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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자전거 이용하지 말라는 자전거 헬멧 의무화 정책

by 썬도그 2018.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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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상업 사진을 촬영하면 돈을 버는 도구가 되고 사진기자가 촬영하면 보도 사진이 되어서 보도 목적의 사진이 됩니다. 예술 사진가가 촬영을 하면 예술 사진이 됩니다. 이렇게 같은 도구라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사용 용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과 운동을 위해서 타는 자전거는 레저용품이 되고 집 근처 마트나 주민센터나 공원에 가기 위해서 타는 자전거는 이동수단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로지 자전거라는 이름에만 집중해서 보게 됩니다. 


9월부터 헬멧 의무화로 피해 받는 근거리 이동용 생활자전거 사용자들

전 자전거 근거리 이용자입니다. 근거리 이용자라고 해서 운동용, 레저용으로 타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때에 따라서 운동 삼아 타기도 하고 근거리 이동용으로 타기도 합니다. 안양천 자전거도로에 나가면 레저용, 운동용 자전거를 타는 분들이 넘칩니다. 안양천을 따라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이 운동 또는 레저용으로 자전거를 탑니다. 라이딩복에 헬멧까지 잘 차려 입은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렇게 레저용으로 자전거를 타는 분들은 대부분 헬멧을 쓰고 달립니다. 워낙 중고가의 자전거들이고 신호등도 없고 자전거만 타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자전거 전용 도로라서 16km 이상 고속으로 질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속 질주 하다가 넘어지면 큰 부상이 일어날 수 있기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헬멧을 쓰고 달립니다. 


그러나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타는 생활 자전거를 타는 분들은 대부분 헬멧을 쓰고 달리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근처 시장이나 마트 가려고 헬멧을 챙겨서 다니는 것이 무척 불편합니다. 레저용, 운동용으로 자전거를 타는 분들은 운동 후에 집으로 돌아오기에 헬멧을 하루 종일 써도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타는 분들은 근처 마트나, 은행, 관공서에 들릴 때 마다 쓰고 간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볼일을 봐야 합니다. 헬멧을 들고 다니면서 근처 시장에서 은행에서 마트에서 관공서에서 볼일을 본다? 

저 같으면 자전거 안 타고 말지 그렇게까지 헬멧을 쓰고 다니고 싶지 않네요. 실제로 전 9월 28일부터 헬멧 의무화 정책을 하기도 전에 자전거 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고 지금 있는 자전거는 팔아버리거나 고물상에 넘길 생각입니다. 


9월 28일부터 자전거 헬멧 의무화가 실시됩니다. 헬멧을 안 쓰고 자전거를 타면 법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다만 실제 단속을 하고 단속을 한다고 해도 범칙금이 얼마일지는 모릅니다. 게다가 단속 인력도 부족해서 여러모로 실제로 벌금을 물리지 않거나 물린다고 해도 가벼운 범칙금으로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자전거를 인도에서 타는 행위 자체가 위법행위입니다. 자전거는 자동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차도 끝자리를 이용해야 하죠. 그러나 자전거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국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신보다 작은 차량이나 자전거 타는 분들을 아주 안 좋아합니다. 조금만 걸리적 거리면 경적을 울리고 위협 운전을 합니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생활 자전거 이용자들은 인도에서 자전거를 탑니다. 

인도에서 자전거를 탄다고 단속하지 않듯이 헬멧 안 쓰고 탄다고 심하게 단속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법 행위라고 지정한 행동을 일부러 할 생각이 없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헬멧 의무화 하면 자전거 타기를 그만 둘 생각입니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가 자전거 사고를 더 일으킬 수도 있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의 이유는 확실하고 간단합니다. 헬멧을 쓰면 자전거 사고 사망자가 줄어들 것이 확실하죠.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안전을 위해서 자전거 헬멧 의무화를 찬성하고 있습니다. 




