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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서울페이가 정착할 수 있을까?

by 썬도그 2018.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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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점주는 천원짜리 음료수 하나 사먹는데도 신용카드로 결제한다면서 짜증을 냅니다. 물론 손님 앞에서는 화를 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화를 낼 만합니다. 음료수를 사 먹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금 보다는 신용카드가 간편하고 카드 사용량에 따라서 포인트도 적립되고 소득공제 혜택도 약하나마 있습니다. 그러나 현금은 현금영수증 제도가 있긴 하지만 지갑에서 돈을 꺼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죠.

반면 편의점 점주 입장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자가 반가울 리가 없습니다. 특히 1만원 이하 소액 결제할 때도 신용카드를 사용합니다.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매출에 따라서 0.8%에서 2.5%의 돈을 신용카드사에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0,000 짜리 물건을 사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80원~ 250원을 신용카드사가 가져갑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년 매출이 3억원 이하인 영세한 가게들은 카드수수료가 0.8%이고 2~3억원은 1.3%, 3억원 이상은 2.5%입니다. 이 마저도 개선된 게 이 정도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전체적으로 일은 잘 하지만 이 경제 쪽은 일을 참 못합니다. 최저임금 상승을 절대 반대하지 않습니다. 주 52시간 근로제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기업 근로자 복지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자영업자입니다. 

보수 언론사들은 매일 같이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나라 거덜나게 생겼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진보 성향 댓글러들은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수료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유시민 작가가 그랬듯 세상은 좌와 우 그 중간에 있습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고통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 고통 순위가 임대료가 1순위냐 최저임금 상승이냐가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를 뿐입니다 

고통의 순위가 보는 시선에 따라 겠지만 분명한 건 자영업자들은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해 최고의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 실현이 되긴 했지만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치료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의 주요 고정 지출 사항인 임대료, 알바비, 카드수수료 중에 정부에서 나설 수 있는 분이 카드수수료입니다. 
예를 들어 매출 6억8천5백만 원인 프랜차이즈 빵집의 영업이익은 1년에 2천3백만원입니다. 이중 카드수수료가 1천2백만원입니다. 이익의 반을 신용카드사가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이런 카드사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는 카드 의무 수납제를 폐지하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물건 살 때 현금으로 결제하면 상점에서 현금에 대한 세금 신고 안 하면 부가세 10% 안 내기에 제품 가격의 10%를 할인해 줬습니다. 반면 카드로 결제하면 10%를 더 내라고 했죠. 그래서 현금 결제가와 카드 결제가격이 달랐습니다. 그러나 카드 의무 수납제가 시행되면서 1만원 이하의 물건도  현금 가격과 카드 결제 가격이 동일해졌습니다. 

그래서 카드 의무 수납제를 폐지하고 예전처럼 현금 결제 가격과 카드 결제 가격을 따로 하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용 카드 결제의 편리함에 길들어진 사람들이 다시 현금을 가지고 다닐까요? 또한 카드와 현금 결제 가격을 차별화 하면 오히려 손님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 카드 결제 가격에 카드 수수료까지 포함된 가격이라서 별 의미가 없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신용카드 결제의 편리함과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를 없애는 방법이 바로 QR 코드 결제입니다. 


 모바일 송금 결제 시스템 서울페이


문재인 중앙 정부보다 소상공인인 자영업자들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하는 곳은 서울시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후보 중 유일하게 자영업자에 대한 정책을 세웠습니다. 세울 수 밖에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워낙 서울시 자영업자 폐업률이 높아서 신경을 알 쓸 수가 없습니다. 길거리에 가득한 빈 상가와 폐업을 알리는 종이를 보면 섬뜩합니다. 소상공인 한 곳이 망하면 한 가정이 붕괴되었다는 소리이기도 하죠

이에 서울시는 소상공인들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결제 수수료가 0%인  서울페이(가칭)을 만들 예정입니다. 


