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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여경에 대한 불신은 치안에 대한 불신이지 여성에 대한 불신이 아니다

by 썬도그 2019.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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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비건설적인 논란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여자와 남자로 나뉘어서 싸움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남녀 성 설전은 뻔한 내용입니다. 남자는 우리는 군대에 가지만 니들은 뭐하냐? 여자는 애 낳는다라고 맞받아칩니다. 지금 돌아보면 참 유치한 설전이었죠.

여자와 남자는 신체도 다르고 사고 방식도 다릅니다. 그래서 금성에서 온 남자 화성에서 온 여자라고 하잖아요. 신체적 조건의 다름과 사고방식이 다름을 서로 인정하면 싸울 일이 없습니다. 멍멍이에게 야옹이가 넌 왜 멍멍하고 짖냐고 질문하는 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SNS 맥락파괴+경찰의 무능한대응+팩트왜곡의 언론이 만든 대림동 여경논란

<무전을 하는 여자경찰/작성자: LightField Studios/셔터스톡>

최근 가장 핫한 이슈는 대림동 여경 논란입니다. 내용은 뉴스에서 노래를 불러서 잘 아실 겁니다. 대림동에서 노인 취객 2명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남,녀 경찰이 출동합니다. 요즘 여경이 많이 늘어서 인지 현장 출동 경찰도 여자 경찰이 많습니다. 사실 우리가 인식하는 경찰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강도나 폭력배를 한 방에 제압하고 수갑을 채우는 용감무쌍한 경찰로 인식을 합니다.

그러나 여자 경찰에 대한 이미지는 용감무쌍함과 좀 거리가 있죠. 아무래도 여자이기 때문에 남성 폭력배나 강도를 한 방에 제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내 눈으로 여경이 얼마나 현장에서 폭력배나 강도를 잘 제압하는 본 적이 없습니다. 남자 경찰도 현장에서 범인 제압하는 모습도 보기 쉽지 않지만 가끔 발생하는 주취자를 제압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고 강남 교보빌딩 앞을 지나가다가 한 경찰이 한 남자를 강제로 제압하고 벗겨진 신발을 뒤 따르던 의경이 들고 가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경찰은 경찰이구나 느꼈네요. 

반면 여자 경찰은 인원도 적고 현장 출동을 할 때 주로 남자 경찰이 하기에 볼 기회가 없었다가 최근 남녀 한 조로 순찰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봐서 여자 경찰도 현장 배치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여경이 현장에서 어떤 활약을 하는 지를 생생하게 목격한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대림동 여경 동영상을 보면 2명의 노인 취객을 남성, 여성 경찰 2명이서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여자 경찰은 제압 당한 노인을 다시 제압하기 위해서 촬영을 하고 있던 시민에게 "남자분 한 명 나와주세요. 빨리빨리, 빨리빨리, 남자 분 나오시라고요. 빨리"식으로 명령조로 말합니다. 이 영상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여경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비아냥거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대림동 여경 논란은 이렇게 까지 커질 일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SNS가 접목되면서 SNS 특유의 맥락 파괴 편집술이 섞이면서 커집니다. 
한 커뮤니티에 15초 짜리 대림동 여경 영상이 올라옵니다. 이 영상에서는 취한 노인이 경찰 빰을 때리자 남자 경찰이 바로 제압을 합니다. 이에 뒤에 있던 다른 취한 노인이 수갑을 채우려는 남자 경찰을 방해하자 옆에 있던 여성 경찰이 이 노인을 막습니다. 이때 이 취한 노인이 손으로 밀자 여자 경찰이 밀려 나갑니다. 노인이라고 해도 술에 취한 남성의 힘이 여자 경찰의 근력보다 쎄다 보니 밀려 나갑니다. 

사실 이 모습 자체가 좀 충격적입니다. 여자라고 해도 경찰이라면 무술 유단자는 아니더라도 민다고 쉽게 밀려나가는 모습이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경찰은 보무도 당당하고 건장하고 무술도 곧 잘하는 경찰로 알고 있는데 경찰이 힘으로 밀립니다. 뭐 이해는 합니다. 여자 경찰이니까요. 

이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화제가 되자 구로 경찰서는 2분 짜리 원본 영상이라면서 맞대응을 합니다. 이런 일이 있으면 편집 없이 원본 그대로 올렸어야 합니다. 그런데 경찰 유리한 장면만 공개합니다. 