<붉은색 : 의무화 국가, 분홍색 : 의무화 그러나 벌금 없음, 보라색 : 페널티 룰만 적용, 노란색 : 어린이만 의무화, 파란색 : 일부 지역만 적용, 녹색 : 비의무화 국가>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자전거 천국이라고 하는 네덜란드나 북유럽 국가들은 대부분이 자전거 헬멧 의무화를 실시하지 않고 한다고 해도 현재 한국처럼 어린이만 의무화 하고 있습니다. 그럼 유럽 선진국이 안전에 덜 신경 쓰는 나라인가요? 아닙니다. 유럽은 안전 강국들입니다. 그럼에도 자전거 헬멧 의무화를 하지 않는 이유는 자전거 이용자 수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1990년대 초반에 자전거 헬멧 의무화를 실시한 호주는 의무화 시행 전인 80년대 후반과 시행 이후인 2011년을 비교해보니 자전거 이용자가 무려 37.5%나 줄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헬멧 쓰기 귀찮다면서 자전거 타기를 그만 두거나 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혹자는 그럽니다. 자전거 사용자가 자전거 사고도 더 줄어들면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그럴 수 있지만 자전거 사용 인구가 감소하면 자동차 사용자들은 자전거가 줄어서 더 빨리 달리고 조심성도 떨어집니다. 게다가 자전거 이용자가 헬멧을 쓰고 있기에 사고 나도 큰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덜 조심하죠. 실제 미국 공중보건 전문의의 조사에 따르면 자전거 사용자가 많을수록 자동차와 충돌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라는 조사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헬멧을 쓴다고 해서 부상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분명 머리 보호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음) 자전거 사고 특성상 머리 말고 다른 신체 부위도 많이 다치기에 부상자 수를 줄이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더 빨리 달리고 덜 조심하는 자동차와 충돌해서 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헬멧은 머리를 보호하는 도구이지만 수시로 고개를 돌려서 주변 상황을 살피는 행동을 방해할 수 있어서 사고를 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유럽 자전거 연합은 헬멧의 실질적인 부상 감소가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32km 이상으로 질주 할 경우는 헬멧도 머리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편하게 자전거 탈 수 있는 인프라와 문화가 더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자전거 문화가 전국적으로 확산이 되었습니다. 서울시와 지자체들은 너도나도 자전거도로를 깔았습니다. 제가 사는 집 앞에도 자전거 도로가 생긴 것도 이명박 정부 때입니다. 자전거 도로가 생기는 건 아주 긍정적인 모습입니다. 덕분에 이전보다 저전거를 좀 더 편하게 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를 무조건 늘릴 수 없는 게 현실이고 자전거 선진국인 유럽도 자전거 전용도로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를 배려하는 문화와 자전거 타는 분들의 자전거 문화의식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자전거 안전 운전 문화가 낮습니다. 

건널목을 건널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가야합니다만 대다수는 자전거를 타고 건널목을 건넙니다. 주말에 한강 자전거도로를 가보면 스피커를 달고 달리는 분들 막걸리 마시고 자전거 타는 분들 등등 눈쌀을 지푸리게 하는 분들이 많죠. 자전거 문화가 제대로 정착이 되지 않다 보니 이런 몰상식한 행동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를 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교통 법규 단속을 강화하고 음주 운전을 하는 자전거 라이더들을 단속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서울시 대여 자전거 서비스인 따릉이나 여러 공유 자전거 서비스들은 이 헬멧 의무화로 난감해 하고 있습니다. 근거리 이동할 때 버스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관광도 하고 이동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따릉이가 당장 철퇴를 맞게 생겼습니다. 따릉이는 친환경 이동 수단인 자전거로 해외 관광객들도 참 많이 이용하고 서울을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헬멧 의무화로 난감한 상태가 되었네요. 서울시가 몇몇 곳에 헬멧을 배치했지만 1주일도 안 되어서 1030개 중에 55개가 도난당했다고 하네요.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타는 분들의 자전거 속도는 시속 20km를 넘지 않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스스로 잘 멈추고 제어합니다. 사람 달리는 속도와 비슷하거나 좀 더 빠를 뿐입니다. 빨리 달리고 싶어도 신호등이 많아서 빨리 달릴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자전거 전용도로도 대부분 없어서 인도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람 사이를 지나다니는 것이 좋지는 않죠. 그러나 차도에서 달리다가 자전거 라이더를 위협하는 행위나 버스와 같은 큰 차와 충돌 사고를 내서 크게 다니는 것 보다 안전하기에 인도로 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차도를 달리다가 우회전 하는 곳에서 대형 버스와 충돌 사고가 나서 죽을 뻔 한 이후로 차도에서 자전거를 안 탑니다. 자전거 인프라도 잘 갖추어지지 않고 헬멧을 써서 니 안전이나 더 챙기라고 한다면 전 자전거 안 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 자전거를 안 탑니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는 자전거로 근거리 이동을 하는 분들에게 자전거 타지 말라는 소리이거나 최소 범법자로 낙인 찍는 행위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자전거 교통 분담율을 높이려고 노력하는데 헬멧 의무화로 그 정책에 철퇴를 내리게 되었네요. 당장의 안전만 바라본 근시안적인 행정입니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는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 분들이 만든 졸속 행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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