QR코드를 촬영하면 내 통장의 돈이 소상공인에게 전송되는 

모바일 이체 서비스 서울페이

<QR 코드로 모바일 결제를 하는 모습 / 촬영자 buffaloboy (셔터스톡)>

요즘 무슨 페이, 무슨 페이 하면서 페이가 참 많습니다. 젊은 사람들이야 실제로 사용하는 분도 많이 있어서 페이가 뭔지 잘 아는 분들이 좀 있지만 중장년 특히 노년층은 거의 모릅니다. 사실 저도 네이버페이, 페이코, 스마일페이 같은 페이를 사용하지만 정확하게 알고 사용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내 은행계좌 정보와 신용카드 정보를 페이에 입력해 놓고 온라인 상품 결제나 오프라인 결제할 때 페이를 통해서 지문인증이나 비밀번호만 치면 결제가 되기에 사용합니다.  기존의 신용카드 모바일 결제보다 페이가 더 간편해서 가끔 씁니다. 그러나 최근 신용카드사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간편해져서 네이버페이나 페이코의 매력을 딱히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다 보니 서울페이가 뭔지 잘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서울페이는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닙니다. 만약 친구와 수다 떨기 위해서 근처 커피숍을 갔을 때 우리는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결제를 합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없을 때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은행앱을 실행한 후 커피숍 사장님 통장으로 돈을 이체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결제하는 분들은 없습니다. 정말 급할 때는 사용하나 과정이 너무 불편해서 커피 안 먹고 말지 모바일 뱅킹으로 돈을 이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복잡한 모바일 계좌 이체를 QR 코드를 촬영하고 송금 금액만 입력하면 바로 모바일 계좌 이체가 됩니다. 


이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계좌 이체서비스는 중국에서 활발하게 사용하는 서비스로 거지도 QR 코드 걸어 놓고 모바일 이체 해달라고 합니다. QR코드에는 커피숍 사장님의 계좌 정보 등이 담겨 있습니다.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계좌 이체서비스가 서울페이입니다. 카카오페이도 광고를 통해서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이지만 그걸 더 확장한 것이 서울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두 서비스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울페이 결제 방식은 2가지 

서울페이 결제 방식은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서울페이를 실행한 후 매장 카운터 앞에 설치된 QR 코드를 촬영하면 매장 주인 은행 통장 계좌 정보가 뜹니다. 계좌를 확인한 후 송금할 금액을 입력한 후 확인을 누르면 매장 포스 단말기에 송금 정보가 뜹니다. 

또 하나는 QR 코드가 없거나 촬영이 여유롭지 못하면 서울페이를 실행한 후 소비자의 통장 정보가 담긴 QR 코드를 실행합니다. 스마트폰에 뜬 QR코드를 매장 주인이 QR코드 리더기로 찍은 후 금액을 입력하고 확인을 누르면 소비자의 서울페이에 얼마나 송금 되었다고 나옵니다.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불편할 것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자주 이용하면 빠르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페이, 티머니, 카카오페이, 페이코, BC카드를 사용하는 분들이 있죠. 전 네이버 페이와 티머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페이는 통장에서 일정 금액을 네이버 페이로 보내면 저장된 금액만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티머니도 비슷하죠. 단 충전한 만큼 쓰는 선불제와 일단 쓰고 쓴 금액을 신용카드사에서 지급하는 후불제가 있습니다. 

둘 다 사용해 봤는데 T머니가 편의점 등 오프라인 사용처가 더 많고 NFC로 결제할 수 있기에 무척 편리합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T머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만든 서비스로 지분율 1위가 서울시고 2위가 LG CNS로 알고 있는데 T머니를 수수료 0%로 만들어서 서울페이처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드네요. 

각설하고 이 서울페이는 네이버페이, 티머니, 카카오페이, 페이코, BC카드도 함께 동참합니다. 따라서 네이버페이 사용자가 서울페이를 사용하면 네이버페이에 충전되어 있는 돈이 바로 매장 주인에게 입금이 됩니다. 


소상공인을 위한 결제 수수료 0%인 서울페이

서울페이가 만들어진 이유는 소비자가 아닌 소상공인들입니다. 특히 연 매출 5억 이상인 소상공인들이 매출액의 2.5%를 카드수수료로 나가는 부분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연 매출 1억 이하의 소상공인들도 0.8%의 수수료를 내지 않기에  작은 가게도 도움이 됩니다. 

서울페이는 수수료가 0%입니다. 그래서 제로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수수료가 0%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VAN사와 카드사가 나눠먹던 중계수수료를 소비자 통장에서 소상공인 통장으로 바로 전송되기에 수수료가 0%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계좌 이체할 때 VIP가 아니면 계좌 이체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받는데 어떻게 수수료가 0%이지? 고맙게도 위 은행들이 서울페이의 취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모바일 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카카오뱅크 같은 경우는 이체 수수료가 없고 최근 은행들이 이체수수료를 없애거나 낮추고 있습니다. 은행이 수수료를 안 받으니 수수료가 0%가 되었습니다. 