여기에 KBS는 오디오 싱크까지 편집해서 이 사건을 여성 혐오 논란으로 프레임을 전환 시킵니다. 물론 이런 KBS의 여성 혐오 프레임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잘 압니다. 사실 이 사건이 커진 것은 여성 경찰을 평소에 싫어하던 여성 혐오자들이 부축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여자라서 여경이라서 비난을 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의 대응 미흡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성 혐오 논란으로 전환 시키고 싶었다면 KBS는 오디오 싱크를 편집해서는 안되는데 팩트가 생명인 KBS는 팩트를 왜곡합니다. 그 왜곡이 경찰이 한 것을 그냥 인용한 것이라고 해도 확인을 안 한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원본 동영상이 공개됩니다. 원본 동영상에는 KBS와 구로경찰서가 담지 않았던 "남자 분 한 명 나와주세요. 빨리빨리, 빨리빨리, 남자 분 나오시라고요. 빨리"라는 여경의 다급한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는 경찰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낸 장면입니다. 노인 취객 2명을 2명의 경찰이 제압하지 못하는 모습이 무능한 경찰로 비추어집니다. 경찰이 강도도 아닌 취객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면 누가 경찰을 믿고 신고를 하겠습니까?

처음부터 원본을 공개하고 취객 다루기가 쉽지 않고 어렵다라고 하소연을 했으면 그나마 낫고 경찰이 현장에서 취객 제압하는 일이 어렵다는 현실을 국민들이 알고 공권력을 더 강화해서 삼단봉 사용 및 각종 체포에 도움이 되는 도구나 행동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제도 및 법 마련을 하게 하는 방향으로 끌고 갔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입니까? 문제의 본질에 대한 생각 보다는 본질의 결과물인 현상 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인 현상만 물고 뜯고 맛보고 낄낄거리는 승냥이 습속이 가득해졌습니다. 이번 대림동 여경 논란은 여경 논란이 아닌 대한민국 경찰 논란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성 경찰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네요.

프레임을 여성 경찰에 집중하다 보니 여성 경찰에 대한 비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번 대림동 여경 논란은 여성 경찰에 대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 이전에 2018년 12월에 부산의 한 교통 사고 현장에 4명의 여경이 출동했는데 4명의 경찰은 구경을 하고 2명의 남자 시민이 구하는 사진으로 여경 논란이 커진 적이 있습니다. 경찰은 이번 대림동 사건처럼 적극적인 대처를 했다고 해명을 했지만 우리가 우려하던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 연장선 상에 대림동 여경 사건이 있습니다. 이렇게 여경이 현장에서 제대로 수습을 하지 못함을 넘어서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은 여경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여경에 대한 불신은 치안에 대한 불신이지 여성에 대한 불신이 아니다

<범인을 체포하는 경찰/작성자: boyphare/셔터스톡>

대림동 여경 논란의 핵심은 여자 경찰에 대한 불신이고 본질은 경찰의 무능력입니다. 여자 경찰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빠르게 범인이나 주취자를 제압하고 체포하는 모습이 동영상에 담겨서 인터넷에 올려졌으면 오히려 여경도 일 잘 한다라고 박수를 받고 여경 채용 확대에 도화선이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는 대로 근력이 약해서 밀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까요? 여자 경찰은 미덥지 못하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 지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결과물을 놓고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여성 혐오자들은 여경 무용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대로 여성 혐오 프레임을 씌워서 여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본질을 흐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방향만 다르지 두 부류 모두 본질을 왜곡하길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논란도 참 쓰잘덱 없는 논란입니다. 여경이 현장출동이나 현장 제압 능력은 떨어져도 여경이 활약하는 분야도 많고 여경이 더 잘 하는 경찰 분야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 싸움이나 아동 학대, 안내나 관제 등등 여성이 뛰어난 분야가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우리는 경찰이 순찰차 타고 다니는 모습만 봐서 경찰이 순찰하고 범인 잡는 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경찰 업무는 참 다양하고 많습니다. 여자 경찰이 가장 못하는 분야가 현장 출동입니다. 어쩔 수 없죠. 여성 자체가 남성보다 근력이 떨어지고 신체적으로 약한데요. 문제는 그런 약점을 경찰도 알고 있다면 여성 경찰이 노력해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을 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성 경찰이 현장 출동을 하게 된다면 남성 경찰보다 범인과 용의자 및 취객을 보다 쉽게 체포할 수 있는 장비를 지급하면 됩니다. 또한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삼단봉이나 여러가지 도구를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하다 못해 현장 출동해서 현장을 빠르게 제압할 수 있게 무술 및 신체 단련을 지금보다 더 강하게 하도록 수시로 테스트를 해야 합니다. 이 현장 제압 능력은  남자 여자 경찰 구분해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여자 경찰이 신체적인 핸디캡이 있다면 그 핸디캡을 보완 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면 됩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경찰은 현장 출동하는 여자 경찰에게 무슨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요? 여경이 약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범죄자들이 여경을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기 보다는 여경은 쉽게 이길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게 되고 이는 경찰을 우습게 봄을 넘어서 여경 본인의 안위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은 항상 강해야 하고 강한 이미지를 심어줘야 합니다. 

