개발 중에 있습니다. 물론 오래되고 건물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낡은 건물들은 안전상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명박 전 시장처럼 전면 철거 후 고층빌딩 올리는 개발은 지양해야 하는데 시장이 바뀌어도 도시 개발 문제는 쉽게 변하지 않네요.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10여개의 다양한 호프집이 하나의 군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어딜 갈까 하다가 그래도 가장 유명한 만선 호프로 갔다가 바로 돌아 나왔습니다. 오후 7시였는데 꽉찼더라고요. 날도 선선하고 습도도 낮아서 맥주 먹기 딱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 거립니다. 

감자국 순대국, 접시 순대파는 동원집은 맛집인지 엄청나게 줄을 섰더군요. 1987년부터 장사를 했다면 맛은 정평이 나있겠네요. 

만선호프는 만선이라서 앉지 못하고 도로변에 있는 수표교 호프에 앉았습니다. 수표교 호프는 내부가 꽤 컸는데 내부 보다는 날도 좋은데 밖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가격표를 보고 놀랬습니다. 

노가리 1천원 실화인가? 쥐포도 2천원? 노가리는 일반 호프집에서 먹는 작고 말라 비틀어진 노가리가  떠올랐습니다. 조금만 더 작으면 큰 멸치 크기인 그 노가리요. 

크기를 물어보니 꽤 크다고 합니다. 커봐야 얼마나 크겠어?라고 별 기대도 안 하고 싸니까 노가리 골목이니까 하나 시켰습니다. 다른 안주들도 싼데 워낙 노가리가 저렴하네요. 생맥은 500ml에 3,500원입니다. 


생맥주가 오길 기다리는데 바로 기본 안주가 나옵니다. 뻥튀기와 닭봉 스낵 짱구가 담겨져 나왔습니다. 

1천원짜리 노가리가 나왔습니다. 헐~~~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이거 내가 알던 그 노가리가 아닙니다. 그냥 황태인데 좀 작은 크기 같네요. 쭉쭉 찢어보니 양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서 조카에게 손을 내밀라고 했습니다. 손바닥보다 더 큽니다. 

고추장이 나오는데 소스는 별로 맛이 없어서 마요네즈를 달라고 했더니 마요네즈도 주네요. 


이렇게 노가리 2마리를 놓고 노가리를 풀었습니다. 한 2시간 동안 맥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맛 좋은 술은 좋은 사람과 마시는 술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인테리어 좋은 술집? 분위기 좋은 술집? 그것보다 이런 누추한 시설에 먹어도 좋은 사람과 먹는 술이 가장 맛이 좋아요. 

생맥주 4잔을 먹었는데 2천원 짜리 노가리 안주가 넉넉하게 받쳐주네요. 안주 2천원에 생맥주 4잔으로 2만원도 안 되는 술값이 나왔네요. 이러니 사람들이 몰리죠. 보통 3~4만원 이상 나오거든요. 그런데 2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술자리를 해결했습니다. 

산산조각이 난 노가리를 뒤로하고 


술잔을 급하게 비웠습니다. 조카가 먼데 살아서 빨리 보내줘야했거든요. 

다음에 또 가고 싶네요. 가격이 너무나 저렴합니다. 생맥주 많이 먹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하는 을지로 노가리 호프집입니다. 어딜 들어가나 노가리 가격은 1천원일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른 안주 시키는 것보다 노가리가 가장 좋더라고요. 크기도 크고 가격도 저렴하고요. 노가리만 따로 구매할 수 있으면 더 좋겠는데 아무래도 노가리는 원가 이하이고 맥주에서 수익을 내는 듯 합니다. 자주 찾아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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