서울페이를 쓰는 소비자의 혜택은?

소상공인을 위한 결제 수수료 0%인 서울페이가 많이 보급되려면 소비자가 많이 써야 합니다. 소비자가 많이 쓰려면 신용카드 보다 혜택이 더 좋아야 합니다. 이를 서울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페이를 쓰면 소득공제를 신용카드의 15%, 체크카드의 30%보다 높은 40%의 소득공제를 해줍니다. 소득공제는 내가 번 돈 중에 소득공제가 되는 소비를 하면 소득을 줄여줍니다. 실제 소득에서 소득공제로 소득을 줄이면 당연히 내는 세금도 줄어들어서 세금을 덜 내는 혜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봉 5천만원인 사람이 서울페이로 2,500만원을 소비하면 신용카드로 소비할 때 보다 48만원의 돈을 더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혜택이 아주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교통카드 기능도 추가하고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서울페이로 결제하면 할안하는 혜택을 주는 등 사용 유인책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서울페이 정착의 걸림돌들

<신용카드를 건네는 소비자 / 촬영자 Jacob Lund (셔터스톡)>

1. 신용카드보다 복잡하고 긴 QR코드 결제 방식

QR 코드를 이용하서 결제를 하는 방식은 낯선 결제 방식입니다. 저도 QR코드로 결제를 해본 적이 있는데 앱을 실행하고 촬영하는 과정이 5초 이상 걸렸습니다. 익숙해지면 미리 켜 놓고 있다가 내 차례가 되면 QR코드를 촬영해서 빠르게 결제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QR코드 촬영이 한 번에 되지 않을 때 정말 짜증이 납니다. 

그 4~5초 밖에 안되는 QR코드를 이용한 서울페이 결제 딜레이 시간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는 그냥 건네주면 되는데 QR코드는 촬영하고 금액 입력하는 과정이 깁니다. 뒤에 사람이 없으면 그나마 낫지만 줄을 서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일일이 촬영하고 금액 입력하고 확인하고 하는 과정에서 짜증이 많이 발생할 듯 하네요. 

따라서 QR코드 방식과 함께 T머니에서 사용하는 NFC 결제 방식을 빨리 도입해야 합니다. 문제는 NFC 리더기를 소상공인들이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천상 QR코드 방식을 이용해야 하는데 결제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2. 소비자들이 서울페이를 쓰게 할 유인책이 약하다

신용카드의 15%보다 높은 서울페이의 40% 소득공제는 꽤 유용한 유인책입니다만 직장인이나 돈을 버는 근로자에게나 효과가 있지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나 돈을 벌지 않는 분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습니다. 따라서 오피스 상권에서 직장인들이나 열심히 쓰지 학교 앞 분식점에서 사용하는 학생은 없을 겁니다. 다만 교통카드 결제 기능을 넣으면 티머니처럼 서울페이로 떡볶이 먹는 학생들은 있긴 하겠네요. 

그럼에도 유인책은 약한편입니다. 신용카드는 각종 이벤트와 구매 할인책으로 사용을 유도합니다. 특정 제품을 특정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10%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많고 신용카드를 사용할수록 포인트가 적립이 됩니다. 또한 한달에 일정 금액 이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그 다음달에 스타벅스 커피 50% 할인이나 각종 할인을 빠방하게 쏩니다.

반면, 서울페이는 앞으로 더 늘어나겠지만 소득공제 40%로는 소비자가 서울페이를 쓸 이유가 높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더 많이 고민을 해 봐야 합니다. 시민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착한페이라는 감정적인 마케팅은 반감만 살 뿐입니다. 서울페이가 착한페이면 신용카드는 나쁜 카드입니까? 아무리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취지를 담았다고 해도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과 사용 독려는 반짝 효과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페이가 정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소리가 많습니다. 점점 개선해 나가고 유인책도 늘려가겠지만 이 상태로 나온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딱히 매력이 없는 서울페이를 많이 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 이런 서울페이도 좋지만 정부가 나서서 신용카드 수수료를 더 낮추게 했으면 합니다. 과도한 신용카드 구매 할인 마케팅과 각종 이벤트만 줄여도 더 줄일 수 있는 여력이 있습니다. 동시에 서울페이도 지금보다 5배나 더 좋은 소비자 혜택을 동시에 선보였으면 합니다. 또한 QR코드 결제 방식을 보다 간편하게 만드는 방법도 깊게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T머니 방식의 NFC 단말기를 이용한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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