여성 혐오 프레임을 씌워서 여자 경찰을 옹호하는 분들도 이 문제를 제대로 봤으면 합니다. 이번 대림동 여경 논란은 경찰이 현장 대응을 제대로 못해서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못난 모습에 대한 비판입니다. 아니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범인을 제압하지 못해서 시민에게 도와 달라고 하는 자체가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범인이나 용의자가 경찰보다 많으면 또 몰라요. 취객에 노인이라면 2명이서 2명 제압하기 어렵지 않음에도 도와달라고 합니다. 이 자체가 비난을 받아야 할 행동입니다. 그 도와 달라고 하는 경찰이 여자라서 여경 비판이 있는 것이지 근본적으로는 경찰의 현장 제압 능력 부족의 문제입니다. 

치안 불안에 대한 불신이 본질입니다. 물론 여경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걸 확인시켜줘서 "거봐라 내가 뭐랬어~~" 식의 사후확증편향이 강해지는 사건이 되었지만 근본은 경찰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 있습니다. 현장 출동 경찰이라면 취객이라고 해도 노인 2명은 쉽게 현장을 제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쩔쩔매는 모습이 이 사건의 본질입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지 말로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상업사진가 Chris Crisman의  Men’s Work 사진시리즈>

상업사진가  Chris Crisman은 Men’s Work라는 사진 시리즈를 공개했습니다. 이 사진 시리즈는 근력이 강한 남자들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활약하는 미국의 여성 근로자를 담은 사진 시리즈입니다. 

이 사진가가 이런 사진을 담기 시작한 이유는 2살짜리 딸이 원하고 바라는 대로 꿈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딸이 소방관이 되고 건설장비 운전사가 되고 어부가 목공인이 되고 돼지 키우는 농부가 되고 싶지만 '무슨 여자가 이런 일을 해'라는 편견 앞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많이 보죠. 사진가는 이런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 여성이 일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근무하는 여성들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이 여성들은 근력이 딸리지만 남성들과 함께 일을 합니다. 미국이라고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없겠습니까? 한국과 비슷하죠. 그러나 그 편견을 이겨내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편견을 깨는 건 남성이 아닌 여성이 해야 할 일입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지 여성이라는 해명은 변명으로 들릴 뿐입니다. 동일한 일을 하면 남자 여자 따지지 말고 동일한 결과물을 보여주거나 최소 프로의 기준선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합니다.

경찰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라면 여성이라고 근력이 딸리니 좀 이해해 달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이해의 시선으로 봐도 그런 근력 부족을 장비로 보완하고 해서 프로의 기준선을 넘어야 합니다. 그런면에서 한국 경찰들은 경찰의 기준선을 넘어서고 있는지 묻고 싶네요. 폭력배로부터 위협을 받아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경찰이 폭력배에게 제압 당하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여자 경찰은 필요합니다. 여자라는 신체적 조건과 심리로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 형편 상 사무실 근무만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루 빨리 여자 경찰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게 경찰에 대한 비난을 낮출 수 있는 방법입니다. 최근 버닝썬 사건 수사와 각종 비리 문제로 한국 경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다 못해 맨틀까지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논란을 더 키우는 경찰의 무능한 대응은 논란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경찰이 여경에 대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한다고 하네요. 하루 빨리 여경에 대한 현장 출동 신뢰를 끌어 올리길 바랍니다. 남녀 평등은 서로의 신체 조건에 대한 인정을 한 후에 핸디캡을 인정하고 보완해야지 지금처럼 여성이 어떻고 남성이 어떻고 논란은 초등학생 싸움 밖에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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